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영등포구치소에서 출소한 이경수 씨가 어머니 최화자 씨
(51세)와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예외 없는 처벌 규정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훼손할 수 있어 위헌소지가 크다는 판결이 나왔다.

▲"양심에 따라 병역 거부했을 뿐입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1단독 재판부(박시환 부장판사)는 1월 29일 종교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이경수 씨(21. 서경대 3년 휴학)의 변호인이 제출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양심적인 병역 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병역법 88조 제1항 제1호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위헌여부가 판가름나게 됐다.

박 판사는 결정문에서 “병역의 의무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의무이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 역시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이라며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은 병역의 의무와 사상,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 경우로 양자를 적절히 조화해 병존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판사는 “현역입영거부자 처벌규정이 양심적 종교적 병역 거부자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된다면 사상과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이 훼손되는 것”이라며 “예외를 인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는 기본권의 보장을 규정한 헌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어머니 최화자 씨는 대체복무제가 조속히
마련되길 희망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또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을 포함한 수십개 국가에서 헌법 또는 법률로 병역거부와 대체 복무를 인정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나라도 종교적 신념을 위해 복역을 자청하고 있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헌법적으로 검토할 단계에 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판결에 따라 지난해 10월 22일 군 입대를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12월 19일 구속된 이씨는 병역법 위반 재판이 정지되면서 이날 오후 7시 수감됐던 영등포구치소에서 풀려났다. 풀려난 이씨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이번 판결이 희망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판결은 이씨와 같은 사유로 광주지방법원에 위헌소송을 신청 중인 정성옥 씨를 비롯해 7-8명 정도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다루는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수사가 무조건 구속에서 불구속 수사로 방향을 전환해 가는 추세인 것도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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