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대체복무 도입 움직임은 지난해 12월 불교신자 오태양 씨의 병역거부 선언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와 유사한 분단 상황에 놓여 있는 대만은, 2000년 7월부터 치엔시치에(簡錫皆)의원의 활약에 힘입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이 우리나라 못지 않게 가혹했다. 보통 7년형 이상을 선고받고 4년 이상 복역해야 비로소 군 면제가 이루어졌다. 대만에서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는 중국과의 대치라는 안보 상황에서 공론화되지 못하다가 90년대 초반 감군 계획과 더불어 서서히 공론화해 현재에 이른 것이다. 현재 대체복무자들은 경찰, 소방업무, 의료서비스, 환경보호, 교육봉사 등의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여호와의 증인 25명과 스님 3명이 이 제도에 따라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    

한편,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징병제가 없는 나라는 미국, 영국, 일본, 호주, 카나다, 인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69개 국가이고, 징병제가 있지만 대체복무 혹은 군대 내에서의 비무장 복무를 인정하는 나라가 독일, 덴마크, 프랑스, 핀란드, 리투아니아 등 25개 국가, 우리나라와 같이 양심에 따른 집총거부와 대체복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나라들은 중국, 캄보디아, 터키, 이라크, 페루 등 48개 국가이다.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보면 징병제를 도입한 나라 중 양심에 따른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가 인정하는 나라보다 2배 정도 많은 셈이다.

양심에 따른 집총거부권이 최초로 헌법에서 보장된 사례는 1776년 미국 펜실바니아주 헌법이다. 이 후 미국 각 주에서 유사한 헌법이 차례로 제정되었다. 유럽을 보면, 1916년 영국에서 가장 먼저 대체복무법이 제정된 후,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지로 확산되었다. 러시아를 비롯해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등의 동구권 국가들도 체제붕괴 이후에 집총거부권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제기구는 유엔 인권위원회이다. 인권위는 1998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박해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여 이를 각 나라에 권고하고 있다. 유럽 역시 인권규약을 통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보호하고 있으며 대표적 국제인권단체인 엠네스티도 이 문제를 인권 문제로 인식하고 병역거부자가 투옥되었을 때, 이를 양심수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나열한 단체들 모두가 강제적인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강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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