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슴 아픈 두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의욕이 앞섰던 한 젊은 목사가 춘천의 작은 교회에서 좌절하고 철원지역으로 교회를 옮긴 뒤 우울증에 빠져 자살하고 만 이야깁니다.

또 하나는 도시 지하개척교회 목회자가 해도해도 교인수가 늘지 않자 처자식을 놔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야깁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부족한 개인의 목회소명을 탓해야 할까요?
작은 시련조차 극복하지 못하는 나약함을 나무래야 할까요?
누가 그들의 생명을 앗아간 걸까요?

개인적 한계를 꼬집기 보다 성직자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죽여야만 했던 그 상황이 무엇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왜 죽었을까?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지만, 들은 얘기를 종합해 미루어보면,두 번째 경우는 참 아이러니하게도 돈이었습니다. 없어도 너무 없었습니다.

가난에도 처할 줄 알아야 하는 성직자가 오히려 청빈한 삶을 살아야 할 성직자가 돈 때문에 자살했다고 하기는 뭐하지만...사실은, 따지고 보면 돈 때문이었습니다.

도시에서 교회를 개척할라치면 지하에서 시작하더라도 수천만원이 듭니다. 자기 돈이 없으면 이곳저곳 빌려야 하고 그것도 없으면 은행이든 어디든 빌려야겠지요.

교회 문을 연다고 어디 성도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드나요? 3년이 가도 5년이 가도 처자식 2-3명 놓고 예배드리기 일수구요,
우연히 찾은 새 신자도 썰렁한 분위기 탓에 곧 발 끊기 일숩니다. 교인이 없으니 월세 독촉은 어찌 넘기고 처자식은 어떻게 먹여 살리겠습니까? 근심 걱정이 한 두 가지가 아니죠.
교회 성장시킨다고 이것저것 다 해밨지만 어디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점차 소명이니 의욕이니 하는 것들조차 거추장스러워지기까지 합니다. 우울증에 빠지는 날이 많아지고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고... 그러다가 사는 의미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되면 자신의 삶의 존재가 너무 초라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죠.
...
그리고 자살을 한 겁니다. 처자식을 어디 보낸 뒤 깨끗하게 목욕하고 목을 멘 것입니다.

누가 빚을 내서라도 교회를 개척하라고 했나요?
돈이 있어야 목회를 한다는 생각은 누가 퍼뜨렸나요?
교회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도시에서 기를 쓰고 개척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정상적인 교회개척 현장에 목사 초년생들을 떠밀어내는 교계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목회자가 궁핍한 삶에 못이겨 소명마저 다 팽개치도록 왜 아무도 보살펴주지 않았나요?

멋진 교회당을 순식간에 헐고 으리으리한 새 교회당을 짓는 교회들이 많아도 여전히 월세 전기료를 못내 문을 닫는 가난한 교회들이 더 많다는 현실이 속상합니다. 스스로 원해서 자처하는 청빈이 아니라 너무나 궁핍해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미자립 개척교회의 실상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사실 너무나 많은, 아니 대다수의 미자립 개척교회 목사들이 월세와 생활비, 교회운영비 등등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근심 걱정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또 왜 이렇게 목사는 많은 건지...
아무 대책 없이 신학생들을 모집하고 아무 대책 없이 목사들을 마구 배출하고 아무 대책 없이 사회로 내몰아 알아서 살라고 배짱 튕기는 정말 아무 생각 없는 교단과 신학교 관계자들이 미워집니다.

목회자 수급계획은 있기나 한 건가요?
그저 당장의 수입, 늘어나는 목회자 수에만 혈안이 돼 그들의 구체적인 삶은 들여다보지도 않는 교단, 조그마한 돈이라도, 최저생계비 정도만이라도 지원해주지 못하는 교단, 과연 존재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목회자가 죽어가는 교회 바로 옆에선 주체할 수 없는 헌금으로 수억원어치의 이벤트 행사를 갖는 교회들이 있습니다. 교회 안에 존재하는 극단적인 빈익빈부익부 현실은 상대적 좌절감을 더 크게 만들 뿐입니다. 나누지 않는 단절이, 나만 아는 이기적 배부름이 사람들을, 그것도 성직자까지도 죽이고 있습니다.

너무나 하잘 것 없는...
정말 별 것도 아닌...
남들한테는 넘치는...
그 돈 때문에
목사가 자살을 했습니다.

나이영(CBS/크리스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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