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경기도 성평등 기본 조례'(성평등 조례)가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과 지역 교계 압박에 한 발짝 후퇴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성평등 조례는 당시 한나라당 김문수 도지사가 2009년 제정할 때부터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 단어를 써 왔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조례 개정안이 발의되자, 반동성애 진영은 이를 포착한 후 반대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성평등이 사회적으로 정의한 성, '젠더'를 용인하기 때문에 동성애자·트랜스젠더를 허용하고 확산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며, 성평등 단어 삭제 혹은 조례안 전면 개정을 요구해 왔다.

반동성애 진영 몇몇 활동가는 조례 개정안이 통과한 지난해 7월부터 릴레이 피켓 시위, 기자회견 등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다가, 지난해 12월 26일부터는 경기도청 앞에 텐트를 치고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길원평 교수(부산대)는 "경기도에서 성평등 조례를 막지 못하면 다른 지역도 막을 수 없고, 결국 서구와 똑같이 패망하게 된다"고 농성을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김수읍 대표회장) 등 지역 교계는 조례 개정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벌이며 의회를 압박했다. 조례 개정을 청구하려면 19세 이상 경기도민 1%(약 12만 명)에게 서명을 받아야 한다. 반동성애 진영과 지역 교계는 '교회에서 서명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안내하면서 서명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3월 1일까지 서명을 받아 의회에 전달하겠다고 공표했다.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및 반동성애 단체들이 참여한 건강한경기도민연합은 지난해 8월부터 경기도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수차례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보수 개신교계의 조직적 움직임에 압박을 느낀 경기도의회는 지난해 12월 한 차례 개정을 시도했다. 성평등 단어는 그대로 두는 대신, 두 가지를 변경하는 안이었다. 성평등의 정의 부분에서 성별 앞에 '생물학적'이라는 단어를 넣어 트랜스젠더를 배제했다.

다른 한 가지는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권장한 '사용자' 부분이다. 기존 조례안에는 경기도 관내 사용자, 즉 기업들이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양성평등 참여를 효율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있다. 교계가 사용자의 의미를 교회까지 확대해석하자, 경기도의회는 이 부분에 "종교 단체 및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법인 등 시설은 예외로 한다"는 단서를 다는 방향으로 조례안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경기도의회 개정안은 경기도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와 반동성애 진영 양측 모두의 반발을 샀다.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는 개정안이 성평등 조례 취지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반동성애 진영은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바꾸지 않는 개정은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이 개정안은 12월 16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원 총회에서 부결됐다.

갈등은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이 다시 이 사안을 꺼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성평등 조례 개정안을 2월 17일 열리는 의원 총회에서 한 번 더 다루기로 했다.

내용은 12월 부결된 개정안과 같은데, 이번에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총회에서는 통과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만약 의원 총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경기도의회에서도 통괴되는 건 예정된 수순이다. 성평등 조례 주관 위원회인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가 반대해도, 의장이 바로 본회의에 투표를 부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은 이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의원들은 "자세한 언급은 힘들다", "지금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한 의원은 "총선 전 압박을 느낀 국회의원 및 예비후보들이 경기도의회 의원들을 압박한다고 들었다. 조례 개정 청원에 서명한 인원이 12만 명이라고 하니 겁을 먹은 것 같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도의회는 341회 임시회는 2월 11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갈무리

반동성애 진영과 지역 교계 압박으로 이미 제정된 조례를 개정한다는 데, 진보 정당 및 지역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는 2월 14일 '혐오에 편승하는 경기도 성평등 조례 개정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개정안이 "한국 사회에서 혐오를 선도하는 조직인 교회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경기도의회 내 유일한 정의당 소속 이혜원 의원은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전부가 조례 개정에 찬성하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일부 성 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분들이 12월과 같이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종교 단체 압력 때문에 이미 통과된 조례를 사회 흐름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겠다는 건 민심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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