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상 교수(영남대·한국기독교총연합회 북한동포돕기위원회 자문위원)에 따르면 귀순자들은 전체적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윤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정부 관계기관의 최근 탈북자 적응실태조사에 의하면 △미취업으로 생계곤란 57% △취업 중이나 저소득으로 생계불안정 상태 28% △성공적 정착으로 볼 수 있는 조건을 가진 15%로 나타나고 있다.

즉 성공적 적응은 불과 15%에 불과한 반면 대다수에 속하는 85%는 생계에 곤란을 겪고있을 만큼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북자의 적응 수준은 동독지역 출신들의 통일 독일에서의 적응 수준과 비교해 보더라도 상당히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탈북자 부적응 사례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범죄 행위이다.탈북자들은 남한사회 적응 과정에서 심각한 곤란에 처할 경우 범죄의 유혹을 받게 되고 실제로 많은 범죄 행위가 자행되기도 하였다. 심지어 북한으로의 재탈출을 시도한 사례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범죄행위 이전보다 3배 늘어

탈북자들이 남한사회 적응 과정에서 저지른 범죄 건수는 1997년까지 총 66건이다.

그러나 이후 발생한 범죄 건수를 추가하면 그 수는 70여건 이상이 되고 있다. 탈북자가 증가할수록 사회 적응은 어려워지는 것으로 보인다. 1990년 이전 탈북자의 범죄 행위는 국내 거주자 414명 중 23건이 발생하여 5.6%에 불과하지만, 1990년 이후 탈북자는 국내 거주자 308명 중 43건이 발생하여 14%를 차지하고 있다. 즉 이전의 3배 정도가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1994년 이후 소련지역 벌목공 출신을 포함하여 탈북자의 입국이 급증하였으나, 이들에 대한 지원 수준과 사회적응 대책은 상대적으로 약화함으로써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범죄 유형은 절도·사기·폭력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탈북자와의 심층면접 결과를 분석해보면 면접에 응한 탈북자의 50% 정도는 탈북하여 남한으로 입국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으며, 자유롭게 남북한을 선택하도록 한다면 북한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응답자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1980년에 실시된 당시 탈북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남북한 어느 곳에 살아도 좋다고 허용한다면 북한에 돌아갈 것인가'를 물어본 결과 돌아가지 않겠다는 응답이 81.5%를 차지하였으나, 곧 돌아가겠다 5.1% 그리고 아무래도 무방하다는 견해도 11.5%를 차지하고 있다.

▲체육대회 모습
탈북자 적응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은 △향수병 △죄책감 △차별감 △문화충격 △적대감 △두려움 △기타 사회적 고립, 열등감, 불신, 언어상의 어려움, 분노, 슬픔 등이다. 향수병과 죄책감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은 탈북자들이 가족과 친구 그리고 고향을 두고 떠나왔기 때문에 그리움과 심리적 고통을 심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추석이 다가올수록 향수병과 죄책감은 더욱 높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남한사회 적응 과정에서는 직업교육과 취업알선 그리고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0%를 넘고 있어 처음에는 문화적 이질감에 어려움을 겪고, 적응 단계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에 가장 큰 곤란을 겪고 있다. 탈북자의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문화적 이질감을 이해시키는 것과 생계 유지를 위한 직업교육과 취업알선이 선결 과제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탈북자에 대한 적응은 남한 주민의 태도만이 아니라 정부의 효율적인 지원 체계와 지원 의지가 요구된다.

탈북자들의 이러한 인식은 결국 자신들에 대한 인권 침해를 주장하며, 정부 관련기관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사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탈북자들은 집단세력화를 통해 자신들의 인권과 생활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취업 곤란과 탈북자 간의 차별대우 그리고 입국초기 조사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인권유린 사태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윤 교수 등 북한 전문가들은 "탈북자는 민족 분단의 산물이며, 이러한 현실이 지속될 경우 탈북자의 발생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라고 말하고 "탈북자는 민족 분단의 희생자로 우리에게 민족 분단의 현실과 아픔을 되새겨주는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 있다.

부적응 심할 경우 주변 세력으로 집단화할 수도

탈북자는 그 존재로서만이 아니라 이들의 부적응이 심화할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즉 탈북자가 이질감으로 인해 외로움과 소외감을 떨치지 못하고 남한 사회의 주변적 존재로 남게 될 경우 이들은 집단세력화를 추구할 수 있으며, 파장은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의 사회 소외세력으로의 전락은 결국 통일 과정과 통일 한국에서 고질적인 남북 갈등이 구조화될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도는 결국 통일 한국에서 북한 주민의 존재가 현재의 탈북자와 등치될 수도 있다는 거부감을 북한 주민에게 제공하게 되어 통일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가정보원이 운영하는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인성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송미옥 원장(국제스피치언어학원)은 "귀순자들을 범죄자나 부모를 버린 사람으로 바라보지 말고 자유를 찾아 나선 우리의 형제로 대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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