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교회에 교회당 건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체로 두 가지 이유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7-80년대 한국 기독교의 성장과 함께 건축되었던 대부분의 교회당 건물들이 노후 되어 다시 지어야 할 형편이 되었다. 현대 건축물의 구조적 수명이 100년 내지 150년 이상이라는 점에서 보면 이는 그동안 건축해온 교회당 건물들이 기술적으로 매우 부실하게 지어졌음을 반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교회의 기능이 과거와 크게 달라져 기존 건물로는 그 기능을 제대로 수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교회들은 큰 변화의 물결 속에 들어있다. 그동안 교세확장에 전력을 다하던 교회들이 교회 교육과 지역사회 선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나, 기존 교회당으로는 이러한 새로운 교회사역과 활동 프로그램들을 수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따라서, 예배당 위주로 건축되던 교회당은 이제 교육시설과 지역사회 봉사시설, 그리고 문화시설들을 중요한 기능으로 갖춘 새로운 교회당으로 대체되어야 했다.

이러한 교회당 건축의 변화 요구에 대하여 최근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문제가 소위 「리모델링」이다. 이 리모델링은 IMF가 시작되어 건축경기가 사라지면서 건설 업체들이 새로운 돌파구로서 찾아낸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리모델링은 교회당을 새로 짓기에는 재정적으로 엄두가 나지 않는 교회들에게도 ‘경제적’이라는 점과 역사의 ‘보존’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매력적인 발상이고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기존 교회당 건물의 보존과 재생은 자원의 보존이나 환경적 측면에서도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교회건축의 리모델링에 대한 그 허와 실을 분명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건물의 리모델링에서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문제는 그 건물의 구조적 안정성이다. 건물은 크게 그 뼈대를 이루는 골조와 그것을 내, 외부에서 감싸고 있는 내장,또는 외장부분 그리고 냉, 난방이나 전기등, 공간을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설비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에서 골조는 건물의 구조적 안정성을 담보하는 건물의 가장 기본적 요소이다. 따라서 이 부분이 안전하지 못하면 리모델링은 불가능하다. 불행히도 과거에 우리나라에 지어진 예배당을 포함한 대부분의 건물들은 그 시공이 매우 부실하게 건설되었기 때문에 현존하는 건물들 중 건축물의 본래 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건물들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건물이 육안으로 보아 튼튼해 보인다 하더라도 반드시 전문가로부터 정밀한 구조안전진단을 받아 그 안전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두 번째의 문제는 경제성의 문제이다. 내부 재료와 모양만 바꾸는 것은 그다지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오래된 건물이라면 반드시 그 내부의 설비들 즉, 냉,난방 설비와 전기설비의 배관이나 기구들이 노후 되어 이를 함께 교체해야 할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대건축에 있어서 건물의 내장과 설비는 그 수명이 건물의 수명과 같지 않아서 각각의 수명이 다 되면 교체하는 것을 전제로 건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 현대건축에서 건물의 구조체 자체의 공사비는 전체 공사비의 30%를 약간 상회하고 나머지 70%는 내장과 설비공사비이며, 설비의 수준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구조체의 공사비 비율은 더 낮아진다. 만일 설비의 교체 없이 내장만 바꾸었다가 얼마 안 되어 설비를 교체하려면 내장공사부분은 다시 해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교회당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의 보이지 않는 건물내부 상태까지도 전문가에게 종합적으로 검토를 받은 후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번째 문제는 리모델링의 목적과 관련된다. 건축에서는 리모델링(remodeling)이란 용어보다는 리노베이션(renovation)이라는 용어를 즐겨 쓴다. 이는 건물의 단순한 개조보다는 새롭게 하여 그 기능을 회복시는 재생의 의미가 강조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리모델링의 가장 큰 목적은 기존 건물이 기능적으로 더 이상 그 목적을 수행할 수 없을 때 이를 수정 보완하여 새로운 기능에 적합한 건물로 만들어 내는데 있다. 따라서 최근에 이루어지고 있는 리모델링의 예들처럼 예배당의 실내 재료를 바꾸어 새롭게 개장하는 것만으로는 이를 진정한 리모델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최근 한국 교회는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교회는 예배당의 크기보다는 교회교육과 성도들의 교제를 위한 공간을 더 필요로 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에 대한 선교의 비전은 교회 안에 기독교 문화와 봉사를 위한 시설을 요구한다. 더욱이 열린 교회로의 지향은 이러한 교회당 내부시설은 물론 교회당의 형태까지도 과거의 폐쇄적이고 고답적인 모습을 벗어나 개방적이고 친근한 이미지의 교회당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교회당의 변신은 단지 예배당의 내장 개조나 부분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회당은 교회 사역을 위한 도구이고 그 환경이다. 따라서 교회당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과 경제성 그리고 교회사역에의 기능적, 환경적 적합성은 단순히 인테리어적 접근이 아닌, 종합적인 건축적 접근에 의해 판단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교회당 건축과 관련하여 논의되고 있는 리모델링의 문제는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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