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것 한가지 기도의 삶, 헨리 나우웬  ⓒ뉴스앤조이 김승범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도무지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이 책을 통해서 기도의 위대함, 신비감, 오묘함, 영원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기도가 내 마음을 열어 내 안에 임재하신 하나님을 보게 하고, 나를 골방에 갇혀 있게 하지 않고 이웃과 세계와 공동체 속으로 연결시켜주며, 마침내 그리스도 안에서 참 자유를 얻게 하는 것이라면, 나는 기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말한다. 기도 없는 신앙은 불가능하며, 우리의 삶은 기도의 삶이어야 한다고.
  
20세기 영성운동의 대가라 일컫는 헨리 나우웬이 지은 <기도의 삶>은 우리에게 기도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전달해 주지만, 그 깊이와 넓이는 대단한 것이며 참으로 심오하여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영적 감동이 있다. 그러기에 나는 본서를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꼭 읽고 묵상해야할 '기도의 복음서'라고 말하고 싶다.


기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참 자유를 얻게 한다

본서에서 나우웬은 기도는 내 삶의 일부, 내 시간의 일부를 드리는 지극히 습관적이고 요식적인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혁명적인 행위라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양식을 모두 재평가해 자신의 옛 자아를 내려놓고 새 자아인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 자신의 전존재를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는 종교 행위이기 때문이다. 기도란 자신의 것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에 대해 죽는 행위이며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거듭남의 행위이다.
  
그래서 기도는 이 세상에 속해있으나 이 세상에 갇혀 있지 않고 이 세상의 사람이나 하나님의 사람이 되게 하며, 이 세상에 머물러 있으나 하나님 나라를 미리 맛보게 하는 위대한 신비이다.
  
본서는 우리로 하여금 어디에도 매여있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참 자유를 누리게 하는 기도야말로 어떤 신학이나 교리, 설교보다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나우웬은 기도란 그 어떤 것에도 매이거나 갇혀 있게 하지 않고 끊임없이 걷는 길이요 순례의 여정이라고 말한다. 기도의 여정 동안 언제나 새로운 하나님을 대면하는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참 자유를 누리기 때문이다.


기도는 내 안에 임재하신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

나우웬은 기도란 한 마디로 하나님 안에서 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하나님은 내 안에 임재하신 하나님이다. 기도는 하나님이 내 안에 살아 계셔서 나를 살리고 나를 이끄시는 하나님임을 알게 한다. 기도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이 나보다 나와 더 가까이 계시며, 나 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이심을 안다. 그래서 나우웬에게 있어서 기도란 모든 시간 모든 장소에서 끊임없이 하나님의 임재를 연습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깨닫는 것이다.
  
기도 훈련을 통해 우리는 내 안에 계신 하나님께 눈뜨게 되며, 하나님을 내 맥박과 호흡 속으로, 내 생각과 감정 속으로, 청각과 시각과 촉각과 미각 속으로 우리의 전 존재로 받아드리도록 한다. 그래서 비로소 우리의 기도를 통해 우리의 머리의 생각과 가슴의 체험을 모두 비울 때 우리 안에 거하시는 하나님을 보게 된다. 기도하는 자는 우리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기도하시는 하나님의 영임을 깨닫게 된다.

기도는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이다

기도는 호흡과 같다. 우리의 호흡이 중단되면 목숨을 잃듯이 우리가 기도를 중단하면 우리의 영혼은 곧 죽은 것이다. 나우웬은 바울의 권고처럼 밤이나 낮이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일할 때나 놀 때나, 쉬지 않고 중단 없이 기도하라고 권고한다.
  
나우웬은 순례자로서 러시아를 돌던 농부가 "저를 불쌍히 여겨주소서"라는 예수의 기도를 간절히, 더 간절히 쉬지 않고 되풀이하던 어느 날, 기도가 저절로 입술에서 가슴으로 옮겨가는 것처럼, 입술이 아니라 그저 마음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는 심오한 기도, 신실한 기도를 말한다. 이러한 신실한 기도를 하노라면 기도의 삶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기도는 우리가 시간이 있을 때 하는 여가도 아니며 주일 아침이나 식사시간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기도는 곧 삶이다. 기도는 먹고 마시는 것, 움직이고 쉬는 것, 가르치고 배우는 것, 놀고 일하는 것이다. 기도는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스며든다. 기도는 우리가 있는 곳에 하나님도 함께 계시다는 끊임없는 인식이다. 이렇게 기도의 삶은 사도바울의 고백처럼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갈 2:22)이다. 이제 비로소 기도를 통해서 내 삶이 거룩해 지고 아버지께서 사시는 은총의 삶이 된다. 이것은 기도를 통해서 가능해 진다.


기도는 행동하게 하며 이웃과 세계와 연대하게 한다

나우웬은 기도와 행동은 절대 상충되는 것이나 상호 배타적인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행동 없는 기도는 무력한 경건주의로 변질되고 기도 없는 행동은 의심스런 조작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기도와 행동은 반드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도를 행동 없이 은밀하게 골방에서 하거나 기도를 하면 할수록 타인과 문을 닫고 세상과 단절하려는 것은 기도의 본질을 잊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마음과 가까워질수록 세상의 마음과 가까워지며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져야 한다. 그래서 기도처럼 우리의 행동도 이 세상 중에 거하시는 긍휼하신 하나님의 임재의 표출이 되어야 한다.
  
기도를 통해 내가 거하는 곳에 하나님이 나와 함께 거하시며, 하나님이 나와 함께 거하시는 곳에서 나는 내 모든 형제자매를 만난다. 긍휼의 삶의 가장 강력한 체험 중 하나는 자신의 마음을 온 세상을 끌어안는 치유의 공간으로 넓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을 위한 기도는 어쩌다 한번씩 연습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긍휼을 품은 마음의 심장박동 자체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은 그들을 나의 일부로 삼는다는 뜻이다. 그들의 아픔과 고통과 불안과 외로움과 혼돈과 두려움이 내 가장 깊은 내면에 스며들게 한다는 뜻이다. 기도란 그들과 내가 내적 일체감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기도란 고금을 뛰어넘어 전세계 하나님의 사람들과 연합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영생하는 삶

▲기도의 삶은 지금 여기에 임재하신 하나님과
영생의 삶을 사는 것.  ⓒ뉴스앤조이 김승범
나우웬은 기도의 사람은 영생에 시선을 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영생이란 '내세' 혹은 '죽음 후의 삶'이 아니다. 그는 사후에 내 모습이 어떻게 될까 고민하는 것은 한마디로 잡념이요 집착에 불과하다. 기도하는 사람의 목표가 영생이라고 한다면 그 삶은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영생이란 하나님 안의 삶이고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이며, 하나님은 지금 여기 내가 있는 곳에 계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라 산 자의 하나님이시기에 삶과 죽음의 구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나님께 속한 자에게 죽음은 세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기도의 삶의 목표가 영생이라면 그것은 머나먼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현재 순간에, 지금 여기에서 다다를 수 있는 목표이다. 우리 심령이 이 거룩한 진리를 이해하고 받아 드릴 때 우리는 지금 영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기도의 삶은 지금 여기에 임재하신 하나님과 영생의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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