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김승범
언젠가 신영복 선생의 책에서 본 구절인 듯하다. 지난 11월 13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으로 가는 길은 낯익은 이 문구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대안교육과 간디학교를 위한 희망의 음악회'를 알리는 문구였다.

경남 산청, 지리산 자락의 작은 학교로 잘(?) 알려진 간디학교가 어울리지 않게(?) 신문광고(한겨레신문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까지 하면서 서울에 올라와 음악회를 열고 그들이 만든 작품들을 판매하고, 후원금을 요청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있었다. 벌써 작년 여름부터 불거진 간디학교의 중학교과정(미인가)에 대한 경남도교육청의 해산 통고와 이에 불복종한 간디학교의 지리한 싸움이 여기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도교육청은 올 4월부터 아예 간디학교(인가를 받은 고등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했으며, 지난 8월에는 학교법 위반으로 양희창 교장을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에 고발함으로써 지난 10월 24일 첫 공판에 양 교장이 피고로 서야했다. 물론 양측이 여러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의견차를 좁히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는 실패했다. 그러면서 폐지와 불복종의 의견차만 더욱 곧추 세웠을 뿐이다.

이 문제는 '법대로'를 주장하는 도교육청과 '다양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간디학교, 이들 양측의 싸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촉각을 곤두세웠을 정도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안이 됐다. 그것은 이 갈등이 겉보기와 달리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현주소에 대한 논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안학교로 불리는 특성화학교에 대한 법적 허용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매듭이 있음을 시사한다.

교육청의 입장은 명확하다. 간디학교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학교경영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함에도 간디중학교 과정을 인가받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을 임의로 모집하여 고액의 예탁금과 수업료, 기숙사비를 불법으로 징수하는 등 행정지도 감독의 범위를 벗어나 운영하기 때문에 선량한 학생과 학부모의 보호 차원에서 최소한의 법적 기준을 확보하여 인가를 받은 후 운영하"라는 것이다.

▲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다. 간디학교가 이야기하려는 그 희망은 여전히 힘겨운 싸움으로 찾아야 할 저 편의 것인지 모른다.ⓒ뉴스앤조이 김승범

문제는 최소한의 법적 기준이다. 이미 간디학교는 도교육청에 간디중학교 설립 계획서를 작년 3월에 신청했으나 당시 도교육청은 '재정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반려했고, 이어 곧장 특별감사를 실시해 해산을 명령한 것이다. 다시 말해 간디중학교는 정부가 요구하는 중학교 설립을 위한 법적 기준에 미달한다는 얘긴데 그런 '함량 미달의 중학교'가 1997년 3월에 개교한 이후 무너지고 있는 공교육의 대안으로 세상에 소개됐고, 이미 4년째 그런 소문을 듣고 모인 학생들이 아무런 불평 없이 교육받고 있는 마당에 교육청은 중학교 의무교육과정이 실시되자 곧장 간디학교에 대해 해산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 문제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움직임과 사회적인 반응 역시 간디학교 쪽에 쏠려 있는 듯하다. 각종 교육 관련 단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분명해진다.

"의무교육 영역에서 다양한 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운동에 참여할 것이다. …도교육청의 권위적이고 비교육적인 조치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다"(전교조).

전교조는 물론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경실련, 참교육학부모회, 흥사단, 진주참여인권시민연대 등 50여개 시민단체들은 지난 3월 3일 '간디학교 살리기 시민모임'을 결성하고, "억압적이고 폐쇄적인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김승범
이런 움직임이 거세자 교육인적자원부는 올 6월 '특성화중학교 시행세칙'을 만들어 교육청에 배포했다. 이에 따라 영산성지고를 운영해 온 영산재단측이 내년 3월 영산성지중학교 개교를 목표로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았으며, 특성화중학교 설립 사례까지 나오자 간디학교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교육부를 비롯해 경남도교육청은 여전히 '간디학교는 안 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간디학교는 중학교 시설 자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그 까닭이다. 그러나 중·고과정의 통합 운영을 위한 교사·시설을 마련해서 이미 4년간 교육을 해온 점을 들어 간디학교는 반발하고 있다. 교육특성화중학교의 설립을 위해 행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관계 기관이 오히려 그 움직임을 막으려는 인상이 짙게 나타난다.

문제는 당국의 이런 규제가 여전히 권위주의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이 시간에도 교실은 붕괴되며, 우리 교육현실을 불신하는 수많은 학부모들이 조국을 등지고 해외유학의 행렬에 자녀들을 태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겨울 쌀쌀한 밤 공기를 맞으며 음악회가 열리는 날, 양희창 교장은 두 손을 꼭 모으고 인사말을 했다.

"우리가 꿈꾸는 학교는 이 땅에 존재할 수 없는 걸까요? 경쟁과 효율만으로, 시험과 성적만으로 학교가 이뤄진다고 우리를 속인 이들은 누구입니까? 이제 학교는 변해야 합니다. 간디를 지키고자 하는 것은 우리 속에 작은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자발성으로 아이들이 자라고, 우리도 변할 수 있음을, 법을 앞서 가기에 찬바람 맞으며 노래해야 하지만 결코 멈출 수 없는 자유의 몸짓을 배워가며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생의 노래를 읊조리게 되는 날이 꼭 올 거라는 믿음을…. 오늘 우리 함게 호흡하고 노래하면서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주겠다는 다짐과 울림의 자리를 만들어 나갑시다."


설립자 양희규 선생이 말하는 '왜 간디인가?'

▲ 양희창 교장 ⓒ뉴스앤조이 김승범
간디학교에서 기르고자 하는 '행복한 사람'이란 우선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일 것이다. 간디학교는 주관적 만족 이외에도 행복의 객관적 필수조건들이 있다고 믿으며, 그것들은 건강, 자유, 사랑, 그리고 지혜 등으로 본고 있다. 이 중에서 사랑과 자유를 특히 강조하기 때문에 간디학교의 교육을 '사랑과 자발성(자유)의 교육'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건강

기숙사 생활을 통해 균형있는 식사와 간식을 한다. 많은 운동을 하고 많이 걷도록 캠퍼스를 조성했다. 공부와 성적, 교사의 억압에 시달리지 않아서 마음이 평화로우며, 따라서 학생들은 건강하고 표정이 밝다.

△자유

간디학교 학생들은 두려움과 열등의식으로부터 해방되는 과정을 거친다. 권력자였던 교사가 편안하게 다가오는 사람으로 바뀐다. 자유의 보다 적극적 단계는 선택과 책임. 수업에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 청소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무단으로 외출한 친구를 처벌할 것인가 등등 아이들은 선택과 책임을 요구받는다.

△사랑의 능력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은 고통스런 생활을 보낸다. 그것은 자기와 다르다는 것을 수용하는 과정이다. 이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사랑의 기초다. 교사도 학생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수용의 능력을 갖춰야 학생에 대한 사랑이 가능하다.

△이성의 능력, 지혜

입학 후 1년은 마음껏 논다. 아니 입시관련 공부를 하지 않는다. 대신 자연 속에서 놀고, 친구들과 인생을 논하고, 당양한 동아리 활동에 몰두하고, 옷이나 도자기를 만들며 노작과목이나 감성과목에 열중한다. 여기서 아이들은 배움의 기쁨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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