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음으로 간음했습니까? 죽이십시오. 나는 마음으로도 안 한 사람입니다."

마음으로도 간음을 안 했다니 재림주가 맞다. 그러나 기독교복음선교회(CGM·일명 JMS) 정명석 총재는 "나는 메시아가 아니다. 재림주라고 가르친 적도 없다"고 발뺌했다. '정명석이 재림주인지 여부'가 재판에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해지자, 2심 막바지에 '재림주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7일 갑자기 정명석은 옥중설교문을 '오직 하나님과 예수님만 주가 되고 주님이 된다'로 정했다. 정명석은 설교에서 구약 시대는 아브라함에게 '주'라는 표현을 썼으며 각 신흥종교는 창시자를 '주여' 하며 메시아로 불렀다고 설명했다. 정명석은 자신을 총재나 선생으로 부르라고 못 박았다.

"선생을 보고 섭리역사를 시작한 창시자라고 하여 주인이라고 하며 '주여'하는 자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들입니다. 선생을 보고 말씀의 주인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말씀을 듣고 '주여'라는 말이 나와도 꼭 주님이신 예수님을 생각해야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설교가 나간 지 한 달 정도 지난 1월 1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변호인들은 정명석에게 "피고인은 자신이 메시아라고 가르친 적 없죠?"를 수차례 강조해 물었다. 시나리오가 들어맞았다. '준강간죄' 요건이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여야 한다. 상대방을 구세주로 여겼기에 저항할 수 없었다는 피해자에게 할 말이 없어지자, 정명석은 친히 구세주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눈물겹다.

 

▲ 정명석이 강의 중에 '달동네에 구주가 났는데 월명동에 선생님이(내가) 났다'고 말한 장면. (그것이알고싶다 동영상 캡처)

"루터는 개혁적, 정명석도 개혁적"

정말 정명석은 재림주가 아닐까? 검사는 정명석이 친히 JMS 교리 30개론을 강의하는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다.

JMS 교리에서는 구약시대의 마지막 선지자, 말라기가 죽은 후 400년 만에 예수가 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정명석은 루터를 신약의 선지자라 가르친다. 신약의 선지자 루터가 죽은 1546년에서 400년 후에 재림주가 난다고 말한다. 1945년이거나 양력, 음력 따져서 1946년생이 대상이다. 정명석은 음력 1946년 2월 17일생이다. 

 
정명석은 재림주가 올 시간과 자신이 태어난 해가 같다고 말한다. 즉 구약의 마지막 선지자 말라기가 죽은 후 400년 만에 예수가, 신약의 선지자 루터가 죽은 후 400년 만에 자신이 태어났다는 것이다. 예수와 재림주를, 루터와 말라기를 시간상으로 동등한 위치에 놓았다. 그러나 변호사는 정명석이 루터와 정명석을 동일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뜬금없는 한 마디를 던졌다.

"루터는 개혁적인 목사다. 정명석도 일반 교회에서 해석하는 것과 달리 합리적·개혁적으로 성경을 해석한다"고 두둔했다.

정명석은 자신을 재림주로 가르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정명석에게 신도들이 주님이라고 부르냐고 물었다. 정명석은 "그런 말 민망해서 어떻게 듣습니까? 한 번이라도 못 듣죠."하고 발뺌했다. 그러나 신도들끼리 얘기할 때 "우리 주님, 우리 메시아님. 우리 그리스도님"이라고 말한 적 없냐는 질문에는 "그야 있죠. 우리 교인들에게 강요 못 해요" 하고 말했다. 

목회하면서 단 한 번도 여성들과 성관계나 성 접촉이 없었냐는 질문에 "걸레를 하나님께 어떻게 드리나", "성적 장애가 있지만 지금 지켜보는 제자들이 많아 자세한 것은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정명석은 처음부터 끝까지 성 행각 의혹을 극구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너무 무서워서 살 길 찾으려고…."

두려움에 떠시는 2009년의 주님을 보라. 정명석은 협박으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진술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정명석은 검찰 조사에서 "침실에서 자매인 A, B에게 팔베개를 하고 안아줬다"고 했다가 "팔베개를 한 적 없다. 그렇지만 잠든 상태에서 일어난 일은 모른다"고 번복했다. 검찰 조사에서 "목욕탕에서 샤워하고 있는 C에게 다가가 밑을 깨끗이 씻으라고 비누칠을 해줬다"는 진술을 바꿔 "C에게 비누를 쓰라고 건네준 적은 있다"고 말했다. 또 "D, E, F는 벗고 수건으로 아래만 가리고 피고인이 순간적으로 바지를 내려 모두가 알몸인 상태에서 여자들을 안아줬다"고 진술했다가 "그런 적 없다"고 번복했다.

정명석은 두려워서 허위진술을 했다며 중국 공안이 협박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중국에서 송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이 없고 여전히 두려운 상태라 검찰에서도 똑같이 진술했다는 설명이다. 

정 씨는 중국에서 공안 6명이 번갈아 협박했으며, 협박 사실을 알리거나 한국에서 진술을 바꾸면 다시 중국으로 소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말했다. 중국 공안들이 전기 고문할 것처럼 전기 스파크를 일으켜 답을 강요했고 같은 방에 수감된 사람들이 머리에 총 쏘는 흉내를 내며 정 씨의 사형 선고를 암시하는 행동을 취해 떨렸다고 덧붙였다. 정명석은 "너무 무서워서 살 길 찾으려고 그렇게 말한 거다"고 진술했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묻는 빌라도 앞에서 '네 말이 옳도다' 하고 대답하신 예수님이 생각난다.

"고소 내용이 사실이라면 엄벌에 처해야"

"사실이라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말은 검사나 판사의 말이 아니다. 변호인단의 말이었다. 피해자가 허위로 고소했다는 쪽으로 이야기를 몰고 가던 변호인단이 구체적인 예를 들다가 기가 막혔나 보다.

변호인단은 "샤워 꼭지를 뺀 노즐을 음부에 넣었다는데 병원 진찰 결과 질이 약간 긁혔다고 나왔다. 상처가 그것밖에 안 되는 게 말이 되냐"는 식으로 변호했다. 또 물이 뿌려진 목욕탕 바닥에서 성추행을 해 추웠다는 증언에 대해 시빗거리를 찾았다. "샤워기로 물을 뿌리면 옷이 다 젖는데 젖은 옷을 입고 나왔다는 것인가. 옷을 어디다 두었는지 모른다면서 옷을 도로 입고 나왔다는 게 말이 되냐"는 식이다. 그러면서 "만약 이 모든 내용이 사실이고, 그럼에도 피고인이 없던 일로 주장하는 것이라면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우병도 거짓, 정명석 성 행각도 거짓?

변호인단의 거침없는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울방송(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정명석 편을 악의적 보도라고 매도했다. "피디수첩의 미국산쇠고기수입 관련 보도를 본 사람들은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고 생각해 장기간 촛불시위를 했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 정명석 총재 편을 본 사람은 JMS를 사이비 단체로, 정명석을 사이비 교주로, 핵심 간부를 성 상납하는 사람으로 오해했다"며 "이것이 잘못된 보도의 여파"라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여론에 영향 받지 말고 증거재판원칙에 따라 판단하라"고 호소했다. 이어 "JMS 구성원 중에 고학력자가 많은 것은 사회적 판단 능력이 있는 사람이 JMS를 선택했다는 뜻"이라며 계속해서 정 총재 무죄를 주장했다.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 홍콩에서 불법체류로 체포될 당시 정명석. 수영복을 입은 여자가 뒤에 보인다. (사진제공 엑소더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거짓말하면 연기 난다." 과연 정명석은 언어의 연금술사다.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국내외 20만 명의 JMS 신도가 있다면 이 말발 때문일 것이다. 최후 진술에서 정명석은 계속해서 무죄를 주장하며, 용서한다고 말하고, 국가적 시간을 낭비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정명석은 "죄 안 짓고 고통 받아서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하며, "7~8시간 계속되는 오랜 재판 동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보면서, 나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에 어머니가 무조건 여동생 편을 들었다. 검사가 끝까지 피해자 입장을 들어주는 것을 보고 사랑을 깨달았다. 감사하다"며 자비한 모습을 보여줬다.

정명석은 계속해서 무죄를 주장하며 "성 접촉도 없었다. 주님께 간음했으면 죽여 달라고 마음속으로 얘기했다"고도 말하고 "중국 공안에게 100년 동안 조사해도 성 행각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JMS 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장로회 출신 총회장도 있고 똑똑한 사람도 있는데, 이런 일을 두고 보겠냐"며 "이런 일이 있다면 나 같아도 뒤집어 놓는다"고 말했다.

정명석은 끝까지 성 행각을 부인하고 다만 국가적 시간을 쓰게 해서 죄송하다고 하며 피해자를 용서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랑 같이 살고 싶은 마음뿐"이라는 말로 진술을 마무리했다.

이날도 재판정에 나와 결심을 지켜본 100여 명의 JMS회원들은 정명석의 최후 발언을 들으며 훌쩍이고 눈물을 닦기도 했다.

검사는 1심과 같이 '10년 형'을 구형했다. 또 변호인단이 항소를 기각할 것을 요청했다. 검사는 이날 JMS 교리 30개론과 정명석이 강의한 내용을 조목조목 짚으며 '정명석이 메시아'로 주장한 부분을 드러냈다.

이제 2심은 선고 공판만 남았다. 1심에서는 ‘6년 형’을 선고 받았던 정명석, 2월 5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릴 선고 공판에서 "재림주 아닌 정명석"의 항소심 형량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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