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 14명이 교회 내부 문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다 출교와 제명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아 월간 <신동아> 10월호에 조용기 목사 긴급 인터뷰가 실렸다. 장장 15페이지에 걸친 '와이드 인터뷰'다.

이 인터뷰에서 조 목사는 장로를 무더기 제명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성과, 헌금과 재산이 전용되고 있다는 의혹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조 목사 인터뷰에서는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는 발언들이 감지됐다.  


"안수해 줘서 돈 모았다"

월간 <신동아> 10월호에 실린 조용기 목사 인터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국민일보 평생구독 기금 370억원을 어떻게 모았는지 설명하는 대목이 가장 놀라움을 주는 부분이다. 조 목사는 "내가 개인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1년 동안 교인들을 안수해 줘서 모은 돈이다"고 밝혔다.

조 목사의 이 얘기에서 "도대체 어떻게 안수해서 모금하지" "안수로 얼마나 모았을까" "안수 받은 사람은 또 얼마나 되지" 등의 의문이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이런 의문 중 가장 궁금한 것은 국민일보 평생구독 기금을 마련하는데 왜 안수가 동원됐느냐는 점이다.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자. 여의도도순복음교회 교인들에게 국민일보 평생독자가 되면 조 목사의 안수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어떤 위력을 갖겠는가.

사실 단순히 국민일보를 30년 동안 보기 위해 100만원이라는 돈을 투자하기보다, 안수를 받아 축복을 누리겠다는 동기가 더욱 클 지도 모른다. 더구나 세계 곳곳을 다니며 수많은 이적을 일으키는 영적 카리스마를 지녔다는 조 목사가 아닌가.

실제 순복음교회 교인 중에는 '국민일보 평생회원이 되고 안수를 받은 후 모든 것이 형통하는 축복을 누리게 됐다'는 식의 간증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간증을 듣는 많은 교인들도 국민일보 평생독자가 되어 조 목사 안수를 받겠다는 종교적 열망을 품게 될 것이다. 특히 '3박자 축복'이니 '오중복음'하며 '축복'을 유독 강조하는 순복음교회라면 그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다.

결국 순복음 교인들에게 국민일보 평생회원이 된다는 것은 조 목사로부터 안수를 받고 많은 축복을 누리는 지름길로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일보 평생구독자가 5만명에 이르고 370억원이라는 많은 돈이 모금된 배경은 조 목사의 안수와 무관하지 않다.

조 목사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안수해 줘서 모금했다"고 말한 것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조 목사의 안수가 갖고 있는 엄청난 위력에 대해 자신 스스로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조 목사는 안수로 얼마를 모금했을까. 조 목사가 안수해서 모금한 주 대상은 역시 순복음교회 교인들일 것이다. 국민일보 평생독자 5만명 중 순복음 교인이 절반인 2만 5,000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370억원의 절반인 185억원이 교인들로부터 나온 돈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물론 185억원은 단순한 가정을 통해 나온 액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조 목사는 국민일보 평생독자 중 순복음교회 교인이 가장 많다고 밝힌 만큼 370억원 중 순복음교회로부터 모금된 돈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만약 비 기독교인이 조 목사가 안수로 1백억대를 모금했다는 사실을 안다면, 조 목사를 마이다스를 능가하는 '황금의 손'을 가진 사람으로 바라볼 것이다.  

조 목사는 안수와 모금을 결부시켜 말했다. 그것도 기독교인은 물론 일반 독자들까지 폭넓게 읽고 있는 유력 월간지를 통해서 말이다. 그러나 모금의 목적이 아무리 선한 것일지라도 속죄와 축복을 상징하는 거룩한 의식인 안수를 돈과 연결시킬 수는 없다. 더구나 안수했던 손이 '마이다스의 손'처럼 거액을 만들어 내는 수단처럼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는다면 그것은 이미 기독교 진리로부터 동떨어진 것이다.      

사도행전에는 안수와 돈이 어떤 관계인가를 설명하는 구절이 있다. 사도행전 8장 18절부터 21절까지의 구절이다. "시몬이 사도들의 안수함으로 성령 받는 것을 보고 돈을 드려 가로되 이 권능을 내게도 주어 누구든지 내가 안수하는 사람은 성령을 받게 하여 주소서 하니 베드로가 가로되 네가 하나님의 선물을 돈주고 살 줄로 생각하였으니 네 은과 네가 함께 망할지어다. 하나님 앞에서 네 마음이 바르지 못하니 이 도에는 네가 관계도 없고 분깃 될 것도 없느니라."


"장로 14명은 수에도 들지 않는다"

<신동아> 기자는 14명의 장로들이 출교와 제명을 당한 상황을 놓고 "그렇게 사상 유래가 없는 징계를 했습니까" 하고 질문했다. 조 목사의 대답은 이렇다. "징계라고 해 봤자 십수명에 불과합니다. 1,400명 장로 가운데 그 정도는 수에도 들지 않아요."

조 목사가 말한 1,400명의 장로 중의 14명은 공교롭게도 100명중 한 명 꼴이다. 과연 100명 중의 한 명의 성도, 그것도 장로 직분을 갖고 있는 교인이 그에게는 결코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인가.  

그렇다면 조 목사는 70만명의 교인이 다니는 세계최대 교회를 지도하면서 어느덧 작은 것은 보지 못하고 큰 것만 보는 '거대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신약성경 누가복음 15장의 '잃아버린 양' 구절을 인용해 보자. "만일 어떤 사람이 양 일백 마리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길을 잃었으면 그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두고 가서 길 잃은 양을 찾지 않겠느냐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찾으면 길을 잃지 아니한 아흔아홉 마리보다 이것을 더 기뻐하리라. 이와 같이 이 소자 중에 하나라도 잃어지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니라."
  
물론 조 목사는 14명의 장로들에게 여러번 회개하고 돌아서라고 말했을 것이고 이들이 듣지 않았기에 불가피하게 중징계를 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불가피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필자는 이 구절을 보면서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조 목사의 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양들을 내치는 목자의 가슴앓이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대통령의 눈과 현철이의 눈알을 뽑으십시오"

한편 조 목사 인터뷰 내용 중 김영삼 대통령과 관련된 한 구절에서 눈길을 줄 만한 대목이 발견된다. "김영삼 대통령에게 당신의 눈알을 하나 뽑고, 현철의 눈알을 하나 뽑으세요 하고 말했습니다. 현철이의 눈알을 하나 뽑는 것은 대통령이 현철이를 직접 체포하는 일이고, 대통령의 눈알 하나를 뽑는 것은 당시 김대중 야당 총재와 타협하고 대화하는 일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아들을 잡아넣으면 국민들이 동정하지만 검찰이 잡아넣으면 국민들이 동정하지 않아요. 그때 그 이야기를 하고 나서는 대통령한테 밉보였던지 한동안 청와대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조 목사는 또 "김 대통령으로서는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당시 목사 외에는 누가 그런 말을 하겠습니까" 하고 자신이 대통령에게 한 말에 대한 자부심까지 표현했다.

그런데 현재 조 목사와 큰아들 조희준씨와 관련된 교회 안팎의 의혹을 감안한다면 조 목사는 이제 김 대통령에게 했던 말을 그 자신에게 그대로 적용해야 할 시기인지도 모른다.

즉 세계최대 교회 지도자 조 목사의 큰아들 조희준씨가 선정적 매체인 스포츠투데이 창간에 이어 현대방송 인수, 그리고 파이낸셜뉴스 창간 등 잇단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그것이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만큼, 이제 아버지의 위엄으로 그의 행동을 제지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곧 그것은 아들의 눈을 빼라고 대통령에게 말했던 것처럼 그 자신도 아들의 눈을 빼는 용기있는 행동이 될 것이다.  

또 조 목사 자신도 교회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장로들이 제기한 여러 의혹을 투명하게 밝히고, 자신의 한 눈을 뽑는 심정으로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는 기쁨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조 목사는 인터뷰에서 이들 장로들이 자신의 '가시'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가시를 완전히 뽑아버렸을 때 그것은 이미 가시가 아니다. 바울이 일평생 자신의 가시를 안고 산 것처럼 조 목사도 자신 근처의 가시를 통해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더욱 개혁적이고 바람직한 교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기자는 조 목사에게 밉보일지도 모른다. 조 목사가 김 대통령에게 밉보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기독교인의 한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조 목사에게 이런 말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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