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교단이 자랑하는 두 역사신학자에 의해 진행중인 한국교회사 논쟁이 정중동의 형태로 암중대결 구도가 지속되면서, 교단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보수신학 계열의 신학자들 사이에는 이러한 논쟁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 것인지에 대해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는 보수교단의 신학교는 교권주의자들에 의해 교수들의 임용여부가 결정되고 있기에 그들의 눈밖에 나서는 교수직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있다.

이번 교회사 논쟁의 핵심에 고신교단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한상동 목사가 있고 보면 이번 고신교단의 신학논쟁은 당연히 교권주의자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이슈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안의 중대성을 아는 신학자들이기에 학문적 입장과 교단을 아끼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이번 논쟁을 촉발시킨 책임이 있다고 보여지는 고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최덕성 교수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는 이도 적지않다.

일례로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김영재 교수는 지난 10월 24일 고신대학교 이상규 교수에게 보낸 편지에서

“최 교수가 이 교수를 성토하는 글을 돌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개혁신학의 발전을 위해 서로 돕고 밀어주어야 할 교수들이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해 이번 논쟁의 발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서 그는

“장로교회를 포함하는 거의 모든 한국교회가 경건주의와 신령주의적 성향을 가지므로 정도의 차이가 있겠으나 대부분 분리주의적 성향을 가진다고 본다”고 말하고

“고신은 당시 총회가 신사참배 회개를 받아주지 않고 고려신학교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축출, 분리되었으므로 분리주의적 분립은 아니다”고 말해 이 교수와 최 교수의 양자의 신학적 입장에 부분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면 정리를 해보자. 교단지도부는 이번 논쟁을 신학부에 넘겨서 수습하도록 했다. 지난 번 기사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고신교단내 대부분의 정서는 그 사실여부를 떠나서 최 교수의 주장대로 이 교수가 말한 ‘분리주의적 경향이 있는 한상동 목사’에 대해 병적인 거부감을 지닌 것이 사실이다.

이 말은 이 교수의 주장에 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검증결과 없이 정죄하는 입장을 가질 수도 있다는 말이며 한 목사와 교단의 정체성을 동일시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면 이 교수의 신학적 입장과 교수로서의 임용여부에도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지난 9월의 복음주의 역사신학회에서 이상규 교수는 자신의 발언에 앞서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했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게 됐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거의 모든 보수교단의 신학교수는 자신의 교단의 주류를 이루는(교권을 잡은) 세력과 다른 주장을 내게 될 때 자신의 학문적 기반과 교수직을 걸어야 하는 위험을 이겨내야 한다.

당연히 웬만한 신학교수들은 자신이 소속된 교단의 문제점들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할 수 없게 되고, 과거의 정설화된 학설들을 말만 바꾸어 재탕, 삼탕하게 되는 것이다.

혹자가 한국교회의 치부와 허상이 신학교수들의 보신주의와 교권주의자들의 ‘입막기’에 의해 배출된 사생아라고 보기도 하는 것도 이 때문.

▲"교권이 신학을 재갈물려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이광호 목사
이 부분을 이광호 목사(고신대학교, 달구벌기독학술연구회장)는

“신학적 논란이 되는 부분을 교권주의자들에게 맡겨서는 안된다. 그들은 정치적인 합의점을 도출하거나, 표결에 의해서 양자간 결정을 낸다. 하지만 신학은 단 한 사람이 옳다고 하고 모두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진리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번 고신교단의 신학논쟁이 신학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학부에 의해서 매듭지어진다면 신학교수들의 학문적 범주를 제한시키고 교권주의자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일을 야기해 신학의 와해현상을 촉발하고 말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그는 이어서

“이번 신학논쟁은 신대원 신학교수들에게 위임해 충분히 검토케 하고 그들에 의해서 교단의 신학을 정리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 신학이 교권의 시녀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덕성 교수가 소속교단의 입장에서 숨겨져 왔던 한국 교회의 친일행적을 분석하고 비판한 대목은 신학자로서 바람직한 자세이다. 또 교단의 주된 흐름을 벗어나 그 누구라도 신학적 탐구의 반열에 올린 이상규 교수도 용기있는 학문적 자세를 지닌 신학자이다. 이제는 고신교단이 용기있고 바람직한 결정을 할 때이다.
교권과 전통으로부터 자유롭지만 성경말씀 위에서 겸손한, 진정한 개혁주의 신학이 있는 신학교를 가질 것인지, 교권에 순응하며 침묵하는 신학교수 시녀진을 거느릴 것인지 양자간 선택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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