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경찰서 경승실에 불상이 들어서는 것과 관련, 원주 지역 교회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배타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데다 전국 20여 곳 경승실에 이미 불상이 설치돼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바라보는 경찰서 측이나 일반 시민들의 시각은 결코 곱지 않다.

원주시기독교연합회 등 8개 단체가 결성한 '원주경찰서 내 불상설치 반대를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대표:이종인 목사, 이하 기대위)'는 9월 28일 오전 11시 원주시 고수부지에서 400여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경승실 불상 자진 철거 △원주경찰서측의 사과를 촉구했다.  

기대위는 "공공기관에 불상을 설치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며 특히 경목·경승·경신실은 현행 규정상 사무실로 되어있는데 불상이 들어서면 경찰서는 법당화되는 것이다"고 말하고 "이는 반드시 막아야하고 또한 불상설치 반대 운동을 원주로부터 시작해서 전국으로 확산시켜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대위는 '경찰서 불상 설치 반대' 현수막과 대형 확성기를 앞세워 원주경찰서 앞을 통과해 도심까지 1시간 동안 가두시위를 전개하고 실력행사의 일환으로 원주경찰서 경목실을 폐쇄조치 했다.

기대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관공서 내 불상설치로 물의를 빚은 경찰서장은 사과하고 경무과장은 물러나라 △지속적인 관공서 내 불상철거운동에 기독교계는 분발하여 참여하라 △현 정권은 모든 분야에 국민 화해와 일치를 도모하여 공명정대하게 통치권을 행사하라 △원주의 국회의원과 도의원, 시의원들은 종교분쟁을 유발하는 편파 행정을 감시하고 감독하라 △불교계는 기독교계와 필요 없는 분쟁을 일으키지 말고 경찰서 내 에서 스스로 불상을 철거할 것 등을 촉구했다.

한편 <불교정보센터> 보도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일부 목회자는 "경찰서에 불상이 모셔지면 학교를 비롯한 다른 공공기관에 불상이 들어서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경찰서 내 불상은 막아야한다"는 발언과 함께 "며칠 전 무당들이 굿을 하던 장소가 벼락을 맞았다. 우상을 모시는 곳에는 하나님의 심판이 있다"는 등 원색적인 비난 공세를 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교측은 이날 시위에도 불구하고 현해스님(월정사 주지) 상운스님(대한불교조계종 포교부장) 원행스님(원주시 불교사암연합회 회장) 등 150여명의 승려들이 참가한 가운데 원주경찰서 5층 강당에서 '불상 설치식'을 강행했다.

현해 월정사 주지는 이날 "중국의 3대 시인인 이태백과 두보, 백낙청은 비록 추구하는 종교적 이념은 달랐으나 결코 남을 폄하하거나 대립한 적이 없으며, 서로를 존중하면서 위대한 시인이 되었다"고 밝혀 불상봉안을 반대하는 기독교 집회를 간접적으로 질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서 경승실 불상 설치와 관련, 기독교와 불교계의 대립으로 빚어진 '종교전쟁(?)'을 바라보는 원주시민들은 △기독교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단군상처럼 불상의 목이 잘려나가지는 않을까 등의 지극히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원주경찰서 측도 기독교계의 주장이 지나치게 자기 종교 중심적인 배타적인 주장이라는 측면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주경찰서 김선모 경무과장은 "경찰 불교 신자들은 경승실에 찾아가 법회에 참가하는 등 신앙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 곳에 불상이 들어선다고 해서 그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라고 밝히고 있다.

김 경무과장은 또 "아무리 기독교 교리에 배치된다고 해도 신앙의 자유가 있다는 측면에서 다른 종교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며 "불교계의 경우는 타 종교의 행사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경승실은 개신교와 천주교의 경목실 경신실처럼 경찰 포교를 위해 불교 승려가 사용하는 공간으로, 이 곳에 설치되는 불상은 약5평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김 경무과장은 "경승이 사용하는 이 작은 공간에 종교 고유의 상징물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을 비롯 서울과 부산 강릉 속초 고성 경찰서 등 전국 40여개 경승실 가운데 20여 곳의 경승실에 이미 불상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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