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의 어머니 교회라고 할 수 있는 정동제일감리교회(조영준 목사, 서울 중구 정동 소재)가 국가로부터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예배당을 보수공사하기로 한 것과 관련, 문화재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교인들과 현재 사용자들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교인들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교회는 보수공사를 하는 이유로 ▲문화재 예배당을 건축한 지 100년이 지났으며, 6·25 동란과 방화사건 등을 거쳐 건물이 많이 손상됐기 때문에 위험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 ▲여름에 에어컨을 틀지 못할 정도로 전력이 약하다는 것 등을 내세웠다.

교회는 문화재 예배당의 구조적인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한양대 공과대학 건축공학부에 보수 보강 방법에 대한 적합성 여부에 대한 검토를 의뢰한 바 있다. 그 결과 한양대 공과대학 건축학부의 이리형, 지남용 교수는 현재 사용자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수공사가 시급하다는 결론을 지난 4월 내렸다.

보수 공사의 범위와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문화재청과 중구청, 교회 관계자들이 모여 '문화재발전위원회'를 소집하고 구역회의 승인을 받아 공사 범위와 방법을 정하기로 했다.

문화재청과 중구청 관계자는 공사범위를 최대한 축소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으나, 정동제일교회 관계자는 "100년이 넘은 건물의 일부만 보수한다 해도 남은 부분이 견뎌내겠느냐며 공사범위를 최대한 넓히겠다"는 입장이다.

교회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이곳을 문화재라는 시각으로만 보고 있으나, 우리는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해, 보수공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문화재로서의 가치보다는 현재 사용자들의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교회 안팎에선 개신교의 역사적 성지이자 한국의 현대 문화재인 정동제일감리교회의 문화재 예배당을 현재 사용자들의 편의만을 고려해서 개조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아무튼 문화재 예배당 보수에 관해 제시된 방안 중에 이 예배당을 그대로 보존하고, 정동제일교회의 사용공간 부족에 대한 대책으로 주변건물을 이용하는 방안도 제시되었으나, 교회 관계자는 '이 예배당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교회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된 이 문화재 예배당은 아펜젤러 선교사가 1897년에 건축, 봉헌된 것으로 우리나라 개신교 역사상 가장 오래된 건물이며, 1976년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독립운동 당시 이화학당 학생이던 유관순이 출석한 교회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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