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대한민국, 박노자
ⓒ뉴스앤조이 김승범
박노자, 본래의 이름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 러시아 출신으로 한국인이 된 그는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 한국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나이는 이제 갓 30을 넘었다. 그러나 그의 한국사회에 대한 통찰은 놀랍다. 한국인들이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하나 하나 짚어내어 우리들을 일깨우고 있다.  

한국인으로 귀화한 그의, '이방인의 눈'으로 보는 한국사회의 모순들에 대해서 우리는 그 예리함과 진지함에 충격을 받을 정도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한국어 구사 능력이 한국인인 우리 들에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수준 있는 자리에 가 있다는 사실 또한 경이로울 지경이다. 이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쌓기 위해서 그가 얼마나 노력했을까,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한국이라는 사회에 대한 그의 탐구가 얼마나 깊게 이루어졌는가를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언어와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마치 다 알고 있는 듯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부끄러운 마음이다. 그의 박사학위 주제가 '가야시대'라는 것도 그의 한국사 인식이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해준다. 한국인 자신들도 제대로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분야에 대한 그의 학문적 관심은 한국사회의 정신적 뿌리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노자가 다루고 있는 한국사회의 문제들은 다양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세 가지 정도를 주목해서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그는 한국사회가 폭력에 깊이 길들여 진 사회라는 점을 주시한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폭력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을 통탄하고 있다. 일종의 전근대적 유산을 극복하지 못한 채, 폭력의 일상화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그는 지적한다. 가령, 군대의 경험이 사람들에게 폭력적 권위주의에 물들게 하고, 민주주의 정신과 자세를 가장 분명하게 확립해야 할 대학의 젊은이들 사이에도 그러한 유산이 지배하고 있는 것에 경악한다. 그는 일관해서 한국사회가 물질적으로는 근대적 단계를 통과했지만, 전근대적, 식민지적 자세를 탈피하지 못한 채 이러한 폭력적 사고를 반성하지 않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지적은 '병역에 대한 양심적 거부의 문제'까지 다루게 한다. 종교적으로 폭력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군에서 총을 잡는 것은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상한 모순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그의 논리가 한국사회의 현실을 외면하고 전개되는 것이라면 모르겠거니와, 한국사회의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을 가볍게 처리할 수 없게 한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이 모양이라는 그의 지적은 단순히 이방인 출신의 한국인이
한국사회에 대해서 비틀어진 심사로 비꼰 내용이 아니다. 자신이 선택한 새로운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고 새로워지기를 절절히 바라는 마음을 그의 책에서
우리는 읽게 된다.  ⓒ뉴스앤조이 김승범

종교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는 신랄하다. 일종의 종교패거리주의를 그는 예리하게 통찰하고 있다. 종교의 울타리 안에서 끼리끼리의 연을 맺어 그들만의 천국을 만들어 가는 한국사회의 종교적 독단과 자기 오만에 대한 그의 탄식은 우리들 기독교인들에게 만만치 않은 도전으로 다가온다. 생각과 견해가 다른 사람들까지 포용하면서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는 기독교가 그와는 달리, 배타적 자세를 가지고 자신의 기득권을 확보해나가는 것에 대해서 그는 일침을 가한다.

한국사회에서 기독교가 다수 종교이며, 한국사회의 상류층의 대부분이 기독교인들이라는 점에서 그의 이러한 종교비판은 한국사회 상층부에 대한 비판과 맥을 통하게 된다. 결국, 한국의 기독교 내지는 종교가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무수한 서민들의 아픔과 함께 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종교의 본래적 사명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폭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자세는 소수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이어지게 된다. 그는 몽골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 파키스탄 출신의 외국 노동자들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한국사회가 이들을 얼마나 천시하고 있는지를 치열하게 논박하고 있다. 소수자들을 경멸하고 핍박하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일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박노자의 한국사회 관찰은, 한마디로 폭력적 권위주의와 배타적이고 오만한 자기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나라가 된다.

물론 한국사회 전체가 다 그렇다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겠지만, 적어도 그러한 경향을 우리 사회가 깊이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한국사회는 민주적인 의식을 가지고 발전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이 모양이라는 그의 지적은 단순히 이방인 출신의 한국인이 한국사회에 대해서 비틀어진 심사로 비꼰 내용이 아니다. 자신이 선택한 새로운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고 새로워지기를 절절히 바라는 마음을 그의 책에서 우리는 읽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의 책은 우리들 모두에게 진지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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