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장로회 제주노회가 제주 4·3 61주년을 앞두고 평화기행을 기획했다. 북촌리 위령비 앞을 지나고 있다. ⓒ장태욱

4월이 가까워지자 제주4·3의 아픔을 추모하기 위한 각계의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제주노회의 교회와사회위원회(위원장 송영섭 목사)가 '제주 4·3 평화기행'을 기획했다.

3월 30일 정오부터 31일 오후 4시까지 이어진 평화기행에는 목회자를 포함해 도내·외 기독교인 36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 정부의 일제고사 일정과 겹치는 시기에 진행된 기행에 체험학습 차 참여한 어린이들도 포함되어 있어서 미묘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기행 안내는 제주4·3연구소 김창후 상임이사가 맡았다. 30일 12시경 제주공항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맨 처음 조천읍 북촌리로 향했다. 조천읍 북촌리는 4·3 당시 하루 500명 가까운 인원이 집단 학살되어 가장 잔인한 피해를 당한 마을로 기록되었다.

▲ 김창후 이사가 이번 평화기행 안내를 맡았다. ⓒ장태욱

북촌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북촌초등학교→너분숭이→옹팥밭으로 당시 학살 경로를 따라 현지답사를 이어갔다. 너분숭이에 도착하자 위령비에 참배를 올린 참가자들은 아기무덤에서 불쌍하게 죽은 어린 아이들을 추모했다. 그리고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순이삼촌비'와 최근 개장을 앞두고 있는 '너분숭이 4·3기념관'도 미리 둘러봤다.

이번 기행에 참여한 김지목 목사(은평교회)는 "기행을 통해 제주 4·3과정에서 피해를 당한 제주도민들의 억울한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며 "제주4·3에 대해 축소나 왜곡 없이 모든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길 바라며 그동안 제주도민들의 가슴에 맺힌 원한이 풀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참가자들은 북촌리 애기무덤 앞에서 당시 불쌍하게 죽은 아기들을 위로했다. ⓒ장태욱

참가자들은 30일 북촌리-4·3평화기념관-다랑쉬마을-다랑쉬굴-용눈이오름 등을 답사했고 31일에는 남원무장대무덤-현의합장묘-섯알오름 학살터-백조일손지묘-알뜨르비행장-삼밭골 잃어버린 마을 등을 차례로 답사했다.

이번 행사는 기장 제주노회가 제주4·3 61주년을 맞아 기획한 '제주4·3, 2009 끝나지 않은 평화의 노래' 프로그램 일부분이다. 제주노회는 평화기행에 앞서 3월 29일 오후 4시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기독교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주4·3평화예배를 올리기도 했다.
 

▲ 기장 제주노회는 지난 3월 29일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4·3평화예배를 올렸다. ⓒ장태욱

행사를 기획한 송영섭 목사는 "최근에 기독교가 사회에 대해 제 역할을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부정한 일에 앞장서서 사회적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며 "교회가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제주4·3사건 역사바로세우기 대책위', '제주4·3폭동진압 전우회', '재향군인회', '경우회', '성우회' 등 보수단체들은 "4·3희생자 1만3564명 중 1540명에 대한 희생자 결정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그런데 그 소송의 핵심에는 '제주4·3사건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이선교 목사가 있었다.

이 목사는 그 외에도 "4·3희생자 1만3548명은 모두 폭도", "4·3평화공원은 친북·좌파 양성소", "4·3조사보고서는 가짜" 등의 망언을 일삼아 4·3유족들로부터 손해배상청수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기장 제주노회가 기획한 평화기행은 제주도민과 4·3단체들이 보수 기독교인들에 대한 불신과 반발심이 강하게 조성되어 있는 상황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어서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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