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없이 맑은 의사소통 -  비욘드 사일런스 (Beyond Silence, 1996)
감독: 카롤리네 링크
출연: 실비 테스튀드, 타타냐 트립

라라는 청각 장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여타 헐리웃 영화에 출연하는 인형같이 생긴 소녀는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가족을 몹시 소중히 여기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부모에게 자연의 소리와 감흥을 전해주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 라라의 가정은 대화가 몹시 불편하지만, 그것이 가족단절이나 불행의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라라는 음악에 놀랄만한 재능이 있다. 여덟살이 되는 생일, 유명한 클라리넷 연주자인 고모로부터 클라리넷을 선물받는다. 그날부터 라라에게는 자연의 소리와 무미건조한 일상의 소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소리의 세계를 만난다.

성장하면서 더욱 재능을 인정받은 라라는 베를린의 음악학교에 입학하려 한다. 그러나 가족이 떨어지길 원치 않는 아버지가 반대한다. 결국 라라는 아버지를 떠나 고모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입학 시험 당일, 기대치 않던 아버지가 라라를 찾아 시험장에 온다. 그는 자신이 들을 수는 없지만 라라가 좋아하는 음악을 이해하려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라라가 음악학교에 합격할 것이라는 암시와 함께 라라의 연주로 영화는 끝난다.

'비욘드 사일런스'에서는 청각장애인 부모를 등장시킴으로서 극단적으로 대화가 불편한 상황을 설정해 놓았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들은 몸짓과 표정, 그리고 이해의 힘으로 진심을 전달한다. 이것은 말보다 효력이 있다. 또한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아버지의 모습 역시 관객들에게 가족을 사랑하는 법에 관한 대안을 제시해 준다. 들을 수 없는 사람이 음악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만큼 극단적인 예는 많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가장 가깝기 때문에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한 가족.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맑은 성품과 의지로 가족간의 사랑을 넓혀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영화다.

대작은 아니지만 잔잔한 재미가 있는 영화다. 개봉 당시 독일에서 크게 흥행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98년 개봉 당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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