작은 우리 교회 예배시간.
설교가 끝나면 헌금시간으로 이어진다.

반주에 맞춰 헌금위원이 바구니를 들고 교회를 돈다.
주일헌금, 십일조, 감사헌금, 기타 헌금 등이 바구니에 올려지고 마지막에 헌금위원들은 그 봉투를 꺼내 강단 위로 올린다.
이어 목사님은 이아무개 집사 십일조, 김아무개 장로 감사헌금, 최아무개 성도 심방감사헌금, 강아무개 집사 십일조.... 모든 헌금자의 명단을 부른다.

눈을 감고 헌금기도하는 시간에 나는 그 명단들을 모두 들어야 한다.
작은 교회이다보니 누가 십일조를 하는지, 누가 안 하는지, 누구는 한 달에 몇 번 감사헌금을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작은 수입이지만 매월 십일조를 하고 주일헌금을 하는 나는 이 헌금자 명단을 부르는 것이 정말로 '불만'이다.
그렇다고 목사님께 헌금자 명단을 부르지 말자고 할 수도 없다. 평소 불만이 가득한 교인으로 비쳐질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헌금은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라고 들어온 나는 이 헌금자 명단 발표가 그러한 나의 '교육'과 연관짓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명단을 불러야만 하나님이 들으시는 걸까?'

다음 주 주보에는 그 헌금자 명단이 그대로 실리는데 꼭 이름을 불러야 할까?
하나님 앞에 헌금을 드리는 이들이 본인의 이름을 강단에서 부르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는 걸까?

나는 며칠전 한 목회자로부터 헌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목회자는 나와 편한 관계라 '편하게' 이야기 해 주었지만 나는 편하게 들을 수만은 없었다.
우리 목사님이 예배시간은 길어져도 헌금자 명단만은 꼭 발표하는 이유를 그 대화를 통해 추측으로나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해들은 이야기 하나.
어느 작은 교회 목사가 헌금자 명단을 발표하였는데, 실수로 한 교인의 명단 발표를 누락하는 일로 '난리'가 났다고 한다. 헌금바구니에서 빠뜨린 헌금위원의 '실수'였는데도 그 교인은 목사를 공개적으로 원망해 그 교회가 한 때 시끄러웠다고 한다. 결국 목사가 그 교인의 집으로 찾아가 '사과'한 후에 조용해졌다고 한다.

이야기 둘.
한 교회가 헌금 방법을 바구니로 직접 돌리는 '전통적인' 방법에서, 교회에 들어올 때 헌금함에 넣는 자율적인 방법으로 바꾼 후 헌금액수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야기 셋.
또 다른 교회는 헌금자 명단을 발표하다 새해를 기해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헌금액 감소가 즉각 나타나 한 달만에 다시 '발표'로 슬그머니 회복했다고 한다.

그 목회자는 이러한 사례들을 경험하거나 들은 목회자들이 실제 목회에서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헌금자 명단 발표와 직접 헌금 거두기로 나타나고 있다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아니면 오래 전부터 해오던 습관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은 교회가 운영되려면 교인들의 헌금에 모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헌금액이 늘면 교회가 그만큼 풍요로워지고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기에 교회로서는 무감각할 수 없는 문제이다. 많은 교회가 중소형 교회인 현실에서 헌금의 비중은 목회자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앙인의 기본을 가르치겠다는 목회철학이 아닌, 교회를 운영하기 위해 더 많이 거둬들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적인 측면에서 이용되는 것은 문제일 것이다.

'멋있는' 목회를 하고 싶지만 실제 운영의 문제를 생각지 않을 수 없는 목회자들의 '고민'이 헌금자 명단 발표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본인의 이름을 발표하고 기도해야만 더 많이 헌금하는 교인들이 있는 한 계속될 '문제'일까?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명단 발표 없이 묵묵히 헌금기도하는 목회자가 더욱 빛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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