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FC(제자들선교회·대표 곽순종)의 헌장이라고 할 수 있는 ‘가지론’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평신도는 하나님의 백성을 말하며, 성경에는 사역자와 그의 백성과의 차이가 없었다. 중세 천주교가 만든 무기력한 평신도 문화는 이제 기독교 문화에서 철저히 추방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종이라고 부르지 않고 친구로 부르겠다고 하셨다. 한국 교회가 즐겨 쓰는 ‘주의 종님’이라는 문화도 추방해야 한다. 종은 이름도 없으며 종놈이다.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요, 대사이며, 동역자요, 친구요, 제사장이요, 형제자매로 구원받은 자들이다. 이제 한국 기독교는 형제자매들의 문화, 동역자들의 문화, 친구들의 문화, 제자들의 문화를 꽃피우고 믿음 사랑 소망의 문화를 회복해야 할 때이다.'

교회에 독버섯처럼 뿌리내리고 있는 권위주의에 대한 강한 반감이 느껴진다. 이것은 DFC의 과거(?)를 그대로 보여준다. CCC에서 중요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던 이들이 그들의 젊음을 바친 ‘고향’을 떠나와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때는 그만큼 강한 무엇이 그들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 그들은 김준곤 목사라는, 대표적으로 리더십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CCC의 구조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고, 그런 구조의 변화를 부르짖다가 결국 CCC를 떠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DFC는 철저한 민주성을 조직 기반으로 내세웠다. 간사들 전체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총회제도를 도입했다. 간사들 3분의 2가 찬성해야만 하나의 안건이 통과될 수 있도록 했으며, 대표 역시 직선제로 바꾸었다. 3년 임기로 하되 가능하면 후배들을 위해 단임으로 그치는 풍토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또 한 사람의 권위가 전체를 압도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해악을 차단하기 위해 리더십의 이양을 꾸준히 젊은 세대로 넘겨왔다. 내년이면 창립 10년을 맞는 DFC는 이런 노력 끝에 지난해 총회에서는 초기의 리더십을 대표하는 50대 연령층에서 그 아래 세대로의 대표 이양에 성공했다.

김석환·진공열·허 앙·이무웅·안효선·박수웅 간사 등 CCC에서 나올 때 선두에서 일을 지휘했던 이들 가운데 진공열 간사(대전지구 대표)와 이무웅 간사(강릉지구 대표) 등 현장 사역자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한 발짝 물러서 있는 실정이다. 이를 위해 협력간사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목사안수식에 참석한 DFC간사(DFC서울지구 사진자료실에서)

간사들에게 신학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간사들의 사역 영역을 확대하려는 의도와 함께 세대간 리더십이 원활하게 소통될 수 있도록 숨통을 틔기 위한 자구책으로도 해석된다. 물론 이것은 간사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사역이 건전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는 기초적 방안이 된다. 실제로 DFC의 경우 3년 연수 후 간사가 되어 사역기간 3년이 지나면 신학 공부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런 제도 때문에 현재 간사 80여명 가운데 10% 이상이 신학 공부를 마친 상태다. DFC는 이런 비율을 꾸준히 유지할 방침이다.

간사들의 모금 방식에서도 다소 이상적인 형태를 고집했다. 초기에는 100% 공동모금 형식을 취했다. 간사들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결코 기독교 공동체의 모습이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후 다시 제도를 수정해 지금은 7년째 모금액의 50%를 공동 구좌로 넣어 공동분배 하는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10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남아 있는 분열의 상처들이 있다. 간사들의 모금 활동이 일단 어려웠다. DFC의 정당성을 말하면서도 “둘 다 잘못이야”라는 양비론적 태도를 현장에서 목격했다. 학원복음화협의회에는 여전히 가입되지 않고 있다. DFC의 가입을 껄끄러워하는 회원 단체가 있다는 얘기다. 대전·원주 등 일부 지구를 제외하면 여전히 학생 숫자가 미미한 형편이다. 특히 가장 활발해야 할 서울 지역에서 거의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CCC 아류’라는 인식에다가 충분한 홍보도 없었기 때문이다.

남양규 총무는 이런 현실에 대해 “지금까지는 생존 자체가 기적이었다”며 그간의 아픔을 토로했다. 남 총무는 그러나 “이제 DFC도 기초 다지기에 성공했고, 이런 건강한 기초 위에서 현장사역 역량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