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보다 농사일에 지치고 바쁜 때인걸 알면서도 심야기도회로 모이자 했습니다. 힘들어서 다 못 오시면 우리 둘이 서라도 기도하자고 마음을 비우고 나가서인지 열 명도 안 되는 성도님들이 모였지만 왜 그렇게 크게 느껴지는지요.

미리 나와 앉아 계시는 분들의 뒷모습에서 든든한 위로를 얻습니다. 긴긴 뙤약볕에 지친 하루 일을 끝나고 죽은 듯이 쓰러져 잠들고 싶은 마음 간절한 고단한 밤, 기도하기 위해 둥글게 둘러앉아 무릎을 꿇었습니다.

큰 소리로 혹은 작은 소리로 어둠 속에 유난히 밝은 예배당 불빛처럼 모두가 잠든 밤 몇몇이 둘러앉아 드리는 기도 소리는 조용한 밤하늘을 수놓는 밝은 불빛이 됩니다. 늦은 밤 기도회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예배당 바닥에 검정 비닐 봉지가 하나 눈에 띄길래 주웠습니다.

"어!. 기거이 제꺼야요. 가방을 메고 오자니 무거워서요. 이리 주시라요---" 비닐 봉지를 벌려 성경책을 담으시는 장로님께 "아니 장로님이 비닐 봉지에다 성경을 감춰 갖고 다니세요? 누가 길에서 어디 가냐고 물어보면 그냥 저-기 가요. 그러는 줄 오해하겠잖아요---"

"하하하 기거이 길케되나?" 팔십이 넘은 장로님이 기운이 없어 간편하게 모시는 줄 알면서도 늦은 밤 웃어 보자고 던진 농담에 갑자기 임길자 성도님 얼굴이 빨개지면서 고백을 합니다.

"사모님, 그 말씀은 꼭 저 들으라고 하는 것 같아 찔리네요---" "어, 그럼 저-기 간다고 하면서 교회 다니는 사람 따로 있었군요."

"글세 어제 저녁에도 구역예배 드리러 가는데 이웃 사람들이 다 저녁에 어디 가냐고 묻길래 그냥 저-기 간다고 나왔는데 오늘 저녁에는 더 늦게 올라니 쬐금 고민이 되잖아요. 그래서 물병 하나 챙겨 가지고 나오면서 누가 귀찮게 물어 보기만 하면 물 뜨러 간다고 얘기할려고 작정을 하고 나왔는데 교회에서 그 소릴 들으니 얼마나 찔려요---"

물병이라도 들고 기도하러 오신 믿음이 고맙다고 해야 할지 그냥 웃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오늘밤은 '젊은 여자가 밤마다 어딜 그렇게 나가나---' 이웃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가며 달려나와 기도하는 임길자 성도님의 신앙에 찔림 대신 용기를 주는 밤이었습니다.

기도하다가 깊어지는 밤. 이런 밤이면 혼자서 밤이 맞도록 기도하시던 주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민형자 / 대덕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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