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MS 정명석 총재는 '강간·중강간'혐의로 6년 형을 받았다.(뉴스앤조이 자료사진)

자신을 메시야로 믿는 젊은 여성 신도들과의 집단 성추문으로 인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일명 JMS(Jesus Morning Star) 정명석(63). 기독교 유사 종파인 기독교복음선교회(CGM) 교주인 정 씨는 여성 신도들에 대한 강간 및 준강간 혐의가 인정돼 지난 8월 1심에서 6년 형을 언도 받고 현재 복역중이다. 

정 씨는 1991년 예장 고신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것을 시작으로, 예장통합·예장합신·기성에서도 이단으로 분류됐다. 정 씨는 자신을 구세주로 여기는 일부 여성 신도를 성폭행 했다는 의혹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면서 오명을 날리게 됐다. 성관련 비리 의혹이 확산되면서 외국으로 도피했던 정 씨는 대만·일본에서 같은 혐의로 현지 언론에도 오르내렸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 명단에 올랐던 정 씨는 지난 2월 우리 정부의 범죄인인도청구로 국내로 들어왔다.

정명석 씨 강간치상 항소심 재판,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말레이시아·홍콩·중국에서 강간이나 강제 추행을 당한 한국인 여신도 5명이 정명석 씨를 기소했다. 지난 8월 12일 서울지방법원 형사26부(배기열 판사)는 정명석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명석 씨가 여자 신도들을 강간하는 등 수차례 성폭행'했고 '죄질이 극히 불량'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 씨는 '6년 형'에 불복하고 즉각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10월 7일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후, 현재까지 두 달 동안 무려 8번의 공판이 열렸으며 15명의 증인이 동원됐다. 오는 2009년 1월 22일 최후 증인 진술을 앞둔 가운데 여성 피해자들과 변호인들의 격돌이 숨가쁘게 벌어지고 있다.

화려한 변호인단, '정명석 무죄 주장'

"태권도 유단자인 20대 여자가 60세가 넘은 노인에게 당한다는 게 말이 되냐"

정명석 씨의 변호사가 한 말이다. 정 씨는 항소심에서 5개 법무법인 소속 8명의 변호사에게 최고급 법률서비스를 받고 있다. 삼성비자금 사건에서 특검을 맡은 조준웅 변호사 외 부장판사·검사 출신 등 화려한 경력의 변호사들이 나섰다. 변호사들은 정명석의 강간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반 JMS 단체인 엑소더스의 사주를 받아 허위로 진술하고 있다. 만약 정 씨가 강간을 했더라도 폭행이나 협박한 일이 없고 피해자들이 항거불능 상태도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메시아로 믿는 상태라 심신상실,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에 의하면 심지어 강간을 당하는 순간에도 울면서 '선생님, 저를 시험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정도였다. 또 검사는 "장소가 낯선 외국이었고 주위에는 그를 추종하는 신도들밖에 없어서 반항할 엄두를 못 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에 의하면 정명석 씨는 "산부인과 병이 있는지 검사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여성들의 옷을 벗긴 후 추행하거나 성폭행했다고 한다. 심지어 정 씨는 자매를 양팔을 베고 눕게 한 후 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준강간 유죄를 선고 받았다.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기억을 되살려 다시 말해야 하는 여성 피해자들이라고 변호인들이 물러서지 않았다. 공판에서 최소 5명의 변호사가 증인 1명에게 돌아가며 질문 공세했다.

한 여성 피해자는 "변호사가 6년이 다 되어가는 일을 기억력 테스트 하듯이 물어보는 게 힘들었다. 조준웅 변호사는 침대의 매트리스 커버가 무슨 재질이었는지까지 물어봤다"고 말했다. 또 "실수인지 고의인지 다른 피해자의 진술서 내용을 마치 나의 진술인 양 몰아 붙였다. 변호사가 다른 피해자 진술서를 내 것인 양 판사에게 보여줘서 거짓말쟁이가 될 뻔했다. 그러나 서류를 달라고 해서 확인하니 내 것이 아니라 다른 피해자의 진술서였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여성 피해자는 "변호사는 고의가 아니라고 했고 그 말을 믿고 싶다"고 덧붙였다.

심문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들은 판사에게 주의를 받기도 했다. "피해자들이 JMS 측과 합의하려고 하더니 이제 마음이 바뀌어서 고소한 이유는 무엇인가"를 연거푸 묻다가 "판단의 문제를 묻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제재를 받았다. 또 소문을 사실처럼 말했다가 판사에게 주의를 받았고, 증인에게 "그렇게라도 해서 없는 사실을 조서에 남기려고 하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변호사가 JMS 신도들에게 "마음을 가라앉히시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여성 피해자가 증언하고 공판이 비공개로 진행될 때였다. 20여 명의 JMS 관계자들이 법정 문 앞에서 재판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해자와 변호사의 공박이 밖에서 들릴 정도로 소리가 높아졌다. 쉬는 시간이었는지 한 변호사가 재판정 문을 열고 나와 문 앞에 서있던 JMS 신도들에게 빨개진 얼굴로 "저 증인 반 JMS 단체에서 교육을 많이 받고 왔나 봐. 대답을 또박또박하네. 형량을 더 늘리려고 하는 거야"하고 말했다. 변호사의 격양된 목소리가 법정 복도에 쩌렁쩌렁 울렸다. 변호사는 곧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서 나갔다. 증인심문은 그 후 1시간 정도 더 진행됐다.

한편 공개 공판이 열릴 때도 서울고등법원 309호 중법정 100여 개의 자리가 가득차고 뒤에는 20여 명의 사람들이 더 서있었다. 증인이 정명석 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말하면 방청객들 대부분이 야유를 보내거나 욕을 해서 법원 경찰에게 제지를 받기도 했다.

1심에서 정명석 씨는 한 명의 여성에 대한 강간 부분에서 유죄, 강간치상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여성 피해자가 진단서를 사건의 증거로 신청하거나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2심에서 피해자는 진단서를 이미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제301조를 보면 강간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강간치상으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 지 주목된다.

정명석, '법정에선 나훈아처럼'
 

정명석 씨는 공판 도중 쓰러지기도 하고 바지를 벗으려고도 했다. 반 JMS 단체 엑소더스 소속 증인이 목격 상황을 설명하며 '여성들과 함께 있던 정 씨가 흥분했던 것 같다'고 하자 나훈아의 '바지 액션'을 연상하게 하는 행동을 했다. 

12월 4일 공판이 열리는 도중, 정명석 씨는 화를 내며 증인에게 다가가다 변호사의 제지를 받았다. 증인 김 아무개 씨는 정명석 씨가 홍콩이민국직원에게 포위당했을 때 찍은 동영상을 증거로 들고 나왔다. 동영상에서 정 씨가 모기장에서 여자들과 있다가 밖으로 나오기 전, 모기장에서 엉거주춤 허리를 구부리고 서있는 것이 발단이었다. "왜 정 씨가 허리를 숙이고 있나. 반 JMS 단체에서 폭행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오갔다. 출석한 증인이 "아니다. 아마 여자들과 있어서 흥분해서 바로 나오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방청객은 증인에게 욕설을 내뱉어 대부분이 JMS 신도인 것을 드러냈다. 정 씨는 벌떡 일어나서 "벗어볼까, 한번 볼래?"라며 바지춤에 손을 대고 증인에게 다가갔다.

12월 8일, 정명석 씨는 쓰러지기도 했다. 여성 피해자가 비공개로 증언했을 때다. 변호사들이 정명석이 동석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피해자가 동석을 요구했다고 한다. 피해자가 정명석 씨에게 "내 눈을 보고 그런 일 없었다고 똑바로 말해보라"고 하니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여성 피해자는 "피해 상황을 증언하자 정명석 씨가 갑자기 혼자 헛구역질을 하더니 의자에서 엎어져 나뒹굴었다. '살려달라'고 하더니 직원의 발목을 붙잡고 매달렸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나는 놀랐으나 직원이나 변호사들은 놀라지 않는 것 같았다. 전에도 몇 번 그런 적이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들었다"고 한다. 정명석 씨는 구급차로 실려 갔다. 직원이 판사에게 혈중산소농도 등 모든 것이 정상이고, 혈압이 조금 높은 것이 110에서 150(보통 최고혈압 120미만이 정상이라고 분류)이라고 말했다고 피해자는 전했다. 그러나 정명석 씨는 다음 날인 12월 9일 보석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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