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대기획 4부작 '신의 길 인간의 길' 첫 편 '예수는 신의 아들인가'가 6월 29일 방영됐다.(SBS 홈페이지 갈무리)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티모시 프리크와 피터 캔디가 공저한 반기독교 소설류인 <예수는 신화다>라는 책을 그대로 베낀 SBS 스페셜 ‘신의 길 인간의 길’ 4부작 중 첫 편 ‘예수는 신의 아들인가’가 6월 29일 밤 11시 2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방영됐다.

불공정한 내용을 케이블이 아니라 그것도 공중파를 통해 전국에 방영하였다는 사실은 2000년을 이어온 기독교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요, 정통 기독교 신앙에 대한 범죄행위이다. 티모시 프리크와 피터 캔디가 공저한 <예수는 신화다>는 검증되지 않은 자료 제시와 그 논리전개 방식의 문제점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서 지적되어 이미 학계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허구 소설류인데, 이번에 SBS 스페셜이 전적으로 거기에만 의존하다시피 하면서 특집방송을 만든 것은 공익방송으로서 스스로 그 위상을 격하시킨 부끄러운 사건이며 동시에 정통 기독교에 대한 무책임한 폭거이다.

그러면 필자가 이번 방영된 SBS 스페셜이 지니고 있는 신학적 문제점들을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이집트 신화인 ‘오시리스 신화’에 관해 살펴보자. 오시리스 신화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서기 40~70년경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스의 철학자 플루타르크에 의해서다. 다시 말해, 단군신화가 일연에 의해 조선시대에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진 것과 그 유래가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볼 때, 플루타르크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후 10년 내지 40년이 경과한 때에 출생한 인물이다. 또한 초기 그리스도교의 신학을 집대성한 사도 바울이 그의 모든 서신을 다 기록한 이후 비로소 활동하기 시작한 철학자이다. 플루타르크가 오시리스 신화에 관한 글을 쓴 때를 아무리 빨리 잡아도 70~80년경이므로, 이미 그때는 신약성서의 기록이 거의 마친 상태이다. 그러므로 오시리스 신화가 초기 그리스도교에 미친 영향을 언급하기에는 너무나도 그 시기가 맞아 떨이지지 않는다.

둘째, 티모시 프리크가 주장하는 것처럼 초기 그리스도교는 오시리스 신화를 표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티모시 프리크가 플루타르크의 “이시스와 오시리스에 관하여”라는 책을 표절한 것이다. 오시리스는 이집트의 통치자가 되어 이집트인에게 농사를 짓는 법과 여러 신들에게 경배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런데 오시리스의 동생인 세트는 이것을 시기하여 자기 형인 오시리스를 잡으려고 교묘하게 수작을 꾸며서 자신이 만든 관 속에 눕히게 된다. 후에 오시리스는 세트의 손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 14개로 토막이 나서 죽임을 당하게 된다. 어떻게 이러한 내용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더구나 예수 그리스도는 오시리스처럼 이시스와 근친결혼을 하지도 않았으며, 오시리스가 이집트를 28년간 통치한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한 통치가도 아니었다.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는 로마의 식민치하에서 신음하면서 당대에 정치적 메시아만을 기다리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오직 고난 받는 종의 모습으로 오셔서 하나님의 통치와 그 주권을 온 인류에게 분명하게 말씀해 주었다.

셋째, 초기 그리스도교는 오시리스 신화와 같은 고대 이민족들의 신화가 간직하고 있는 다신론적인 내용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있다. 이 말은 티모시 프리크가 주장하는 것처럼 초기 그리스도교는 다신론적인 신화를 바탕으로 기록된 것이 아니다. 신화는 무엇인가? 그 말 그대로 신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오시리스 신화에는 많은 신들이 등장한다.

플루타르크는 이집트 신들의 이름 대신에 로마 신들의 이름으로 대체하여 오시리스 신화를 우리에게 전해주었는데, 이것은 오늘날도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다신론적인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초기 그리스도교는 유일신 사상에 철저히 서서 예수 그리스도 사건을 전해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초기 그리스도교는 다신론적인 신화를 배격하고, 죄에 빠진 모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아들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을 소개해 주고 있다. 그러므로 신약성서가 보여주는 표현 방식도 플루타르크가 오시리스 신화를 소개하는 것과 같은 신화적 표현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을 인간의 역사 속으로 가져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옆에서 지켜본 목격자들의 진술로 되어 있다.

신약성서는 신화가 아니라 역사를 기록한 것이다. 역사는 신화와 달리 사건이 주는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그 의미는 이 사건의 주인공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와 부활을 통하여 이루신 구원사역을 통하여 온 인류에게 주어지는 놀라운 구원과 은혜와 평강이다.

넷째, SBS 스페셜이 티모시 프리크를 인터뷰 전면에 내세워서 그의 주장들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한 것은 한국의 청취자들을 우롱한 처사이다. 더구나 SBS 스페셜 제작진이 <예수는 신화다>라는 책의 내용과 관련하여 단지 방송 초두에 책 표지만을 보여주고 이미 내용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설명이나 인용 제시어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가져다가 마치 자기들이 학문적으로 신약성서와 비교를 한 것과 같이 청취자들을 현혹시킨 것은 티모시 프리크와 피터 캔디의 검증되지 않은 망상을 무단으로 사용한 일이므로 너무나도 중대한 표절행위이다.

과연 SBS는 티모시 프리크와 특히 그 책의 공저자인 피터 캔디에게 허락을 받았는가? 이는 마치 SBS 스페셜 제작진이 무슨 학자라도 된 듯이 착각하고 청취자들을 기만한 행동이 아닌가? 필자는 이러한 SBS 스페셜의 표절 행위에 대해서 마땅히 그 담당자들에게 엄한 책임을 물어야 공적 기관이 취할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한다. SBS 스페셜의 기획의도에 의하면, “본 프로그램은 유대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기독교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기독교의 기원을 <예수는 신화다>라는 티모시 프리크와 피터 캔디의의 저서에서 찾았다는 사실을 청취자들에게 심어주었다.

결론적으로, 티모시 프리크와 피터 캔디가 공저한 <예수는 신화다>라는 저서가 이미 서구와 국내 학계에서 그 학문적 가치가 없는 일종의 기독교 비하 소설류로 결론이 난 것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이번에 특집 프로그램을  만든 SBS는 공익 방송으로서 그 역할을 공정하게 수행하지 못한 책임을 뼈저리게 져야한다. 물론 일부 네티즌들이 이번 SBS 스페셜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 혹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반 기독교적인 정서의 표출이며 또한 제대로 실상을 알지 못하는 몇몇 사람들의 치기인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줄 아는 공인이라면 스스로 자중 자해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 SBS는 이번 스페셜 방송 파행과 관련하여 기독교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단순하게 무마하고 해명만을 할 것이 아니라, 차후에 유사한 과오를 다시는 범하지 않겠다고 청취자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제제기를 SBS 스페셜 프로그램에서 공개적으로 소개하여야 하며, 더 나아가서 이번에 “예수는 신화다”라는 저서를 표절하고 더 나아가서 공정하지 못하게 특집 방송을 만든 담당자들을 엄히 문책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차후에 기독교계가 SBS에 대하여 법적으로 그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소기천/ 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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