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가 담임목사 청빙을 반대하는 장로들과 합의 각서를 썼다. 반대 측 장로들은 청빙에 관여하지 않는 대신 돈을 받고 여의도순복음교회로 이명하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담임목사 청빙 문제를 놓고 당회가 둘로 갈렸다. 당회원 2/3 동의를 얻어야 청빙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양측 모두 수를 채우지 못했다. 청빙 문제로 8개월간 대립하던 당회는 묘수(?)를 찾았다. 그나마 숫자가 적은 쪽이 교회를 옮기는 대신, 발전 기금 등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기로 합의한 것이다.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국해현 목사) 이야기다.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 당회는 2017년 4월부터 12월까지 담임목사 청빙 문제로 내홍을 겪었다. 양측은 갈등이 길어지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해 12월 22일 양측 대표가 만나 합의 각서를 썼다.

합의 내용은 이렇다. 당시 당회원 38명 중 15명은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로 이명하기로 했다. 대신 청빙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위임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교회는 떠나는 장로들에게 비용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장로 12명에게는 발전 기금 2000만 원, 장례비 및 납골당비 2000만 원,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 가입비 120만 원, 합쳐서 4120만 원을 각각 주기로 합의했다. 나머지 장로 3명에게는 발전 기금 2000만 원, 장례비 300만 원,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회 가입비 120만 원, 총 2420만 원을 각각 주기로 했다. 전체 금액만 5억 6700만 원에 이른다.

양측은 2018년 1월 13일까지 이명을 완료하고,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는 1월 31일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 은행 계좌로 약속한 돈을 지급하기로 했다. 서로가 진행해 온 고소·고발도 취하하기로 했다. 합의는 소수의 장로를 중심으로 진행됐고, 대다수 교인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합의 이후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 당회는 미국 국적의 국해현 목사를 담임으로 청빙했다.

법원 "약정한 금액 지급하라"
항소심 선고 2월 10일 예정

합의는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약속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가 돈을 입금하지 않은 것이다. 이명한 장로들은 2018년 10월, 송파교회를 상대로 약정한 돈을 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 측은 떠난 장로들이 2018년 1월 13일까지 이명을 마치기로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니 합의는 취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돈은 장로들 개인이 아니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지급하기로 한 것이니 장로들은 소송 자격도 없다고 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19일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는 합의한 대로 장로들에게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2018년 2월 18일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 당회에서 일부 장로가 반대 의견을 냈지만, 합의 각서의 효력을 인정함을 전제로 약정금을 건축 헌금에서 출현하기로 동의했다"면서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송파교회 주장에 대해서도 "15명 중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장로는 2017년 12월 25일 이명을 마쳤다. 기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합의 각서가 자동으로 실효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 또, 합의 각서 당사자는 장로들과 피고(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가 맞기 때문에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적시했다.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 측은 항소했고, 항소심 결과는 2월 10일 나올 예정이다.

"이명할 때마다 합의금 줄 건가
한국교회에 있어선 안 될 '성직 매매'"
이명한 장로들 "약속했으니 지켜야"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 문 아무개 장로는 "일부 장로가 체결한 합의는 정치적 합의로 교회와는 무관하다.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곽승연

뒤늦게 장로들과의 합의 내용을 알게 된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 일부 교인은 현대판 '성직 매매'라면서 합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문 아무개 원로장로는 2월 5일 서울 종로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는 교회 전체가 동의한 게 아니다. 특정 세력의 정치적 합의이므로 원천 무효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장로는 "만약 이 합의가 정당화된다면 이명할 때마다 합의금을 줘야 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정치적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은 교회의 본질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행위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합의로 한쪽은 담임목사 청빙에 필요한 표를 얻고, 다른 한쪽은 돈을 지급받게 됐다. 한국교회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있을 수도 없는 '성직 매매'이다"고 비판했다.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 당회는 2018년 2월 18일, 건축 헌금 중 일부를 떼어 관련 비용을 지급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문 장로는 "건축 헌금은 말 그대로 교회 건축을 위해 사용하는 목적 헌금이다. 정치적 합의금으로 사용하는 건 목적에 맞지 않다.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날 기자를 만난 문 장로는 여의도순복음교회도 문제라고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독립한 교회가 정치적 합의 문제로 갈등하고 있으면 중재해야 할 것 아닌가. 그 큰 교회가 왜 이명을 대가로 돈을 받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장로들이 소를 취하고, 합의는 없던 걸로 권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이영훈 대표총회장) 소속 목사들도 "장로들이 여의도순복음교회로 이명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지만 돈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옮겨 가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명한 장로들은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명하는 측 대표를 맡았던 김 아무개 장로는 2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합의를 했으니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돈은 우리 장로들 개인 통장이 아니라 여의도순복음교회 계좌로 간다. 개인이 가져가는 게 아니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장로는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가 2월 10일 항소심에서 질 것 같으니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원심에 불복해 항소까지 한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 측은 입장을 바꿨다. 교회 측 김 아무개 장로는 "당연히 (돈을) 줘야 한다. 주려고 하는데 중간에 문 장로 같은 사람들이 개입하면서 일이 꼬였다. (국해현) 목사님과 장로들은 2월 10일 선고가 나오는 대로 집행하기로 했다. 돈은 장로들 개인 통장이 아니라 여의도 계좌로 들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사건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교회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고 이명을 온 게 전부다. 우리 교회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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