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논문 지도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퇴출당한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ㅅ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ㅅ 교수는 1월 31일 올린 '사과謝過문'에서 "2016년 6월 7일 전후로 불거진 사건과 관련하여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잘못에 대해 당사자는 물론 충격과 절망과 혼란을 겪었을 모든 분들에게 깊이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썼다.

ㅅ 교수가 쓴 글만 보면 정확하게 무엇 때문에 사과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댓글에는 사건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용기가 대단하시다", "힘내시라 응원한다"는 류의 댓글을 남겼다. 현재는 모든 댓글을 지우고 더 이상 해당 게시물에 댓글을 남길 수 없게 해 놨다.

반쪽 짜리 사과문에 '감신대ㅅ교수피해자지원을위한대책위원회'(대책위)는 2월 2일 비판 입장문을 발표했다. 본인의 잘못이 무엇인지 구체적 행위와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사과문은 '사과謝過문'이라 부를 수 없다고 했다.

대책위는 또, ㅅ 교수가 사과문에서 언급한 특정 날짜는 언론이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날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사과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인가"라며 ㅅ 교수가 늦게라도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ㅅ 교수는 그동안 죗값을 다 치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대책위는 "반성의 시작은 학교를 스스로 그만두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더불어 피해자를 향한 온갖 루머도 바로 잡아야 한다. 또한 다른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부적절한 메세지를 보내 학습권을 침해한 사실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며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다음은 ㅅ 교수 사과문 및 대책위 입장 전문.

[사과(謝過)문]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하나이다"(욥기 42:6)

2016년 6월 7일 전후로 불거진 사건과 관련하여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잘못에 대해 당사자는 물론 충격과 절망과 혼란을 겪었을 모든 분들에게 깊이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2020년 1월 31일
ㅅ 교수

*그동안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늦게나마 이러한 방식으로라도 사과의 첫 삽을 뜹니다.

정확한 사과, 책임 있는 행동이 시작이다
- ㅅ 교수의 '사과謝過문'에 대한 입장

ㅅ 교수는 1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6년 6월 7일 전후로 불거진 사건과 관련하여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잘못에 대해 당사자와 충격을 겪은 모든 분들에게 사과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그동안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늦게나마 사과의 첫 삽을 뜬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위의 사과문에는 잘못한 행위와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어떤 피해를 끼쳤는지, 어떻게 반성하고 책임질 것인지가 들어가지 않은 사과문은 '사과謝過문'이라 부를 수 없다. 또한 ㅅ 교수가 특정한 6월 7일이라는 날짜는 사건이 발생한 날짜가 아니라, 언론에 최초로 보도된 날이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사과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인가.

한신대 교수 성폭력 가해자인 P 교수는 사건이 발생한 지 11개월 만에 뒤늦게나마 공식적으로 혐의를 인정했다. <뉴스앤조이> 기사에 따르면 P 교수의 변호인은 "(P 교수는) 본인의 죄를 반성하는 마음과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P 교수는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가 더 이상 2차 피해를 입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관련된 모든 소송을 취하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ㅅ 교수 역시 늦게라도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을 시작해야 한다.

SNS에 올린 진정성 없는 사과문이 반성의 시작일 수 없다. 반성의 시작은 학교를 스스로 그만두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더불어 피해자를 향한 온갖 루머도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다른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부적절한 메세지를 보내 학습권을 침해한 사실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

"당신을 복권하기 위해 책임을 지고 반성하라는 것이 아닌 피해자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책임을 지고 반성하라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20. 02. 03.
감신대ㅅ교수피해자지원을위한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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