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위보다 낮고 장군보다 높다'는 마음으로 군에서 일했다네"

4년을 군목으로 사역하고 전역하여 성공적인 목회를 하고 있는 친구 S의 이 한마디를 나는 화두처럼 생각하며 20년을 현역군목으로 사역하였다.

후보생시절에 귀가 아프도록 훈육관들로부터 들은 말은 "여러분은 성직자이기전에 군인임을 명심하라"였고 후보생들은 "우리는 군인이기전에 성직자"임을 되뇌이며 갈등을 경험했다. 군이라는 특수사회에서 군의 질서를 존중하며 따르면서 군목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예수님의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는 말씀이 얼마나 적절한 말씀인가를 깨달았다.

어떤 군목은 부대회식 시간에 지휘관이 억지로 술을 권하니까 술잔을 들어 지휘관의 얼굴에 홱 뿌리며 "사탄아! 물러가라" 했단다(아마도 그 군목은 임관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 실수를 했을 것이다). 아무튼 예전에는 부하라면 그가 목사이든, 보병장교이든 구별없이 술을 마시게 하고 술을 마시지 않을 경우 충성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지휘관도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지휘관에게도 살려주어야 할 권위와 체면이 있는데 공개적으로 모욕을 준 것은 큰 실수이다.

어떤 군목은 지휘관을 비롯한 상관들에게는 성직자로 대접받기를 원하고 자기보다 낮은 계급의 장병들은 계급이나 지위로 억누르려 하는 경우도 있다.또 어떤 경우에는 지휘관이나 상급부대 참모에게는 비굴할 정도로 충성을 표하면서도 군종병이나 타장병들에게는 군림하려 하거나 모질게 군기를 잡으려 한다. 업무를 바르게 익혀 최선을 다해 군선교에 임하려는 의도에서인 경우가 많지만 의욕이 앞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오죽 견디기 힘들었으면 어떤 군종병은 자해를 하고 군병원에 입원을 하기 까지 하였을까. 물론 대다수의 군목들은 아주 바람직하게, 최선을 다하여 군선교 사역에 임하고 있다.

비인간적인 계급사회요, 무력집단인 군대사회에서 군목은 보다 더 인간적으로, 겸손하고 부드럽게, 모성적 목회를 하는 것이 군에도 기여하고 많은 잃어버린 영혼도 구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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