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미국 테러 사건 관련 보도에서,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하는 기자회원의 글이 있던데, 이에 대한 <뉴스앤조이>의 공식적인 해명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느 목사님의 주문이었습니다. "내부적으로 의논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몇몇 사람이 그 기사에 대해 자신에게 항의하더라"고 하더군요. 거기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주변의 가까운 다른 분에게 확인을 해봤더니, 그런 얘기가 꽤 돌았더군요.

또 다른 한 분이 몇 차례 전화를 해왔습니다. 미국에서 한인 교회를 목회하는 분이라고 합니다. "설교비평 시리즈 기사와 관련해서 교인들이 자꾸 이것저것 묻는다"면서 "가뜩이나 이민 목회가 힘든데 왜 더 힘들게 만드냐"면서, 설교비평 시리즈를 없애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은 며칠 전 '미국 폭탄 테러 사건'에 대해서도 항의를 했습니다. 대화에 진전이 없자, 김 모 목사님에게 따지겠다고 합니다.

인터넷 <뉴스앤조이>에는 하루 평균 3,000번에서 3,500번 정도 방문 조회가 이뤄지고 있으며, 오프라인 <뉴스앤조이>는 유료구독자 1,100명을 포함해 격주로 4,000명의 독자가 <뉴스앤조이>를 읽고 있습니다. <뉴스앤조이> 기자회원으로 가입한 분은 440명입니다. 방문자든 독자든 기자회원이든, 외양적으로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저희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분들입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생각과 가치와 신념들이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급적 각자의 생각과 신념을 존중하려고 애를 쓰지만, 정서적인 한계 내지 역량의 부족 때문에, 많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저희의 솔직한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저희 신문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삼킬 것은 삼키고 뱉을 것은 뱉어낸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의 처음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모든 내용을 무분별하게 수용하거나 맹종하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믿음을 전제로, 지금의 우리 사회나 교회가 가지고 있는 정서상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도 사이트나 지면 안에서 소화하려는 것이 저희의 기본 태도입니다.

특히 신학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이러한 태도에 대해 마땅치 않아 하는 분들이 "<뉴스앤조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라"고 요구합니다. 그러한 요구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단칼에 무 자르듯이 규정하는 것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정말 잘못된 한 가지가 있습니다. <뉴스앤조이>의 기사가 맘에 안 드는 그 분은 <뉴스앤조이> 운영진에게 직접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왜 엉뚱한 분에게 항의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전화를 하신 그 분이 <뉴스앤조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미국에 계신 그 목사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해서 김 아무개 목사님께 얘기를 하겠다고 하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뉴스앤조이>를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달 직원들 봉급을 주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더군요. 그런데 마침 어느 대형교회에서 담임목사 집회 광고를 싣겠다고 합니다. 부족한 액수와 광고대금이 딱 맞더군요. 그걸 하나님의 예비해놓으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이번 주 신문에 그 광고가 나갔나 안 나갔나 신문지상으로 확인을 해보시기 바랍니다만, <뉴스앤조이>의 창간정신 중 하나가 '금권과 교권을 비롯한 어떠한 권력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거기서 무너지면 저희는 문을 닫아야 합니다. 언론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까지 몸부림을 쳐왔고 안팎으로 그 누구에게도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그걸 믿고 있는 독자들이 <뉴스앤조이>에 돈을 내고 신문을 봐주시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곁길로 갔습니다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제3의 권력이나 권위를 이용하려고 한다는 발상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느낍니다. 그것을 '정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아주 못난 '정치적 행태'의 하나입니다. 지금 여러 교회나 교단, 신학교에서 빚어지는 부정적 사건들의 이면에는 이런 '고약적 정치적 행위'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학자의 논문에서 잘못을 발견했다면, 당사자에게 지적을 할 수도 있고, 더 좋은 방법은 글을 통해서 신학적으로 비판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작업은 생략한 채 교단 정치권 인사들에게 일러바쳐서 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경우를 한 두 번 보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판국에서 건강한 토론과 비판문화가 설 자리가 있겠습니까?

<뉴스앤조이>에는 진보만 득실거리고 보수는 기도 못 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보란 좌파를 뜻하는 것 같습니다만, 진짜 진보나 좌파가 그런 얘기를 들으면 화를 낼 겁니다. 저희도 창피합니다. 전에 어느 분이 저더러 '대학 시절 운동권 아니었냐"고 하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은 자기 나름대로 제 뒷조사를 꽤나 했더군요. 80년대 후반 '독재 타도 호헌 철폐'를 외치며 명동성당 부근과 서울역 부근을 뛰어다닌 적은 있습니다만, 저보고 운동권이라고 하면 진짜 운동했던 친구들에게 얼굴을 들지 못합니다. 한종호 편집인에 대해서도 '민중신학 해방신학' 운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자꾸 그러면 민중신학이나 해방신학에 몸 담고 있는 분들에게 정말 미안해집니다.

극좌나 극우가 아니라면, 좀 우파적인 사람도 그리고 좀 좌파적인 사람도 <뉴스앤조이>에서만이라도 숨쉬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냉소적인 태도를 갖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으르렁거리지 말고 그저 '아,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받아들여줍시다. 좌파와 우파는 서로 생각이 다를 뿐입니다. 옳고 그름은, 좌냐 우냐로 구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선과 악은 좌에도 있고 우에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뉴스앤조이>는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이 이 안에서 자유롭고 어울리고 뛰어 놀며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비판의 칼날을 더욱 예리하게 세워나가야 합니다. 거기에는 좌도 우도 없으며, 어떠한 성역도 있을 수 없습니다.

물론 극좌와 극우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글이 눈에 띌 것입니다. 물론 가급적 그러한 글들은 걸러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뉴스앤조이> 독자들은 최소한 이 정도는 분별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되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또 독자들 역시 <뉴스앤조이> 운영진들이 아무런 분별력 없이 막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쌍방간의 믿음이 지금의 <뉴스앤조이>를 만들어온 것입니다.

그리고 보수가 왜 이곳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것입니까? 따지고 보면, 이곳에서만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인가요? 보수권 내부에서 마녀사냥 놀음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 누가 자기의 진심을 제대로 쏟아낼 수 있겠습니까? 그러한 왜곡된 풍토의 피해를 <뉴스앤조이>도 입고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보수권의 학자들을 만나 글을 부탁해도, 언제 어디서 자기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뜻 나서지 못합니다. "새로운 거 연구하면 죽는다. 옛날 거 계속 울궈 먹어야 한다" 이런 얘기는 보수적인 신학교에서 이미 진리(?)로 검증되어 있습니다.

추석 직전 예장합동 교단의 총회 상비부 임원 한 분을 만났습니다. 올해 총회 관련 보도 내용에 대해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자신의 주장을 후속 기사에서 보도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 분의 생각과 제 생각이 별로 다르지 않았고, 객관적으로도 타당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저는 그 분이 속한 부서의 결정사항이 잘못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분 얘기처럼, 그러한 결정사항이 총회에서 정치적으로 잘못 처리되는 것 또한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기에, 그 분의 얘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것입니다.

대구에 있는 어느 교회 관련 기사가 8월 초 나간 적이 있습니다. 최근 그 기사에 대한 반론 기사가 사이트에 게재돼 있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뉴스앤조이>는 이처럼 열린 공간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면 열린 공간이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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