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기 목사(오른쪽)와 조용목 목사(왼쪽)가 대통합선언 예배가 끝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악수 한 번으로 20년이 넘는 앙금이 쉽게 없어지리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사진제공 여의도순복음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통합 쪽·총회장 김종남 목사)와 예수교대한하나님의성회(예하성·총회장 이용주 목사)·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수호 쪽·총회장 양재철 목사)가 통합 선언을 함에 따라 형제인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와 조용목 목사(은혜와진리교회)의 화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용기 목사와 조용목 목사는 '세계에서 제일 큰 교회'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교회 담임목사'다. 형인 조용기 목사는 75만 명이 다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동생인 조용목 목사는 50만 명이 다니는 은혜와진리교회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1981년 교단 분열 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 교류가 거의 없었다. 2006년 12월 13일 조용목 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설교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화제가 됐을 정도였다. 

20년 동안 교류 없었는데…

하나님의성회가 통합 선언을 하게 된 배경에는 '조 목사 형제의 화해'라는 명분이 큰 역할을 했다. 기하성 통합 쪽의 한 관계자는 "조용기 목사가 은퇴하기 전 (조용기 목사는 내년 5월 18일 은퇴 한다-편집자 주) 제자들이 형제의 화해를 주선한다는 의미에서 교단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전했다.

교단 통합에 부정적인 기하성 통합 쪽 일부 목사들은 이번 통합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년이 다가오는 일부 목사들이 예하성의 '무정년제' 때문에 합쳤다는 주장도 있다. 또 순총학원 문제로 여러 번 고소·고발을 당했고, 교단 중진 목사를 제명한 문제 등으로 교단 안팎에서 궁지에 몰려 있는 일부 목사들의 위기 탈출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형제의 화해라는 이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명분이 정치 논리를 압도한 셈이다. 

그러나 '두 형제가 진정으로 화해를 했을까'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20년 넘게 쌓인 앙금이 불과 1년도 안 돼,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드물다. 다만 통합 과정을 거치며, 두 사람이 보여준 행보를 보면서 현재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10월 15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하나님의 성회 교단 대통합 선언대회 및 감사예배'에서 두 사람은 나란히 앉지 않았다.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다. 기하성 통합 쪽과 예하성을 대표하는 목사 둘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해도, 수십 차례 통합 선언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형제의 화해라는 대의명분에 이보다 더 좋은 자리 배치는 없을 것이다.

또 예배 중간 두 사람이 손을 맞잡는다거나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했다면, 통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대통합선언 역시 조용목 목사 혼자 하는 것보다 조용기 목사가 함께했다면, 이날 설교 제목처럼 '선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2006년 12월 13일에는 조용목 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설교를 했다. 조용기 목사는 동생의 설교가 끝난 뒤, 강단에 함께 올라 나란히 기도를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손을 잡고 기도하거나 악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두 사람의 화해에 의문 부호가 찍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용기 목사를 잘 아는 한 목회자는 "조용기 목사는 형제의 화해를 명분으로 진행하는 통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목회자도 "두 사람이 화해를 했지만, 20여 년 동안 쌓인 앙금이 하루아침에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용기 목사는 "우리 화해 문제는 지극히 개인의 문제다"며 "이 명분으로 통합을 추진하지 말라"는 얘기를 교단 관계자들에게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앙금이 쉽게 풀릴 리 있나'

▲ 조용기 목사와 조용목 목사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만 보여도, 통합 효과는 극대화 할 수 있다. 하지만 조 목사 형제는 여전히 어색한 악수와 눈웃음만 지었다. (사진제공 여의도순복음교회)
의문은 또 있다. 예하성이 너무 쉽게 통합 선언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사실 조용목 목사 입장에서는 굳이 통합에 큰 매력을 느끼지 않는 상황이다. 교회나 교단 모두 조용기 목사나 기하성 통합 쪽 교단을 부러워하지 않을 만큼 몸집을 키웠기 때문이다. 또 조용기 목사 제자들 사이에는 조용목 목사를 껄끄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기하성 통합 쪽에는 목사 정년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조용목 목사는 통합을 선언했다. 무언가 정치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뚜렷하게 밝혀진 건 없다. 기하성 통합 쪽과 예하성이 순수하게 한국교회 연합과 두 형제의 화해를 위해 통합을 했다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형제 간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음에도, 일단 '형제의 화해'와 '교단의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 여러 가지 실질적 유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님의 성회, 분열과 통합의 역사
 
기하성과 예하성은 성령 운동을 하는 교단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오순절 교단의 영향을 받아 1953년 서울 용산에 있는 남부교회에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라는 이름으로 창립총회를 열었다.

그러나 1981년 조용기 목사의 제사 발언으로 기하성은 분열을 겪는다. 제사 발언이란 조용기 목사가 제사는 우상 숭배가 아니라, 조상을 생각하는 자리라는 내용의 발언을 말한다. 교단 내부에서 반발이 있자, 조용기 목사는 기하성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예하성을 창립했다.

그리고 10년 뒤, 1991년 기하성과 예하성이 통합을 선언했다. 이름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를 쓰기로 했다. 당시 통합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고, 예하성에 남았다. 기하성과 예하성의 통합 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조용기 목사는 통합에 찬성했고, 조용목 목사는 통합에 반대했다. 그렇게 분열돼 현재 기하성과 예하성이 됐다. 그 뒤로 기하성은 다시 통합 쪽과 수호 쪽으로 분열됐다.

다시 통합을 논의한 것은 2006년 12월부터다. 기하성 통합 쪽이 예하성과 기하성 수호 쪽에 교단 통합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세 교단은 각각 통합추진위원회(기하성 통합·수호 쪽)와 교류위원회(예하성)를 구성했다. 교단의 위임을 받은 위원들은 몇 차례 모임을 한 끝에, 6월 15일 교단 통합을 결의했다. 그리고 8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단 통합을 알렸다. 그리고 두 달 만인 10월 15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교단 대통합 선언대회 및 감사예배를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