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 순 방문자 수 37만여 명을 자랑하는 <크리스천투데이>. 종교신문 1위를 자처한다.

"종교 신문 1위"
"1등 기독교 신문"
"기독교계 최고의 신문"

언론사 <크리스천투데이>(대표 임성수)가 독자들 앞에 내거는 말이다.

재림주 의혹을 받고 있는 장재형 씨(예장 합동복음 전 총회장·올리벳대 학장)가 2000년 7월에 설립한 이래 <크리스천투데이>는 국내외로 열심히 발을 넓혔다. 특히 국외로 뻗은 네트워크는 대단하다. <크리스천투데이>는 미국 LA·뉴욕·워싱턴·샌프란시스코·시카고·시애틀·애틀랜타, 호주, 일본, 캐나다, 유럽 등 한인 교계가 구축된 대부분의 곳에서 사이트를 운영한다. 그러나 몸집만 가지고 1등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터. 그들이 말하는 '종교 신문 1위'의 근거는 무엇일까.

인기 검색어 따라 각종 연예 뉴스 양산

다음 디렉터리 서비스(directory.search.daum.net/site_list.daum)와 랭키닷컴(www.rankey.com) 등에서 <크리스천투데이>는 종교 신문과 기독교 신문 분야의 1위로 나온다. 주간 순 방문자 수는 37만여 명에 달한다. 방문자만큼은 종교 신문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과연 37만 명이 넘는 방문자는 어떤 경로로 <크리스천투데이> 사이트를 찾아온 걸까. 다음 디렉터리 서비스가 제공하는 지표 분석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크리스천투데이>의 '검색엔진별 유입검색어'라는 분류에는 '손태영 만삭', '손담비 사촌', '박서진 논란', '박광정 사망', '손태영 우울증' 등 인기 연예인 이름이 대거 등장한다. <크리스천투데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 온 사람 중 상당수가 인기 연예인의 소식을 검색하다 찾아왔다는 말이다.

▲ <크리스천투데이>의 유입검색어에는 인기 연예인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누리꾼들이 인기 연예인을 검색하다가 <크리스천투데이>를 찾아간다는 말이다.

다음 검색엔진에 '손담비 사촌'을 쳐봤다. 뉴스 카테고리에 들어가 보니 손담비 사촌에 관한 뉴스만 100개가 넘는다. <크리스천투데이>의 기사는 첫 페이지에 나와 쉽게 찾을 수 있다. 기사를 클릭해보니 CT 엔터테인먼트(www.christiantoday.co.kr/cten)라는 사이트가 뜬다. 전체 뉴스 목록이 나온 홈페이지에는 대부분 연예 뉴스로 가득하다. '김범수 이혼', '이서진 귀국', '김현중 치킨집' 등 실시간 인기 검색어란에서 본 문구들이 눈에 띈다. 영화·드라마경제·사회·스포츠 등으로 분류 돼 있어 각 분야의 다양한 기사를 만날 수 있다. 

CT 엔터테인먼트는 연예 뉴스를 중심으로 실시간으로 인기 검색어와 관련한 각종 기사를 생산한다. 다음 디렉터리 서비스의 주 단위 지표에 따르면 <크리스천투데이> 방문자가 사이트에 접속하여 체류하는 시간은 평균 1분을 넘길 때가 별로 없다. 평균 체류 시간이 5분 이상인 <뉴스앤조이>나 <당당뉴스>와 비교할 때 짧은 시간이다. 방문자 대부분이 인기 검색어를 검색하다 들어온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크리스천투데이>를 찾는 독자 중 <크리스천투데이>가 연예 뉴스와 스포츠 뉴스까지 보도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이트에서 CT 엔터테인먼트로 이동할 수 있는 링크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 <크리스천투데이>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맞는 건지 궁금했다. 온라인 편집국장 류재광 씨는 "우리가 운영하는 게 맞다. 기독교 소식은 아니어서 따로 운영한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비즈니스 차원"이란 말은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1월 23일, <크리스천투데이>가 보도한 개신교 뉴스는 18개, 디지털뉴스부가 낸 연예 뉴스는 46개였다. 기사 개수로만 보면 <크리스천투데이>가 주력하는 분야는 개신교 뉴스가 아니라 연예 뉴스인 듯하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연예인 자살이 잇따르던 지난해 11월 26일 "인터넷 실명제, ‘사이버 윤리’ 위해서라도"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인터넷 실명제 실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크리스천투데이>의 연예 뉴스 대부분은 취재기자 이름이 아닌 '디지털뉴스부'라는 이름으로 양산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2007년 1월 "엄정화 뮤직비디오가 '노출'한 문제점" 등의 기사에서 일부 연예인 뮤직비디오의 선정성을 지적하며 성상품화를 우려했다. 그러나 매일 수만 명이 보는 자사의 일부 연예 뉴스에서는 과감히 노출한 연예인 사진을 가감 없이 게재한다. 기사 내용도 연예인 가십 수준이다.

 

5개월 만에 보수 언론 대표에서 진보 언론 대표로?

<크리스천투데이>는 지난해 12월 19일 <베리타스>(www.theveritas.co.kr), <아폴로기아>(www.apologia.co.kr)라는 언론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해 9월경 인터넷에 등장한 <베리타스>와 <아폴로기아>는 <크리스천투데이>의 전직 임원과 기자들이 만든 언론사다. <크리스천투데이> 출신 임원과 기자가 비슷한 시기에 각자 신생 언론을 만들고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은 <크리스천투데이>가 교계 언론계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아폴로기아>는 김규진 기자가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아 혼자 운영하다시피 하는 사이트다. 기사 대부분은 김 기자가 직접 쓰거나 <크리스천투데이>나 <베리타스>의 기사를 게재한다. 일부는 기고문이다. 김 기자는 장재형 씨가 설립해 학장으로 있는 미국 올리벳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크리스천투데이> 취재기자를 거쳐 인천지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예장 합동복음 소속 전 교역자 이동준 씨가 장재형 씨의 이단성을 고발한 기자회견에서 장 씨를 옹호하는데 앞장섰다.

<베리타스>의 대표 구성권 씨는 장 씨가 총회장을 역임한 예장 합동복음 소속 교역자 출신으로 <크리스천투데이> 광고국장과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편집인 김진한 기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08년 8월까지 <크리스천투데이> 취재기자로 활동했으며 예장 합동복음 소속 안디옥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한기총이나 기독교사회책임(공동대표 서경석 등 11인) 등 교계 보수진영의 소식과 정치적 입장을 중요하게 보도해왔다. "안티기독교와의 전쟁 선포해야", "기독당, 일희일비 말고 우직하게 가라",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유감" 등 사설 제목만으로도 보수적인 색채를 눈치챌 수 있다. 2008년 4월 14일 사설 "북한 인권 오적의 낙선과 기독교인의 시민의식"에서는 통합민주당을 좌파 정당이라 표현하고 손학규, 임종석 전 의원 등 일부 정치인의 낙선에 노골적으로 반가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보수적 논조를 펼쳐 온 언론사에 5개월 전까지 몸담았던 대표와 기자가 "에큐메니컬 정신"을 내세우며 <베리타스>라는 신생 언론을 만들었다. 사이트에는 주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 김삼환) 소식과 진보 인사와 진보 기독단체의 입장을 보도한 기사가 눈에 띈다.

김진한 편집장은 <크리스천투데이>와 추구하는 바가 달라 나왔으며 재정이나 법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논조에서 <크리스천투데이>에 비판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크리스천투데이>, <아폴로기아>와 맺은 협약식은 캠페인과 모금활동을 위한 연대 차원일 뿐이라고 밝혔다.

예장 합동복음 소속 교역자였던 구성권 대표는 <베리타스>를 설립할 무렵 진보적인 교회로 유명한 향린교회(목사 조헌정)에 평신도로 등록했다. 김진한 기자는 경동교회(박종화 목사)에 출석하고 있다. 재림주 의혹을 받고 있는 장 씨의 영향력 아래 있던 이들이 갑자기 에큐메니컬 진영의 대표적인 교회에 적을 둔 것이다.

"명망가 이름 활용, 영향력 극대화"

<베리타스>의 편집고문 명단을 보면 에큐메니컬계 신생 언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명망가가 참여하고 있다. 김명용 교수(장신대), 김윤규 교수(한신대),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서광선 교수(이화여대), 손규태 교수(성공회대), 유석성 교수(서울신대), 이정배 교수(감신대), 조헌정 목사(향린교회), 채수일 교수(한신대)가 <베리타스> 편집고문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연 <베리타스>의 편집고문진 모두가 <베리타스>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입장일까. 이름이 올랐으나 본인의 요청으로 삭제된 인물도 있다. 이재정 교수(성공회대)는 "우연히 만났던 이들이 위촉장까지 들고 찾아와 부탁해서 승낙했지만 최근 이름을 내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조헌정 목사는 "이미 이름을 빼달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야겠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크리스천투데이> 편집위원 명단에도 이름이 올라 있는 이정배 교수는 "김경재 선생님 같은 분들이 <베리타스>와 함께한다고 해서 승낙했다. 제자들로부터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고 기고 요청이 와도 주지 않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편집위원 명단에 들어가 있는지는 몰랐다"라고 말했다. 김경재 교수(한신대)는 현재 <베리타스> 편집고문 명단에 없다.

이형기 교수(장신대 명예교수)는 <베리타스> 편집고문과 <크리스천투데이> 편집위원뿐 아니라 <아폴로기아> 발행인에도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지난해 11월 장신대학교 자유게시판에는 신학대학원 휴학 중인 손은식 전도사가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손 전도사는 이 교수가 장재형 씨를 옹호하는 언론에 이름을 올린 것을 문제 삼았다. 이 교수는 이 사건으로 <아폴로기아> 발행인과 <베리타스> 편집고문에서 이름을 내렸으나 <크리스천투데이> 편집위원 명단에는 여전히 이름이 올라 있다. 그는 "전화가 오면 <크리스천투데이>에서도 이름을 빼달라고 해야겠다. 이름만 올렸을 뿐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손 전도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장재형 씨의 문제를 지적한 최삼경 목사(한기총 이단상담소장·빛과소금교회)의 글을 올렸다가 <아폴로기아> 관계자에게서 압박을 받은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아폴로기아> 관계자가 장신대 교수들과의 친분이 있는 것처럼 언급했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명망가를 편집고문이나 편집위원 명단에 올려 공신력을 높이려는 시도는 <크리스천투데이>와 관계를 맺고 있는 해외 언론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주 한인 교계에서 10여 년간 <크리스챤투데이>(www.christiantoday.us)를 운영해 온 서인실 국장은 "교계 중진이나 원로급 목회자들의 이름을 활용해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내가 아는 한 원로 인사는 편집위원 직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수차례 부탁했지만 이름을 빼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형(David Jang) 재림주 의혹'을 증폭시킨 '홍콩 <기독일보> 사건 독립조사위원회'(위원장 다니엘 오) 구성원 대부분도 <기독일보>가 지도위원이나 고문으로 위촉한 교계 명망가들이다. 이들은 교계에서 <기독일보>의 도덕성 논란이 일자 직접 조사에 나섰다. 예수청년회와 <기독일보> 그리고 장재형 씨와의 관계를 포착하고 증언자들을 심층 조사해 장 씨의 재림주 의혹을 제기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장 씨에 대한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 바 있는 화교 교회 지도자 토마스 왕 목사도 북미 <기독일보>에서 이사장직을 부탁받은 바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역시 회사 조직도(www.christiantoday.co.kr/chtoday/about6.htm) 에 다양한 편집고문 및 편집위원 명단을 내걸고 있다. <베리타스> 편집고문진보다 훨씬 많은 명망가와 학자들이 포진해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편집고문과 편집위원진은 <크리스천투데이>가 개신교 뉴스보다 훨씬 많은 연예 뉴스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오늘도 연예인 가십을 찾아 헤매다 <크리스천투데이> 사이트를 방문한 수만의 누리꾼은 과연 자신들이 잠시 들른 사이트를 "1등 기독교 신문"이라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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