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10월 9일, 평강제일교회 원로목사 박윤식 씨가 총신대학교 박용규 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과 명예훼손 소송 사건의 상고를 기각했다. ⓒ사진제공 박용규 교수
대법원은 10월 9일, 평강제일교회 원로목사 박윤식 씨가 총신대학교 박용규 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과 명예훼손 소송 사건의 상고를 기각했다. 박 교수는 민사소송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고, 형사 소송 1심에서는 명예훼손 혐의로 2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으나, 2심과 3심에서 잇달아 무죄 판결을 얻어내, 이단과 3년 여의 긴 법정 공방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평강제일교회가 예장합동 서북노회(노회장 박충규 목사)에 가입하려던 2005년, 총신대 채플에서 "평강제일교회 박윤식은 이단 중에 이단입니다. 그는 피가름을 실천에 옮겨야 된다고 가르치는 사람, 그것도 비밀리에 가르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박용규 교수의 주장이 '허위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박윤식 씨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대법원은 원고(검찰·박윤식)가 박 교수의 주장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형사항소심·민사항소심)의 판결을 존중해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던 '피가름' 언급에 있어서도 박 교수가 피가름의 의미를 '피가름의 가르침을 통해 혼음의 교리를 실천하도록 가르치고 있다'는 내용을 주장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피고인 박 교수의 "사실 적시 부분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입증이 없는 이상" 형법 제 307조 제2항(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민사 소송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이번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조금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대법원은 "비록 피고가 행한 이 사건 설교의 내용 중에 원고의 교리와 주장을 비판하고 그 명예를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이는 신앙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최대한 보장받아야 할 종교적 비판의 표현행위 내지 학문연구, 특히 신학연구의 자유로서 그 안에 다소 과장되거나 부적절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원고가 그러한 비판의 단초를 제공하였을 뿐 아니라 신학대학원생들의 신앙 보호와 교리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들을 상대로 신앙행태에 대한 연구결과를 제공하여 정통 신학에서 벗어난 이단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취지에서 행한 것으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원심에서 법원은 박윤식 씨가 비판의 단초를 제공한 증거로 1981년 7월 5일 그의 "씨앗 속임"이란 설교 중 일부(하와가 뱀의 씨를 낳았다는 내용)를 자세히 기술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조병훈 변호사(서울중앙법률사무소)는 대법원이 "이 사건의 중심 내용이었던 '씨앗 속임' 설교에서 고소인(박윤식) 스스로 자기 혼자만 아는 것을 강조하고, 다른 곳에서 얘기하지 말라는 것을 전제하는 등 밀행주의를 강조했기 때문에 이단성 교리를 '비밀리에 가르치고 있음'이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교계에서 '피가름'의 교리란 대체로 '하와가 남편인 아담을 속이고 사탄인 뱀과 성관계를 가짐으로써 뱀의 씨인 가인을 낳았고, 그 결과 가인의 후예인 인류의 몸속에 사탄의 더러운 피가 흐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원을 받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더러운 피를 정결한 피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1950년대 중반 문선명이 창시한 통일교가 혼음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피가름'을 혼음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박용규 교수는 이번 판결에 대해 "승소의 개념을 넘어서는 판결로 종교의 자유 영역에 있어서 자신의 종교를 옹호할 뿐 아니라 상대방의 잘못된 교리를 비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줬다"며 신학자로서 이단 연구의 폭이 넓어진 계기로 평가했다. 또 "채플 설교시간에 (특정 단체의) 이단성을 지적하는 것이 범죄라면 한국교계에 이를 행할 용기가 있는 신학교수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개인의 문제를 떠나 교수로서 학문의 영역을 보호받기 위해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재판에 끝까지 맞섰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병훈 변호사(왼쪽)는 "증명책임이 민사소송의 경우 원고에게 있고, 형사 소송에서는 검사에게 있다"며 "앞으로 검찰에서 박윤식 목사 이단성에 대해 기소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미션 이병왕
조병훈 변호사는 "증명책임이 민사소송의 경우 원고에게 있고, 형사 소송에서는 검사에게 있다"며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상 "앞으로 검찰에서 박윤식 씨를 이단으로 비판하는 것을 법적으로 문제 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박윤식 씨의 이단성에 대한 경계활동의 폭이 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2005년 평강제일교회의 예장합동 총회 서북노회 가입 논란 당시 박윤식 씨의 이단성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배포하고 <기독신문>에 비판 광고를 실어, 박윤식 씨로부터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피소당한 총신대 교수 19인은 최근 2심에서 평강제일교회에 1000만 원, 박윤식 씨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패소의 이유는 박윤식 씨의 이단성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아니라 <기독신문>에 실은 광고 때문이었다. 법원은 당시 광고를 실은 행위가 종교 비판의 자유 영역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2004년 10월 구원파 박옥수에 맞서 "이단으로부터 우리 가정과 대전을 지킵시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지역사회에 배포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는 2007년 10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사례가 있어, 총신대 교수들의 재판도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박윤식 측은 총신대 교수 19인에 대한 판결 승소를 이유로 총신대 교수 19인의 연구 발표가 허위 사실의 유포인양 비난하고 있으며 <교회연합신문>(발행인 강춘오) 등 일부교계 신문도 "박윤식 목사와 평강제일교회에 대한 교계의 이단 시비 내용이 근거없는 허위 사실로 밝혀졌다"는 내용의 왜곡된 보도행태를 보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박용규 교수의 박윤식 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사건의 판결에서 박용규 교수가 주장한 내용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종교의 자유'에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명예훼손 혐의 고소'라는 덫 때문에 박윤식 목사의 이단성 경계에 위축되어 있던 교계 이단 연구가들과 신학자들의 활동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대법원이 박윤식 씨가 박용규 교수를 고소한 민사소송의 판결문에 인용한 박 목사의 '씨앗 복음' 설교 내용 중 일부다.

원고는 대성교회(평강제일교회의 옛 이름)에서 1981. 7. 5 "씨앗 속임"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하면서 청중들에게 "(이전 생략) 이것을 머리에 외워두고 자, 이것 보세요. 그러면 창세기 4장 1절을 다 읽어야 되겠지요. 하나님 말씀이면 믿어야 되는데 요놈의 여자가 말했다 말이야. 세상의 한문자 볼 때에 좋은 얘기고 나쁜 얘기고 그 글자를 볼 때에 강간 '간'자 볼 때 계집 녀자가 자그만치 몇 마리가 붙어 있어? 셋. 알아줘야 돼. 기쁠 '희'자를 봐도 또 계집 녀자가 붙어 있습니다. 그렇지요? 그저 하여튼 세상에 제일 나쁜 것도 계집 녀자가 붙어 있고, 좋은 것도 계집 녀자가 붙어 있어요.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분명히 너희 아들 낳게 해줬다 했으면야 '아멘!' 믿어야 할 텐데 아. 요놈의 여자가 살짝 속였거든. 그러니까 말씀의 영이 떠난 '아담'은 민충이 같이 자기 씨인 줄 알고서 '그래, 하나님의 허락으로 말미암아 낳지' 알았어요?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까는 '아담'이 속아 넘어가고, 또 여자 자신도 어둠의 권세 '사단'한테 속아 넘어가고. 그러니깐 낳고 보니까 전부 뱀 알, 뱀의 씨들만 낳았다 그 말입니다. 알았지요? (중략) 자, 적으시길 바랍니다. 그럼 하나님을, 내가 성경을 증거할게요. 난 분명히 말씀합니다. 분명히 '하와'가 씨앗 속임을 했느냐. 난 퀘스쳔 마크를 붙이고 했다, 안했다는 것은 여러분 말씀 들어 가지고 답변 내시기 바랍니다. 대성교회 박윤식 목사가 말했다는 말하지 마세요. (이하 생략)"라고 말하고, 1982. 중순경 "월경하는 여인들의 입장에서 탈출하자"라는 제목의 설교를 하면서 청중들에게 "(이전 생략) 여자의 자궁, 자궁, 자궁은 무덤이야. ... 사람... 적으세요. 하나님이 '하와'를 '아담'의 배필로 지을 때 '하와'는 산 자의 씨 '하와'도 뭐이, 뭐가 없었다. ... 뭐가 없었다. 알았어요? 하나님이 '하와'는 '아담'의 배필로 지을 때 ... '하와'는 ... '하와'는 뭐뭐 없을 때 알았죠? 이? 그러나 '하와'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하와'는 죽은 자의 어미가 되었다. 이거 봐요. 그러면 여자에서 암 때나 나오는 그 피는 산 피요? 죽은 피요?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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