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우리의 현실 가운데서 때때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주 평범하고 상식적인 말씀을 던져 주시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누구나 하는 그런 말을 전문가가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어쩌면 우리는 그 목소리에 더욱 귀기울여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문가들끼리 이해되는 용어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 올 때는 아직 사태가 그렇게까지는 심각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가장 평범한 지혜의 말을 우리에게 던질 때, 그 때는 아마 문제가 극에 이른 때로 여기면서 주어진 사태를 바로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때일 것이다. 전문가들이 전문가 됨을 걸고 가장 평범한 이야기를 해야 되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를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그런 전문가들의 가장 평범한 지적 두 가지를 언급해 보고자 한다. 그 하나는 우리의 교육 현실과 정책에 대한 교육학계의 원로 학자인 정범모 교수(현재 한림대 석좌 교수)의 지적이다. 우리 나라에서 교육학을 공부한 사람치고 그의 글을 읽어 보지 않은 이들이 없을 정도의 이 원로 학자가 자꾸 꼬여 가는 한국 교육에 대해서 아주 평범해 보이는 주장을 하셨다(2001년 11월 1일자 조선 일보 시론, 7면). 그 주장의 핵심은 교육부는 실정을 자인하고 교육 정책을 환원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께서는 교원 정년 단축과 성과급 제도, 중등 교사 자격자를 초등 교사로 임용하려는 궁여 지책의 현안 정책, 옥상옥적 성격의 학교 운영 위원회를 폐지하고 본래의 모습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지적하신다.

그의 주장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교육 개혁의 대상은 교육계가 아니라, 교육부 자체다"라는 강한 주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개발 독재 이후 계속되어 온 관치주의적인 지시 행정을 학교의 전문적 자율을 존중하는 지원 행정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의 권한과 기구의 대폭 감축을 해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그 길밖에 학국 교육 소생의 길을 없어 보인다"고 강하게 단언하신다. 물론 교사들 자신의 자책과 책임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원로 교육 학자의 이런 지적을 우리 사회 전체가 겸허하게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가 이렇게까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교육 현실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 이런 지혜를 무시할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나쁜 열매를 수확해야 할까? 이런 주장을 하면서도 고래로 이런 원로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오지 않은 역사의 수레바퀴의 움직임을 잘 알기에, 우리는 어쩌면  결국 나쁜 열매 수확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고 그런 여론들이 확장되어 간다면 어쩌면 우리는 정 교수님 같은 원로의 말씀하신 그 수고의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 한분의 전문가의 지적은 우리 나라의 중요한 공연 문화 월간지인 "월간 객석"의 편집장이신 백성현 씨의 올 가을 서울 무대에 올려진 오페라에 대해서 하신 말씀이다(2001년 11월 1일자 문화면[17면] "일사일언"난). 올 가을 서울에서 무려 15편의 오페라가 선 보였거나 선보일 것이라고 하면서, 3-4년전의 상황과 대조시키며 그 양적 성장에 놀라면서, 그러나 이것이 문화 관광부의 무대 공연 작품 지원 사업 지원금 특혜 의혹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지적하였다. 그는 "지금 우리 오페라계는 차고 넘침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어설푼 풍요'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는 경고의 말로 그의 글을 마치고 있다.

우리 나라의 문화계가 모든 방면에서 양적으로 성장하고, 또 그것을 누리는 이들도 상당히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일 것이다. 러시아의 일반 시민들이 꾸준히 음악회에 참석한다는 현지 모습에 대한 보도들이 우리의 놀람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면, 우리들도 여러 면에서 문화를 즐기고 육성하는 일에 힘을 써야 한다는 것에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정부의 지원 사업이 그렇듯이 항상 투명성과 효용성이 없다면 결국 그것은 우리 문화계를 더 낮은 수준에로 떨어 뜨리는 결과만을 낼 것이다.

우리는 이 두 분 전문가들의 각각의 분야에 대한 평범한 지혜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 사회의 성원들로서 부끄러워하면서 일말의 책임 의식을 가지고, 우리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더 그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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