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시내 풍경 중에서 한국의 도시 풍경과 크게 다른 것은 아마도 전차가 아닌가 싶습니다. 독일 대부분의 도시가 마찬가지인데 지금도 프랑크푸르트의 시내 한복판에는 전차가 다닙니다.

어찌보면 버스처럼 생긴 전차 두 칸이나 세 칸 정도를 연결하고 길 위로 난 레일을 따라 전차가 달립니다. 물론 전차 위로는 거미줄처럼 전선들이 연결되어 있지요.

다른 자동차들처럼 거리에 있는 신호등의 통제를 받으며 시내 한복판의 도로를 따라 자동차들과 나란히 전차가 달리는 모습은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내게는 아주 이국적인 풍경으로 와 닿습니다. 어릴 적 서울에서 타본 전차 기억을 희미하게 되살아나게 하면서요.

어제는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어떤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해외에서 사는 교민들의 삶이 화려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남이 알지 못하는 아픔과 상처들을 가지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누구에게 꺼내놓아야 할지를 모르는 마음속 아픔, 그저 누군가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로가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숙소로 돌아올 때였습니다. 전화를 하면 숙소까지 태워다 줄 분이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혼자서 전차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그런 일 하나 하나가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일 테니까요.

독일의 전철이나 전차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역을 찾아가 표를 끊었습니다. 네 정거장을 가면 되는 거리에 요금은 약 2,400원, 한국보다는 비싼 편이었습니다.

막 퇴근 시간이었지만 승강장은 한산했습니다. 발 딛을 틈이 없는 서울 지하철하고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이내 가고자 하는 방향의 전차가 도착을 했고, 전차에 타자 자리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시내 한복판의 도로 위를 전차를 타고 가는 기분은, 전차를 이국적인 풍경으로 바라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내릴 역에 도착을 했고, 다른 손님 없이 나 혼자만 전차에서 내렸습니다.

막 땅거미가 깔려들었고 부는 바람 속엔 겨울 기운이 담겨 있었습니다. 종종걸음으로 숙소로 돌아올 때 나는 내 호주머니 속에 전차표가 그냥 남아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차를 탈 때도 그랬고, 내릴 때도 그랬습니다. 누구 하나 검사하는 사람이나 표를 받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차를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아무도 검사하는 사람이 없다니? 너무도 의아하여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달에 한 번 정도 불시에 검사를 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검사 없이 전차를 탄답니다. 무임승차가 발각되면 50마르크(약 3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데, 대개의 경우는 양심적으로 표를 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독일처럼 전철을 운영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까요. 잘 지켜질지요, 아니면 지하철공사가 망하게 될지요. 지금 제 책상 위에 있는 전차표 한 장은 독일 사람들이 지켜가는 양심의 무게로 남아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