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곽승연 기자] 김한석 선교사는 2002년 미얀마에 파송돼 10년 넘게 사역해 왔다. 신학교를 세워 현지 사역자를 양성하던 김 선교사는 불교 국가인 미얀마 당국의 잦은 탄압에 시달렸다. 결국 신학교를 기독교 가치에 근거한 직업교육 기관 홀리라이튼국제대학(Holy Lighten International College)으로 변경해 운영하며 현지 학생들을 위한 선교 활동을 해 왔다.

선교 활동을 이어 가던 중 이명·통풍·뇌졸중 등으로 건강 악화와 함께 재정 문제가 닥쳤다. 김 선교사는 군소 교단에서 안수를 받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던 선교사였다. 주로 자비량으로 선교 비용을 감당했고 몇몇 교회의 후원을 받아 간신히 사역을 지속해 왔지만,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힘들었다.

당장 끼니를 해결할 돈도 없었던 김 선교사와 미얀마인 아내, 딸 등 가족들은 결국 2019년 3월 귀국했다. 하지만 아들 김 아무개 군은 미얀마를 떠날 수 없었다. 과거 한국 대안 학교에 입학하면서 한국 국적을 회복했고, 2016년 한국 여권으로 미얀마에 입국해 체류한 것이 화근이었다. 김 군은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되어 미얀마를 빠져나올 수 없었다.

김 군은 어쩔 수 없이 가족들과 떨어져 미얀마에 있는 외삼촌과 지내야 했다. 김 선교사는 한국에서 상황이 조금 안정되자 최근에야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방법을 강구했다. 알아보니 미얀마는 불법 체류자가 부과된 벌금을 내야만 출국을 허가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었다. 하루에 5달러씩 4년을 계산한 결과, 약 7000달러(한화 약 830만 원)의 벌금이 예상됐다. 다른 벌금까지 합하면 총 1000만 원 정도 비용이 필요했다.

김한석 선교사는 직업교육 기관 홀리라이튼국제대학을 세워 현지 학생들과 교류했다. 사진 제공 김한석 선교사

큰 교단 소속도 아니고, 한국에서도 수당으로 간신히 생활하는 김 선교사는 이 비용을 마련할 수 없었다. 사정을 전해 들은 한국이주노동자재단 이사장 안대환 목사가 1월 9일 국민신문고에 김 선교사 사연을 올리고 주변에 소식을 전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섰다.

<연합뉴스>는 이 같은 사정을 담아 1월 30일 오전 9시경 "韓 선교사 10대 아들, 미얀마서 '나 홀로' 불법 체류자 신세"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기사는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노출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안대환 목사는 1월 3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보도 이후 오전 내내 전화를 받았다. 좋은 일 하신다며 이름은 밝히지 말아 달라고 1000만 원을 기부하신 분도 있고, 조금씩 도와주셔서 반나절 만에 1400만 원 정도가 모였다. 그 후에도 선교사님 가족을 돕고 싶다고 연락 오는 교회들이 있어 직접 연결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김 군을 최대한 빨리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재판을 받고 판결에 따른 벌금을 내야 한다. 다음 주 중에 미얀마로 가서 관련 절차를 밟아 신속하게 아이를 데려올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아들이 귀국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김한석 선교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심스럽게 심경을 밝혔다. 김 선교사는 "확실히 결정된 게 없기 때문에 소감을 밝히기는 아직 이르다. 다른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벌금만 내고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 군은 미얀마 주재 한국 대사관과 면담하기로 예정돼 있다.

김한석 선교사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여러 도움을 받으며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인 아내가 요양보호사를 목표로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장애 수당과 기초 수급자 비용으로 살고 있지만 감사하다. 미얀마에서 하던 사역을 현지 제자들이 잘 이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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