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언

1. 들어가며
  
장애인 문제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거기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전반적으로 매우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당연히 앞장서서 돕고 보살펴야 할 교회들마저 그들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일 때가 적지 않음을 보게 된다. 상당한 교회들이 장애인 관련 사업들을 펼치고 있고, 전체적으로 기독교가 다른 종교나 단체들에 비해 월등하게 많은 장애인 관련 일들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성경적 교훈의 강도에 비추어 본다면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기독교는 장애인을 외면하거나 멀리할 수 없는 운명적 관계에 놓여 있다. 신·구약성경의 많은 말씀들이 그 점을 밝히고 있고, 예수님께서 세상에 계시는 동안 가르치시며 실천으로 보여주셨던 사실이 또한 그렇다. 육신의 질병과 장애는 인간이 세상에서 겪는 고통 중 가장 큰 고통이라 할 수 있고 교회는 그 고통을 외면할 권리가 없다. 그 고통에 동참하여 함께 짐을 나눠 져야할 책임과 의무만 부여되어 있다. 이것이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등 수 많은 말씀들을 통해 예수님이 우리에게 강조하신 교훈인 것이다.

그러면, 과연 성경엔 장애인에 대한 기록이 얼마나 많이 수록되어 있을까? 또 무엇을 말씀하며 무엇을 가르치고 있을까? 하나님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며 그들의 고통에 대해 어떤 설명을 하고 계실까? 그들과 관련하여 교회와 성도들에게 주시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가? 교회는 어떤 신학과 신앙적 가치로 그들을 돕고 섬겨야 하는 것일까? 궁금하기 짝이 없는 의문들이지만 그런 것을 명쾌하게 대답해줄 책이나 사람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유독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가르쳐줄 만큼 준비된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날마다 기독교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런 저런 학회에서 발표되는 논문들도 줄을 잇지만 장애인 관련 주제를 다루는 신학 논문은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다. 전부는 아니지만 실용주의 가치와 주류중심 사고가 판을 치는 한국 교회의 현재 분위기에서, 소위 상품성이 없는 그런 비인기 주제에 시간과 마음을 투자할 연구자가 나타나기 어려운 것이다.

본 연구는 성경 속에 나타난 장애인 문제를 파헤쳐 그 특징과 교훈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작년에 4복음서에 나타난 장애관련구절들을 분석한 바 있거니와, 본 연구에서는 구약성경에 나타난 장애관련구절들을 총괄적으로 탐구해보려 한다. 이 짧은 글에서 모든 내용의 의미와 신학적 관계성을 다 다루기란 어렵기 때문에, 우선 구약성경 장애관련구절 연구의 첫 단계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개괄적 분석과 함께 특성별로 분류하는 것만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자 한다.

사실 신약성경 때도 같은 경험이었지만 구약성경의 장애관련 기록을 연구하는 일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으며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장애인 선교사역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사명감과 책임 의식이 아니고서는 이런 종류의 연구는 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장애와 관련된 구약성경의 기록에는 애매한 의미의 단어도 많을 뿐더러 성경을 기록하던 당시와 지금은 표현이 다르고 병을 진단하는 기준도 달라 정확한 이해를 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원문, 영어번역, 주석 등을 참고하며 정밀한 분석과 분류를 하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이런 종류의 선행 연구가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 큰 고충이었다.

2. 용어 정의

2003년에 개정된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법은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정의하고 그 인정 범위를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지적장애, 신장장애, 심장장애, 정신장애, 발달장애, 뇌병변장애, 호흡기장애, 간장애, 안면장애, 장루·요루장애, 간질장애 등 15영역으로 구분했다. 개념적 정의가 전제되어 있긴 하지만 결국 그 15경우만이 신체적·정신적 장애이고 그 경우에 처한 사람만이 장애인이라는 뜻이다. 이렇듯 법률에서 정한 장애인의 정의는 그것이 곧 정부의 재정적 지원의 범위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건이나 대상이 많이 제한되어 있으며 또 시대에 따라 경제적 수준에 따라 그 한계가 다르게 변화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1989년에 개정된 장애인 복지법에서는 장애에 대한 정의가 시각장애, 지체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정신지체장애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가 동법의 1999년 개정 때에 신장장애, 심장장애, 정신장애, 발달장애, 뇌병변장애를 추가하였고, 그리고 2003년 개정에서 다시 5종이 추가되어 현재의 15영역으로 된 것이다. 이 법률적 정의는 경제적 여건에 영향을 받는 것이므로 나라마다 다르게 정해지며 대체로 선진국은 정의의 범위가 넓고 후진국은 그 범위가 많이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장애 또는 장애인에 대한 이 법률적 정의는 학문적으로 받아들여 일반화하기엔 상당한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본 연구는 ‘장애’를 ‘사람에게 고통을 주며 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되는 신체적·정신적 불완전 상태’로 규정하고, ‘장애인’은 그런 상태를 지닌 자, 즉 ‘사람에게 고통을 주며 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되는 신체적·정신적 불완전 상태를 지닌 자’로 정의한다. 일견 법률적 정의와 비슷해 보이지만 ‘본인에게 고통이 되는가’와 ‘일상생활에 지장이 되는가’의 여부를 기준으로 하고 그럴 경우 종류나 정도에 상관없이 장애로 보기 때문에 그것과는 분명한 차이를 갖는다.

즉, 본 연구는 우리나라 현행 사회복지법이 정한 15종류의 장애처럼 신체적·정신적 기능 저하가 오래 동안 고정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질병이나 외상과 같이 증세가 진행 중인 일시적 기능손상까지도 ‘장애’로 포함시킨 것이다. 법률에서는 신체적·정신적 기능 저하의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된 경우를 장애의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증세가 아직 진행 중인 질병이나 상처를 장애에 포함시키지 않지만, 일시적 질병이나 상처일지라도 사람에게 고통과 아픔을 주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으므로 학문적으로는 그것들을 같은 ‘장애’로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 그것이 구약성경 전체에 흐르고 있는 정신이기도 하며 복음서에서도 예수님이 그 두 경우를 차이 없이 접근하셔서 동일한 안타까움으로 치료해주시는 내용이기도 한 것이다.

본 연구는 구약성경의 모든 장애관련 기록을 분석함에 있어 ‘장애단어’, ‘장애구절’, ‘장애관련 구절’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장애단어’란 ‘장애인’은 물론 장애인이 되게 하는 ‘정신적·신체적 조건’까지를 포괄하는 의미의 용어로 사용한다. 즉, 절뚝발이, 귀머거리 등 장애를 지닌 사람은 물론, 온역, 상처, 상함 등과 같이 장애의 요인이 되는 상태까지를 포함해서 사용하는 말이다. ‘장애구절’이란 ‘장애단어’를 직접 포함하고 있는 구절을 말하고, ‘장애관련 구절’이란 직접 ‘장애단어’는 가지고 있지 않을지라도 어떤 ‘장애구절’의 앞 뒤 혹은 중간에서 그 ‘장애단어’ 혹은 ‘장애구절’을 서술하거나 설명하는 구절들을 말한다.

또 본 연구는 ‘케이스(case)’란 말을 사용한다. 어떤 장애관련 기록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대에 벌어진 경우를 원칙적으로 한 케이스로 보며, 또 단순한 언급일지라도 한 번 언급된 것을 한 케이스로 취급한다. 그러나 바로 연결되어 기록되었거나 한 곳에 집중적으로 서술되어 있는 경우 내용과 종류가 다를지라도 사건의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편의상 하나의 케이스로 간주했다.

주의할 것은 구약성경에는 ‘장애단어’가 장애 자체의 문제가 아닌 다른 목적의 용도로 사용된 경우가 여러 곳에 나와 있다. 가장 많은 예는 비유적 용도로 사용된 경우이다. 또,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의 흠을 지적하시면서 장애단어를 사용한 경우이다. 그것들은 실질적인 장애의 문제가 아니므로 본 연구의 주제와는 무관한 것이며, 그래서 본 연구에서는 당연히 고려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며 모든 장애관련 통계에서 제외시켰음을 밝힌다.

이재서 / 세계밀알연합 총재·총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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