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주요한 연합기관 중 기독교방송(CBS)과 대한기독교서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의 수장 선거는 진통의 연속이다. 주요 연합기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대권(?)을 둘러싼 불협화음은 한국교회 일치와 연합을 위한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보혁구도를 타파하는 '제3의 흐름'이 실제 한국교회를 관통하기 위해서는 교권과 감투를 향한 다툼 대신 자기희생을 통한 진정한 일치를 구현하는 성숙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 CBS >
지난해 한국교회 최대 이슈는 CBS 사장 권호경 목사 진퇴를 둘러싼 방송 파행과 노조 파업 사태. 이런 사태를 몰고 온 주역 권호경 사장은 8년 재임에 이어 또 다시 3연임을 시도, 여론의 뜨거운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권 사장의 연임 시도는 한국교회 연합기관 내에 형성된 비뚤어진 교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표용은 이사장을 정점으로 한 CBS 내 교권구조는 합리성과 연합정신을 상실한 채 '그들만의 권리'를 행사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최근 개 교회차원에서 권 사장 3선 관련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향린교회 홍근수 목사(64)는 "내가 CBS 사장이라면 당장 그만두었을 것"이라는 말로 현 CBS의 부조리한 모습을 질타했다.

또 권 사장과 같은 교단인 기장 서속 목회자 95명도 최근 '권사장 3선 반대'는 서신을 통해 "노사 합의 사항을 성실히 이행, 후임사장을 선임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CBS재단이사회는 6.26 노사합의와 관계없이 단독적으로 사장을 선임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노조측이 시한부 파업을 하면서까지 이사회 자체적인 사장 선임을 막고 있어 아직까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본래 연합정신을 살리지 못한 교권의 폭거(?)와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는 추태를 속출하고 있는 CBS의 사장 선임을 둘러싼 모습은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대한기독교서회 >

대한기독교서회 사장을 놓고 전개된 각 교단의 알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서회 이사회는 정지강 목사(감리교)와 성해용 목사(기장) 등 2명의 사장 후보 중 아무도 과반수를 얻지 못함에 따라 김상근 목사 후임을 뽑지 못했다.

예장통합과 성결교측은 사장 인선위원회에서 자 교단 후보가 탈락된 데 불만을 품고 모두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회인선위원회는 통합과 성결교, 감리교와 기장 등 4개 교단이 추천한 후보 중에서 감리교와 기장 후보 2사람만을 후보로 결정, 결과적으로 두 개 교단 후보가 사장 경선에 출마할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았다.

이날 이사회 석상에서는 통합측과 성결교측이 인선위원회가 교단 추천 후보를 탈락시킨 것은 '월권'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노골적인 불만을 피력했다. 이들 교단들의 불만은 기권표를 행사해, 사장 선임을 아예 무산시키는 '무력시위(?)'를 하기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투표 결과는 1차와 2차 모두 기권이 무려 12표나 쏟아졌다. 전체 22표 중 기권표가 과반수를 넘은 것. 당시 이사회에서 사장 선임이 무산됨에 따라 서회는 11일 실행위원회를 개최해 재차 사장 선임 방법과 일정을 논의하기로 해 다시 이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각 교단간 알력이 극심한 상황에서 어느 교단 후보를 선출할 것인지 혹은 몇 명을 선택할 것인지 등 초보적인 수순에서부터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기독교서회 사장 선임의 난맥상에서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어려움이 쉽게 감지된다.

< 한기총 >
한국교회 최대 보수교단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해 12월 28일 차기 대표회장 선정을 위한 실행위원회를 개최하고, 3명의 후보자 가운데 투표를 통해 예장통합 소속 김기수 목사(69, 안동교회)를 선출했다.

한기총 역대 대표회장은 주요 교단 대표로 구성된 전형위원회가 1명의 후보자를 결정, 총회에 상정하는 형식으로 선출됐으나, 올해는 예장통합과 대신 고신 등 여러 교단에서 후보를 내세우는 등 과열양상이 전개됨에 따라 처음으로 직선제를 통해 후보를 결정했다.

양용주(청파중앙교회, 예장대신)·최해일 목사(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회장, 예장고신)와 경선을 벌인 김 목사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넘지 못했으나, 2차 투표에서 40표를 얻은 양용주 목사보다 8표가 많은 48표를 얻어 승리했다.  

한기총이 급작스럽게 추대형식에서 직선제로 대표회장 선출 양상을 바꾼 것은 결국 교단 논의구조를 통한 대표 선출 전통을 스스로 포기한 결과다. 또 전례도 '법'이라는 평소 방침을 총회에 상정하지도 않은 채 실행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절차상의 성급함도 노출했다.

이런 결과는 너도나도 교단 추천을 받아 대표회장에 명함을 내민 인사들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경선 외에는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발생했다. 또 원로 지도자급 교계 인사들이 교단 총회장을 지낸 이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자리 중 하나로 생각할 정도로 한기총의 인기가 급상승한 것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을 둘러싼 과열경쟁 양상은 만약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한기총을 통합한 단일기구가 출범할 경우 그 대표자리를 놓고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CBS와 대한기독교서회, 한기총 등 한국교회 주요 연합기관 내에서 일고 있는 감투다툼 때문에 한국교회 기구적 일치가 이뤄질 수 없다는 일부의 예측이 전혀 빈말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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