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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국인 신자들 "중국말 안 쓰고 한국인 눈치 보게 돼…차별과 혐오가 바이러스만큼 무서워"
서울중국인교회 주일예배 풍경…"한국인 반감 이해, 우리도 최선 다해 예방 노력"
  • 이용필 기자 (feel2@newsnjoy.or.kr)
  • 승인 2020.02.03 17:11

서울중국인교회 교인들이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해 달라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함께 중국인 혐오 현상도 커지고 있다. 중국인 입국을 제한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은 10일 만에 66만 5700명(2월 3일 기준)을 넘어섰다.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을 추방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서울중국인교회(최황규 목사) 예배에 나온 중국인 교인들 얼굴은 어두웠다. 2월 2일 일요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서울중국인교회에서 만난 교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한 이후 거리에서는 중국말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말을 쓰면 한국인에게 눈총을 받기 때문이다. 중국인 기피 현상으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서울중국인교회는 2003년 최황규 목사가 개척했다. 이날 모인 교인 20여 명 대다수가 중국인이었다. 최 목사는 "평소 중국인 교인 50~60명이 예배하는데 이번 주는 20여 명밖에 안 나왔다"고 말했다. 감염을 우려해 교회에 출석하지 않은 교인이 더 많다고 했다. 아예 자녀와 함께 부산으로 떠난 교인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교인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예배당으로 들어왔다. 오후 1시 시작한 주일예배는 3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언어만 달랐지, 예배 분위기는 보통 교회와 다르지 않았다. 이날 교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해 달라고 울부짖으며 기도했다.

"주님, 중국과 중국 인민을 불쌍히 여기시고 저 고통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게 해 주소서. 중국 인민이 이번 계기를 통해 바른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세계 각국에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도 살피시고 속히 회복되게 해 주소서."

광고 시간, 최황규 목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적극 동참하자고 말했다. 중국어로 된 예방 안내 문서를 주변 중국인에게 나눠 주라고 했다. 최 목사는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열심히 협조하자"고 말했다.

기자는 예배를 마치고 옆자리에 앉은 한 중국인과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라고 말하자,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가 무섭지 않으세요?" 한국인은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봐 중국인을 피해 다니는데, 왜 중국인이 모여 있는 교회까지 찾아왔느냐는 물음이었다.

우한 가 본 적 없는 중국인도 눈치
감염자 더 늘지 않게 기도
"중국인도 바이러스 두려워해
똑같은 주님의 자녀라는 마음 필요"

최황규 목사는 중국인을 향한 차별과 배제, 반감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날 최황규 목사에게 도움을 받아, 서울중국인교회 교인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교인 A는 "전철을 타고 퇴근하던 딸이 친구와 통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말을 했는데, 옆에 있던 한국 사람이 다른 칸으로 이동했다고 하더라. 딸은 이 일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나도 예전에는 버스와 전철을 편하게 탔다. 중국 사람이라고 딱히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되도록 중국말을 안 쓰게 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교인 B는 "파출부 일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청소할 때 집에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아이들이 있는 집의 경우, 중국인인 내가 청소하러 가면 밖으로 나가 버린다. 감염될까 봐 그런 것이다. 일자리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인 C는 "한 대학가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평소에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도 자주 오는데 요즘에는 안 온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안 오는 것이다. 손님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단지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됐다며 억울해했다. A는 "우리도 폐렴에 안 걸리려고 노력한다. 깨끗하게 손 씻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밖에 안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B는 "중국 사람이라고 다 병에 걸린 게 아니다. 우리는 우한에 간 적도 없고, 10년 넘게 한국에 살고 있다. 한국인과 같은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C는 "식당 직원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손 소독하라고 지시한다. 우리도 바이러스가 싫다"고 말했다.

중국인을 향한 한국인의 반감을 이해한다고도 했다. C는 "근본적으로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했기 때문에 중국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우한 지역 중국인은 다른 나라로 이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중국인 보균자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기를, 한국인이 더는 감염되지 않도록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각종 질병과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하나님 심판론'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나님을 제대로 믿지 않아 특정 나라와 민족이 쓰나미와 지진, 질병 등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정부가 기독교를 핍박해 일어났다는 소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이에 서울중국인교회 교인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A는 중국인의 식문화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위생적으로 조심하지 않아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고 본다. 나도 중국에 있을 때 산짐승을 많이 먹어 봐서 잘 안다"고 말했다. B는 "중국인은 맛있다고 소문나면 가리지 않고 먹는다. 먹지 말아야 할 산짐승도 있을 텐데, 그런 걸 조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C는 하나님 심판론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한국에 살든 중국에 살든 창조주 하나님을 믿고 경배하고 살려 한다. 안타깝게도 중국은 무신론 사상이 지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신앙의자유를 제한하고 하나님을 믿는 사람을 핍박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하나님을 믿는 나라였다면 이런 재난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최황규 목사는 "중국에서 핍박당하는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많다 보니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종말론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교인들도 있다. 근본주의자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들이 처한 상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일이 중국인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면 안 된다고 했다. 최 목사는 "보통 설 명절 대림동 일대는 중국인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산했다. 혹시라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돼 모이지 않은 것이다. 중국인도 코로나바이러스를 무서워하고, 예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차별과 혐오가 질병을 차단해 주지는 않는다. 바이러스만큼 무서운 게 반감이다.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똑같은 주님의 자녀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이다"고 말했다.

서울중국인교회 교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의 부주의로 발생했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서울 대림동에 위치한 서울중국인교회는 2003년 최황규 목사가 개척했다. 교인 대다수가 중국인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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