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이 글은 지난 9월 20일, 단강교회를 떠나 프랑크푸르트 한인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 한희철 목사님이 단강교회에서 매주마다 나오는 소식지 <얘기마을>을 받아보던 전국의 독자들에게 '자그만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내온 글입니다. 무엇보다도 한목사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마음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함께 하실 수 있다면 그것으로 큰 힘이 되겠습니다. 천원이면 어떻고 만원이면 어떻습니까. 모두가 사랑이고 귀한 일인 것을... 좋은 만남을 통해 하나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내 삶의 고향이자 스승과 같았던 단강을 떠나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습
니다. 떠나는 자나 보내는 자나 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어 서로의 마음을 정리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뉴스앤조이 김승범

낙엽들이 새떼처럼 날립니다. 때를 예감하고 아름다운 빛깔로 자신을 물들인 뒤 가볍게 바람을 타는 낙엽은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때를 짐작하고 산다는 것의 어려움과 소중함을 아울러 생각하게 합니다.

참 오랜만입니다. 미리, 자세하게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먼 곳으로 떠나오게 되어 아쉽기도 하고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그동안 함께 나눴던 정(情)과 만남을 생각하면 더욱 그런 마음이 큽니다.

내 삶의 고향이자 스승과 같았던 단강을 떠나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떠나는 자나 보내는 자나 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어 서로의 마음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중에도 주님의 뜻을 따를 수 있는 용기를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릴뿐입니다.

생각지 못했던 독일로 떠나오며 15년 전 단강으로 들어가던 첫 날이 떠올랐습니다. 진눈깨비가 사납게 흩날리던 봄날,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향하던 그 날은 단강마을에 교회가 처음으로 세워지던 창립예배일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지극히 무모하게 첫 목회를 시작하게 하신 주님이셨지만 저는 단강에 살면서 그렇게 시작하게 하신 주님께 마음 깊이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것은 분명 은총이었습니다. 목회의 길을 걸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번 독일로 부르신 주님의 부름이 또 한번 같은 부름으로 여겨집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민교회, 모두 제게는 낯선 말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교회가 큰 상처를 입었고, 주의 백성들이 흩어졌다는 말이 주님의 부르심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곳에서 두 주일 예배를 드리며 마음속에 크게 찾아든 생각은 다시 한 번 꼭 필요한 곳으로 부르셨다는 생각입니다.

이 곳에 와서보니 한 가지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한 일이 있어 무례함을 무릅쓰고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부임한 프랑크푸르트교회는 이민교회로서는 드물게 자체 예배당을 소유하고 있는 교회입니다.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된, 아담하고 아름다운 예배당입니다.

그러나 예배당을 소유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재정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3년 전 160만 마르크(1마르크는 약 600원)에 독일교회의 예배당을 구입하며 20년 상환조건으로 은행융자 90만 마르크, 17년 상환조건으로 독일교회에서 50만 마르크를 빌려 지금까지 대금을 갚아오고 있습니다. 약간의 원금과 이자를 합해 한 달에 약 1만 마르크를 지불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뉴스앤조이 김승범
안타깝게도 그동안 교회에 큰 어려움이 몇 차례 있어 대부분의 교인들이 교회를 떠났고, 지금 남아있는 교인은 단지 13가정뿐입니다. 이런 극심한 어려움 속에서도 교회를 떠나지 않고 교회를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교우들의 노력은 참으로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현재 남아 있는 융자금이 은행에 85만 마르크, 독일감리교회에 50만 마르크, 지금의 교회형편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액수입니다.

이곳에 도착한 지 두 주일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그동안의 이야기를 듣고 저 또한 이 예배당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드는 것은, 그동안 교우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귀하다는 생각과 함께 2세들에 대한 생각이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이국 땅에서 우리의 예배당을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모습이리라 여겨집니다. 낯선 땅에서 태어나 자라나는 2세들이 든든하게 신앙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우리 1세들이 져야 할 십자가로 여겨집니다.

감히 『얘기마을』 가족들께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은 주님의 교회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여러분의 힘을 모아달라는 것입니다. 고민하며 기도하던 중 기드온의 삼백 용사를 생각했습니다. 기드온의 삼백 용사가 있다면 현재의 한계 상황을 능히 지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드온의 삼백 용사란, 무엇보다 우리를 위하여 기도해 줄 사람을 말합니다. 기도할 때마다 우리를 기억하고 기도해 줄 기도의 후원자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드리는 기도보다 더 나아갈 수 없고, 때로 그런 일이 가능한 듯 보여도 결국은 위험한 일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기도 속에 우리가 있기를 원합니다.

다른 하나는, 재정적인 후원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현재 독일은행과 독일교회에 매달 납입해야 하는 금액은 1만 마르크(우리 돈으로는 약 600만원)입니다. 현재의 교회 실정으로는 융자를 갚아나가는 일과 교회를 유지하는 두 가지 일을 같이 하기가 불가능한 형편입니다. 감히 부탁드리기는 우리를 위하여 재정적인 후원자가 되어주시기를 원합니다.

한 달에 2만원씩의 헌금을 2년 동안 드릴 수 있는 삼백 명을 생각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2년 간 은행 융자에 대한 부담은 없어지게 되며, 그 일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우리가 교회다움을 회복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겠다고 여겨집니다. 주님의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도와 헌금을 드릴 수 있는, 우리는 지금 다시 한 번 기드온의 삼백 용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사람이 부임한 뒤에 교우들이 새로운 힘을 얻고 있고, 한 두 가정씩 새롭게 주님의 전을 찾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교회의 이름이 땅에 떨어졌지만(놀랍게도 프랑크푸르트교회는 가지 말아야 할 교회 1순위로 소문이 나 있더군요) 우리는 분명 새로운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극심한 어려움 속에서도 밝은 웃음과 소망을 잃지 않은 교우들이기에 선한 기대를 갖게 합니다. 이곳에서 새롭게 만난 교우들과 힘을 모아 주님의 무너진 제단을 수축하는데 저도 성심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의 형편을 알리며 이곳 프랑크푸르트교회를 한국의 교회가 형제교회로 받아주기를 몇 몇 한국교회에 호소하기도 했습니다만 어떤 결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모든 일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 예배당 지하에 있는 작은 방에서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비자를 기다리는 중이라 두세 달 후에나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이곳 교우들이 임시 거처로 아파트를 임대해 놓았지만 그냥 이 방을 쓰기로 했습니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핵실험은 대개 지하에서 하는 것이라고, 저 스스로에게 위로와 다짐을 합니다.

대부분은 방안에서, 그러다 가끔은 예배당 앞에 있는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지나가는 생각 중에는 여러분을 향한 생각들도 있습니다. 쟁기를 잡은 자가 뒤돌아보는 것은 합당치 않다 하셨지만,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기억 속에 여러분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얘기마을』 가족인 여러분을 통해 받은 사랑이 너무나 많고 너무나 큽니다. 그 갚을 수 없는 크나큰 사랑의 빚을 두고 오늘 다시 부탁의 말씀을 드려 마음이 무겁습니다만, 주님의 교회를 생각하는 마음 때문임을 헤아리시고 너그럽게 받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희철 목사 ⓒ뉴스앤조이 김승범
기드온의 삼백 용사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행여라도 이런 일이 하나님의 뜻을 사람의 생각으로 앞서는 것이 아닐까 저 스스로 조심스럽습니다.

이곳 프랑크푸르트교회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20여분 떨어져 있는, 시내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교회입니다. 언제라도 지나시게 되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반갑고 고마운 만남이 이 곳에서도 허락된다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늘 강건한 삶이 되시기를 원하며 이만 줄입니다.

2001. 10. 4

프랑크푸르트에서, 주의 작은 종, 한희철 드림

*->>후원 창구 / 303-24-0133-561(국민은행) 한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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