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스치듯 지나가는 예수의 모습을 보았다. 머리로만이 아닌 가슴으로...

“나두 그렇게 말할라구 했단 말야! 나두 재수 저 자식처럼 아부지라구 부르면서…사랑한다구 말할라구 했단 말야! 당신이 손수건을 흔들었으니, 나는 담요라도 흔들면서 그렇게 말할라구 했어!”  -조인성 극中 경호의 대사-

지난 금요일 청년부 회지 필경을 마치고 000(신림동 찻집)에서 차를 마시던 중 피아노 얘기가 나왔다. 한 언니는 "근데 그 피아노 여자(여인천하의 대비마마)의 정체는 뭐야?" 정말 그 여자의 역할이 선뜻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순전히 조카의 '피아노 피아노'타령에 보기 시작하다 마지막회를 보면서 급기야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조카가 보며 뭐라 할까 두려워 얼른 눈물을 닦고, 마침내 여자에 대한 베일은 풀린다. 여인은 극중에서 예수의 마음을 품은 사람이다. 바로 조재현이 죽기 전 떠올리는 사랑하는 아내의 형상화이다. 억관은 "너무 당신이 보고 싶을때는 당신이 곁에 와 있었다"며 죽은 아내의 영혼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영혼의 소유자, 피아노의 現소유주인 여인의 얼굴이 오버랩되며 아들 대신 총을 맞고 서서히 잠이 든다. 친자식이 아니지만 가족을 생각케하는 드라마. 또한 이웃을 진정 사랑할 줄 아는 마음, 주변의 독거노인과 경호 아이의 쉼터. 드라마를 통해 보여지는 피아노의 여인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수의 삶을 실천하는 삶을 보여주었다.

재민이 놀러 나가서 지금은 아무도 없지만 분명히 사람 사는 흔적이 있는공간, 그곳에 있는 억관(조재현)의 사진으로 ‘피아노’는 끝난다. 의붓자식을 위한 무조건적인 아버지의 사랑은 깡패인 의붓 아들을 대신해죽는 것으로 완결되고, 또 하나의 축인 이복남매(김하늘과 고수)의 사랑은 두 사람이 이뤄질 수 없음을 인정한 뒤 가족으로 거듭난다.

▲피아노의 한 장면. 우측이 주인공 조재현이다.
명문대를 졸업한 자식 달린 미망인과 삼류깡패의 지순한 만남, 의붓자식에 목숨을 건 아버지의 지독한 사랑, 금지된 이복남매의 애잔한 사랑. 오갈데 없는 쉼터를 지키는 천사의 마음을 지닌 여인. 극의 구성은 너무 드라마틱하다는 평과 조폭드라마라는 우려를 불식, 시청률 30%를 넘어서며 '휴머니즘'으로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나라면 저런 이상을 꿈이나 꿀 수 있을까? 한 사람의 섬김으로 빛이 될 수 있는 곳. 노인과 아이들이 행복하게 거할 수 있는 곳. 섬김과 나눔의 정신을 개인주의가 판치는 현실에서 예수를 만나며 느끼며 살 수있는 곳이 또 있을까.

교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삶의 도처에서 예수를 가슴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 각박한 현실에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사람들, 그리스도인들이라면 피아노의 마지막 장면을 볼 때 예수의 삶이 어땠는가를 가슴으로 잠시 스치듯 생각했으리라. 마지막회 연기를 하면서 시청자들이 보기도 전에 극중 배우들이 먼저 울었다고 할 정도로...

그만큼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희박하기에 눈물나고 그리울 수밖에 없는, 하늘의 소망을 품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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