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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금 시 '즉기도' 해 드린다" 코로나 예방 기도 구매 '썰'
최저가 200원부터 1만 원대까지 다양…불안 심리 악용해 기도 판매 횡행
  • 이찬민 기자 (chans@newsnjoy.or.kr)
  • 승인 2020.02.04 17:03

중고 거래 사이트 번개장터에 올라온 신종 코로나 예방 기도 상품. 이 같은 상품이 번개장터에 40여 개 있다. 번개장터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이찬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공포 심리가 퍼지면서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 '기도'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일명 '우한 폐렴 예방 기도'로, 돈을 내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기도해 준다는 것이다. 약 5일 전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기도 판매 글들은 확진자 수가 늘면서 현재 온라인 사이트 '번개장터'에 40여 건이 올라와 있다.

가격대는 최저가 200원부터 1만 원을 호가하는 상품까지 다양했다. 가격에 따라 기도 퀄리티도 달라졌다. 1만 원짜리 기도는 "구매자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면 5배 환불" 특약도 내걸었다. 대체 이런 걸 올리는 사람은 누굴까. 기자는 2월 4일, 번개장터에서 판매 중인 기도 상품을 직접 구입해 봤다. 판매 글을 올린 약 20명에게 문의했다.

먼저 "내가 최저가 원조다. 짭에 속지 마라. 삭제돼서 다시 올린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기도한다. 1인당 400원이고 만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렸을 때는 200원 추가하시면 완치하라고 기도 가능하다"고 홍보한 판매자 A에게 구매 의사를 밝혔다. 그는 "즉입(즉시 입금)시 즉기도 해 드린다"며 곧장 입금 계좌번호를 알려 줬다. 400원을 입금하자, 잠시 후 "아침 기도"라고 쓴 종이와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손 모은 사진을 보내왔다.

어쩐지 인증 사진이 좀 부실했다. 이름도 물어보지 않고 기도 사진을 보낸 것 보니, 같은 사진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듯했다. 다른 아이디로 문의했다. 역시나 판매자는 똑같은 인증 사진을 보내왔다. 이번에는 '이승복'이라는 이름을 적어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내 달라고 하자, 판매자는 답이 없었다. 2시간이 지나서야 "제가 나와 버려서요. 대신 기도 열심히 했습니다"라고 답이 왔다. 몇 명이나 기도를 사 갔느냐고 묻자 "15명 정도 되는 거 같다"고 했다.

아이디 두 개로 번갈아 상품을 구매하자 판매자 A는 똑같은 인증 사진을 보냈다. 이름을 적어 달라고 요청하자 "제가 나와 버려서요. 대신 기도 열심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뉴스앤조이 이찬민

판매자 B는 500원을 내면 성함·생일을 적고 기도해 준다고 했다. 자녀를 위해서도 기도해 줄 수 있냐고 묻자 가격이 2배로 올랐다. 1000원에 쿨거래 성사. 가상 인물 강수미(56세), 김지수(18세)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하자, "강수지, 김수지 님 기도드렸습니다"라는 인증 사진을 보내 왔다. 이름을 다 틀리게 썼다고 항의하자, 잠시 후 그는 "다시 기도드렸다"며 이름을 고쳐 쓴 사진을 찍어 보냈다.

판매자 C는 기도문을 보내 줬다. "요즘 이 위험한 시기에 OOO 님 코로나 안 걸리게 해 주세요. 남들 다 걸려도 OOO 님은 코로나 의심의 여지도 없이 안 걸리게 해 주시고 확진자나 의심자와 접촉을 해도 OOO 님만 안 걸리시게 도와주세요. 혹여나 마스크를 안 쓰고 나가는 일이 있어도 나쁜 공기 몸에 안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중략) 문턱에도 새끼발가락 안 부딪치게 해 주시고, 레고 밟을 일도 없게 해 주시고, 모든 고통 없이 잘 사시길 기도합니다. 꽃길만 걸으시길~." C는 농담 반 진담 반 기도문을 보내고서는 500원을 입금하라고 했다.

이름과 생일을 알려 달라고 한 판매자 B는 구매자 이름을 잘못 쓰고 기도했다. 지적하자 죄송하다며 이름을 고치고 다시 기도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찬민

자초지종을 꾸며 냈더니 공짜로 기도해 준 마음씨 좋은(?) 판매자도 있었다. "이모가 (확진자가 거쳐 갔다는) 수원역 근처에 다녀왔다고 해서 걱정된다"고 요청했다. 10분 후 판매자 D는 "이모님을 위해서 기도해 드리겠다. 입금은 필요 없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판매 글을 장난으로 올렸다는 사람도 있었다. 기도 효능이 확실하냐고 묻자, 판매자 E는 "그냥 잔돈 처리용으로 생각하시면 좋다"며 주기도문을 보내왔다. "나도 교회 다닌다. 좀 더 정성 들여 기도해 달라"고 요구하자, 그는 "그냥 장난식으로 올린 거다.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 건강하실 거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25년 모태신앙 신자가 기도해 주는 상품, 5명이 통성으로 기도해 주는 상품 등 각종 신앙 스펙을 내세워 구매자를 현혹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불교식, 아랍식 기도도 가능하다는 글도 있었다.

이런 터무니없는 기도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진짜 있을까. 이번에는 직접 판매해 보기로 했다. "우한 폐렴으로 국가적 위기에 봉착했다. 이럴 때일수록 강한 영성으로 붙들어야 한다. 3000원만 보내 주시면 정성을 다해 기도해 드리겠다. 아침저녁으로 매일같이 기도해 드린다. 선착순 10분만 모신다. 스펙: 신학생, 목사 아들, 모태신앙, 방언 가능"이라고 글을 올렸다. 30분도 안 돼 2명이 관심을 보였다. 물론 실제로 거래(?)하지는 않았다.

이날 기자가 기도를 받기 위해 지출한 금액은 총 4건, 2400원이다. 기도를 여러 번 받았으나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해졌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같은 돈이면 마스크를 사서 쓰고, 손과 발을 깨끗하게 씻고, 막연한 차별과 혐오가 확산하지 않도록 기도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 같다. 장난으로 게시물을 올린 사람도 있었지만, 질병에 대한 불안감을 이용해 기도를 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발상 자체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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