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 위기 탓인지 평소보다 ⅓ 정도 집회 참가자가 줄었다. 뉴스앤조이 이찬민

[뉴스앤조이-이찬민·이용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위기에도 서울 광화문에서는 어김없이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는 유독 중국인 혐오 발언이 많이 나왔다. 무대에 선 일부 인사는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등 각종 혐오 발언을 쏟아 냈다. 광장 한쪽에서 마스크와 고글, 안전복까지 챙겨 입은 채, '중국인 입국 금지', '공산주의 바이러스'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이끄는 제17차 문재인 대통령 퇴진 집회가 2월 1일 열렸다. 감염 우려 때문인지 집회 참가자 숫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평소에는 교보빌딩부터 광화문 앞까지 인파가 가득 찼지만, 이날은 평소 ⅔ 수준이었다. 참가자들 대부분 마스크를 썼다. 군중 사이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독자유당 대표 고영일 변호사는 중국인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베이성에서 6430명이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이들을 막아야 하나, 들여야 하나. 대한민국 생명을 박탈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이제 하다 하다 중국 폐렴까지 빨아먹느냐"고 말했다.정부는 '우한 폐렴'이라는 표현이 특정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명칭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날 단상에 선 발언자들은 모두 '우한 폐렴'이라고 표현했다.

제주도에서 올라왔다는 한 참가자도 연단에 올라 "제주도 사람들 다 죽게 생겼다. 개보다 못한 X아. 3월이면 유학생 7만 명이 들어온다. 깡패 공산당을 막아야 한다. 다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은 마늘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우한 폐렴' 너무 걱정하지 마라. 통마늘 7개 넣고 펄펄 끓인 물을 하루 3번 커피처럼 마시면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한쪽에서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가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이찬민

이날 집회는 자유통일당 창당 기념 집회로 열렸다. 신당 창당으로 보수가 분열된다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김문수 자유통일당 대표는 창당 취지를 강조했다. "국회의원은 의리가 있어야 한다. 배신자 유승민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계속 새로운 당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선거만 하기 위해 당을 만들지 않았다. 적화통일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광훈 목사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판했다. "그동안 황교안 대표에게 눈물 흘려 가며 얘기했지만 듣지 않았다. 이제 정당을 만드니까 말을 들으려 한다. 황 대표가 내 말을 안 들으니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우파 (대통령) 후보 1위로 떠오른 거다. 나는 이런 일이 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스스로 선지자라고 말하며 자기 말을 들으라고 했다. "나는 일반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선포할 때가 많다. 정당을 만들 때도 그랬다. 하나님이 나한테 정당을 만들라고 명령했다. 영적 세계만큼은 날 못 따라온다. 나는 성경을 전부 암송할 수 있다. 그러니 선지자 말을 들으라"고 주장했다.

전광훈 목사는 2월 29일 열리는 3·1절 반정부 집회 총동원령을 내렸다. "2000만 명이 모이면 문재인 정권은 끝장난다. 29일에는 문재인을 반드시 끌어내야 한다. 다음 주 토요일부터 한 명씩 데리고 오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경재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2월 29일 집회에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모든 자유한국당 의원이 참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광훈 목사는 이날도 헌금을 걷었다. 청교도영성훈련원과 사랑제일교회 소속 신도들은 파란 조끼를 입고 포대에 헌금을 담았다. 이들은 사랑제일교회 차량에 헌금을 싣고 집회 장소를 빠져나갔다.

김문수 자유통일당 대표와 전광훈 목사는 자유통일당을 중심으로 보수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찬민

이날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집회 참석자들은 여러 반응을 보였다. 올해 고등학생이 된다는 한 청소년은 <자유대한> 신문을 자발적으로 나눠 주고 있었다. 왜 집회에 나왔냐고 묻자 "문재인은 간첩이 맞는 거 같아서 나왔다. 여기 나오신 어르신들께 감사하다"고 답했다.

전광훈 목사와 단짝이라고 소개한 70대 남성은 3년째 집회에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이 북한과 가까이 지내서 나왔다. 어제 자유통일당 창당 대회도 갔다. 북한 때문에 억울해서 잠도 못 잔다. 나라가 아니다"고 말했다. 청교도영성훈련원 소속 한 권사는 기자에게 자유통일당에 가입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낮 12시경부터 시작된 문재인 퇴진 집회는 평소보다 이른 오후 4시 30분쯤 끝났다. 참가자들은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경복궁 담벼락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집회·시위를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개의치 않고 청와대 분수대광장 앞까지 행진했다.

감염 예방을 위해 집회 자제를 권장하는 종로구청 현수막. 참가자들은 개의치 않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뉴스앤조이 이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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