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이 벤처사업가로 변신해 청와대를 들락거리며 대통령을 면담하고 대통령 최측근 참모들, 장관, 국회의원, 언론인들, 이 사회의 지도적 인물들이 줄줄이 불의한 이익을 탐한 것이 드러나고 있어 통탄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할 말을 잃는다.

부패한 사회를 향하여 "정의가 하수같이 흐르게 하라"고 예언적 사명을 다해야 할 교회는 과연 깨끗한가? 교단장 선거에 금품이 동원되지는 않았는가? 오히려 일반사회 선거 빰칠 정도로 타락했기에 고육지책으로 어느 교단에서는 제비뽑기를 하지 않았던가! 제비뽑기가 성경적 방법이라고 좋아하기에 앞서 선거 하나 깨끗하게 치러내지 못하는 우리의 도덕적 수준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울산에서 교육계 인사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11명이 구속되었다는 보도를 들으니 생각나는게 있다. 0장로는 울산 모교회의 기둥장로이자 초등학교 교사였다. 은퇴를 앞두고 교장은 한 번 해야겠는데 "돈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는 말을 전해들었다. 그 장로는 그 후에 교장으로 승진되었다. 돈을 썼는지, 안 썼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교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울산교육계는 벌써 여러 해 전부터 매관매직이 비밀리에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몇 주 전에 상가집에 갔다가 친구 목사를 만났다. 어쩌다 화제가 연합기관장 선거로 돌아갔고 0목사가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얘기하자 "돈 보다 더 효과 있는 것은 없지요. 과감하게 쓰셔야지요"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상대는 "그래, 우리 00도 '모이를 뿌리면 비둘기가 모여들게 마련이야' 하더라구".

그날 우리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수도에만 정진하는 모처를 방문했다. 친구는 차 안에서 말했다. "한국개신교가 살려면 수녀원을 해야 해" 그리하여 거룩한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하루 종일 머리가 아팠다. 평신도든, 목회자든 우리 기독교 신자들은 이중적 가치를 따라 사는 일에 너무 익숙해져서 스스로는 그것을 깊이 느끼고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이야말로 중병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야 어찌 세상의 빛이요, 소금이라 할 수 있는가! 교회가 빛을 잃었는데 세상이 어찌 어둡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