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라앙 아리라앙 아라아리이요오 아리라앙 고오개에로오 넘어간다..."

아무리 타국 만리에서 반세기 넘게 살았다고 해도, 어쩌면, 처녀로 성장할 때까지 근 스무 해를 써오던 우리말을 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정신대(挺身隊)로 끌려갔다가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먼 이국 땅에서 50여 년을 보내고 최근에 극적으로 돌아 온 어느 할머니가 부르는 노랫가락이다. 우리말은 한 마디도 못하면서 '아리랑'은 구슬프게 부를 줄 안다. 말은 잊었는데 노래는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살아난다. 그런데, 그것이 '아리랑'이다.

미국연합장로교회의 찬송가 346장을 보면, "주님은 하나님의 충만하심"이라는 찬송이 있다. 영어 제목은 "Christ, You Are the Fullness"라고 되어 있고, 그 밑에 ARIRANG(아리랑)이라고 영어로 쓰여있다. 미국연합장로교회 찬송가에 우리의 한국 민요 아리랑 곡이 들어 있는 것이다! 우리도 감히 우리의 아리랑 곡에다가 우리의 하나님 찬양을 싣지 못하고 있는데, 미국연합장로교회가 이런 일을 하였기에 한 편으로는 신기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세속적인 노랫가락을 찬송에 도입해도 되는 것인지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영어가사는 "그는 보이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형상이요 모든 창조물보다 먼저 나신 자니..."라고 하는 골로새서 1장 15절 이하의 말씀을 근거로 하여 작사한 것이다. 미국연합장로교회 찬송가의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Christ, You are the fullness of God, first born of everything.
For by You all things were made; You hold them up.
You are head of the church, which is your body.
First born from the dead. You in all things are supreme!

Since we have been raised with You, Lord, help keep our heart and minds.
Pure and set on things that build Your rule over all the earth.
All our life is now hidden with You in God.
When You come again we will share Your glory.  

Help us live in peace as true members of Your body.
Let Your word dwell richly in us as we teach and sing.
Thanks and praise be to God through You, Lord Jesus.
In whatever we do let Your name receive the praise!

위 가사를 다음과 같이 우리말로 번안(飜案)하여 '아리랑'에 실어 본다. 곡조의 세속성은 친밀감으로 바뀌고 가사의 장중(莊重)함은 가락의 흥겨움과 조화를 이루어, 흥겨운 신앙고백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주님은 하나님 형상이시오
    만물 중에 으뜸이신 창조주시라
    부활하시어 다스리시니
    주님은 교회의 머리이시라
    
    주님과 더불어 새로 태어나
    성령 님 모시는 새 생활이라
    성령 열매를 풍성히 맺어
    주님 다시 오실 때 반겨 맞으리

    주님의 지체된 우리 몸이
    생명의 말씀을 먹고사니
    감사합니다 찬양합니다.
    주님 이름 높이며 살렵니다

골로새서 1장 15절에 "그는 보이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의 형상이요 모든 창조물보다 먼저 나신 자니"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예수님을 "모든 피조물보다 먼저 나신 자"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서 이것이 예수님의 피조성(被造性)을 말하는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이들이 있다. 원어인 그리스어 표현 "프로토토코스 파세스 크티세오스"는 "모든 피조물의 첫 탄생(first born of all creation: RSV)"이라는 압축된 표현이다. 번역에 따라서는 "모든 피조물 위에 으뜸이신 맏아들(the first born Son, superior to all created things: GNB)"이라고 번역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본문의 전체 문맥을 읽지 않고, 다만, '나셨다 (born)'라고 하는 낱말 하나에만 집착하는 쪽에서는 그리스도도 피조물 중에 속한다는 주장을 한다. 문맥을 보면 바로 다음절에 "(16) 만물이 그에게서 창조되되 하늘과 땅에서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왕권들이나 주권들이나 통치자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 (17) 또한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고 하여 그리스도는 창조자이지 피조물이 아님을 분명히 말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말 번역에서 '먼저 나셨다'고 할 때 그 '먼저'는 '으뜸'을 뜻하는 것이고, '나셨다'는 것은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관계가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가 아니라,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독특한 관계를 부모 자식의 관계로 표현하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이 노랫말 번역에서는 '창조물보다 먼저 나신 자'를 '만물 중에 으뜸이신 창조주시라'라고 불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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