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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교회와 교회건축
  • 정시춘 (jjarchi@chollian.net)
  • 승인 2000.09.16 00:00
최근 많은 교회들이 새 시대의 목회 비전으로 열린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열린교회란 아마도 지역사회에 개방된 교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그 동안 우리 교회는 지역사회에 대하여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골교회가 아닌 대부분의 도시교회는 교인들의 거주지가 도시 전역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주일날 대형버스를 동원하여 교인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따라서, 교회가 위치해 있는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었고, 지역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소음과 교통혼잡의 원인이 될 뿐 자신들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교회를 달가워할 리가 없었다. 그들은 교회 주변의 집 값이 떨어진다고 불평하고, 교회가 새 교회당을 지으면 심하게 방해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한국의 도시교회가 지역사회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회가 열린다 함은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 주민들의 삶에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뜻일 터이고, 동시에 이를 통해 교회의 최대의 사역인 전도의 기회로 삼겠다는 뜻이 마땅히 포함되어 있을 터이다. 이를 위해 교회는 지역사회의 불우한 이웃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도울 것이며, 다양한 문화적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그들과 자리를 함께 할 기회를 증대시킬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건축공간을 필요로 하며, 그 공간환경의 적정성 여부에 프로그램의 성패가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공간들의 적정성보다도 더 우선하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그곳에 들어가 보고 싶고 들어가서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열려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교회가 지역사회에 열려 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단서는 교회당의 외형이 보여주는 이미지이다. 어떤 교회당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중세 유럽의 성(城)에서 볼 수 있는 요새 같은 느낌을 받거나, 궁궐 같은 권위를 느낀다. 따라서 그 교회에는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또 다른 교회당에서 사람들은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받아 괴롭거나 슬플 때 언제나 들어가 기도하고 싶은 친근감을 가진다. 이러한 교회당 형태의 느낌은 그 모양과 크기, 재료, 색깔, 텍스추어 등 여러 가지 형태요소들이 어울어져서 내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두꺼운 벽은 그 내부를 보호하는 동시에 외부인의 접근을 막는 역할을 하며 폐쇄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유리는 그 투명성으로 인해 내부에서 일어나는 활동들을 밖에서 들여다 볼 수 있어 매우 개방적이다. 그러나 유리도 유리 나름이어서 최근에는 내부가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는 폐쇄적인 느낌의 유리도 있기 때문에 목적에 따라 잘 사용해야 한다.

교회가 지역사회에 열려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건축적인 단서는 내부공간에 있다. 출입문을 열고 교회 안으로 들어섰을 때 벽과 닫혀있는 문들만 보인다면, 방문객은 어디로 가야 할 지, 잘못 들어온 것은 아닌지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한쪽에 인자하거나 상냥해 보이는 안내원이 있다면 그는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가서 안내를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입구 홀 한쪽에 소파라도 놓여있다면 더욱 방문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게다가, 셀프서비스로 차 한잔 마실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면 이는 금상첨화이다.

외국 여행에서 피곤한 여행자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는 아마도 호텔의 로비일 것이다. 그 곳은 아무나 들어가서 푹신한 소파에 앉아 쉬어갈 수 있는 공공의 장소이다. 교회의 출입구 안쪽에 이런 로비가 있다면 열린 교회가 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가급적이면 어둠침침한 복도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록 방이 한 두개 부족하더라도 조금은 여유 있는 로비에 상세한 안내판이 있어 교회당 안의 모든 시설과 가고자하는 곳의 위치를 쉽게 알려주면 좋을 것이다.

내부공간 계획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홀이나 복도 같은 공용공간의 여유이다. 대부분의 교회가 필요한 공간의 양에 비해 작은 규모의 교회당을 지을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 각 기관마다 독립된 방을 요구하다보니 하나라도 더 많은 방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공용공간에는 매우 인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회의 안을 가만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활동들이 그들만의 비밀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성가대 연습이나 청소년들의 음악, 체육 등 그 활동이 다른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개방해도 좋은 활동들이며, 오히려 개방시킴으로서 다른 기관의 활동에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홀이나 복도의 한쪽 구석에 마련된 작은 공간은 물론 식당이나 휴게실, 심지어는 마당의 나무밑이 교회학교 성경공부의 장소가 될 수도 있고, 교제의 장소가 되기도 하며, 상담의 장소가 될 수도 있다. 또 그러한 장소는 시간을 바꿔가며 교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공간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가능하다면, 공용공간은 버리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열린 교회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배려해야 할 공간이다.

더욱이 교회의 대부분의 활동들이 주일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그 많은 공간들이 평일에는 자물쇄로 잠긴 채 비어있는데 반해, 지역사회에는 마땅히 회집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 많은 모임들이 술집이나, 커피숍 또는 회원들의 집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장소들의 환경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교회당의 빈 공간을 이러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모임과 행사들을 위하여 개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관리상 어려움과 경제적인 부담이 따르겠지만 이를 선교적 차원에서 본다면 그만한 투자는 교회의 선교비 예산에서 충당해도 좋을 만큼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열린 교회' - 이는 목회 비전의 문제이며, 지역사회를 향한 목회 프로그램의 문제이겠지만, 건축 환경적 뒷받침이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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