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로 산 한국의 인물들> / 전정희 지음 / 홍성사 펴냄 / 360쪽 / 1만 9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한국의 성읍 교회>·<아름다운 교회 길>(홍성사) 등을 쓴 <국민일보> 전정희 기자가 2017~2019년 '한국 기독 역사 여행'이란 이름으로 <국민일보>에 연재한 글 70여 편 중 31편을 선별해 단행본으로 엮었다. 인물 열전과 역사 기행문 성격을 버무린 이 책은, 이완용 처단을 시도한 독립운동가 이재명, 목사가 된 왕손 이재형, 마부 출신 영수領袖(초기 한국교회 직분) 엄귀현, 성자 교사 방애인, 전도사 의열단원 박문희, '여자 안중근' 남자현 등 그간 한국교회가 크게 주목하지 않은 인물들의 신앙 서사를 들려주고, 그 서사의 단면이 깃들어 있으나 방치돼 왔던 역사 현장을 사진으로 보여 준다.  

"황해도 출신인 20대 초반의 방애인 선생이 멀리 전주까지 내려와 기독 교사로, 고아의 어머니로 살아가다 병으로 쓰러졌는데, 시 외곽 완주의 산속 교회 묘지에 쓸쓸히 잠들어 있다. 무덤에 꽃 한 송이 놓여 있지 않다. 도산 안창호와 같이 독립운동을 한 이재명은 늘 신앙 안에서 형제자매들과 함께했는데 독립유공자증을 받을 후손이 없었다. 평안도 출신이고 아내도 독립운동하다 죽은 것이다. 서지 전문가 이상렬 선생의 연구가 아니었으면 나 또한 접근이 어려웠을 것이다. (중략) 중국 동만주로 망명 떠난 남자현 지사는 그곳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열두 교회를 개척한 그리스도인이지만 일반 학자가 연구하고 있었다. '한국 근대사는 교회에서 나서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라던 그 학자의 말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책을 내면서', 6쪽)

"박문희, 박문호, 박차정은 한국교회가 기억하지 않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초기 개신교 영향 아래 공부했다. 박문희의 경우 신학교에 가고 전도사가 됐지만, 기독교 역사신학자 누구도 그들을 연구하지 않았다. 도리어 고 김재승(한국해양대), 조동걸(국민대), 신용하(서울대 명예), 이송희(신라대) 교수 등 일반 역사학자들이 학술적 접근을 했다. (중략)

'아버지와 그 형제들에 대해 유족이 나설 수 없었어요. 그건 신학자와 역사학자의 몫이라고 봤어요. 또 '연좌제'가 작용해 자료조차 없애야 할 판이었으니까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도 주 1회 사찰이 있었어요. 목회자가 돼서도 중앙정보부나 경찰의 감시가 있었으니까요.'

이유는 간단했다. 아버지 형제가 김원봉·김두봉 등과 함께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라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1950년 6월 서울서 부산 집으로 피난 오던 아버지가 실종됐는데, 이를 월북으로 본 것이다.(중략) '아버지가 월북했다면 당시 북한 권력 실세 김원봉·김두봉이 있었는데, 북한에서 그 흔적조차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 박 목사의 얘기다." (24장 '전도사 박문희와 부산 동래복음전도관', 285~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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