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는 2018년 2월 석지민 씨를 무기정학 처분했다. 학교 허가 없이 강의를 주최하고 인터뷰 등으로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석 씨는 집회 사전 허가제는 사문화된 조항이고 학교가 징계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한동대학교(장순흥 총장) 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페미니즘 강연을 열었다는 이유 등으로 무기정학을 받은 한동대생 석지민 씨가 법원에서 '징계 무효' 판결을 받았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1월 30일, 한동대학교가 석지민 씨에게 2018년 2월 28일 내린 무기정학 처분은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재량권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며 무효를 선고했다.

한동대는 석지민 씨가 2017년 12월 학교의 방향성과 다른 집회를 임의로 개최했다며 그를 징계했다. 징계 사유는 총 5가지로 ①교직원에 대한 불손한 언행 ②학교 허가받지 않은 집회 주최 ③집회 행사장에 '동성애 혐오는 치료가 가능합니다' 피켓 게시 및 인터넷 생중계 ④언론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통한 학교 비판 ⑤학교의 특별 지도에 불응이다.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이 중 ②만 징계 사유로 인정했고, 그마저도 무기정학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동대는 석지민 씨가 '교직원에 대한 언행이 심히 불손한 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12월 8일 한동대가 페미니즘 강연 불허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학생처장은 석지민 씨에게 "너 이 녀석, 내가 하는 말 못 들어? 한동대 교수로서, 한동대 이념에 입각해 만들어진 조항을 이야기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에 석지민 씨는 "저는 교수님이 걱정된다. 이것이 얼마나 큰 인권 탄압인지 보셔야 한다. 교수님 부끄러운 줄 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원은 "강연 불허 통보에 관한 논쟁 과정에서 다소 격한 표현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보이고,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수준을 벗어난 언행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동대는 석지민 씨가 페미니즘 강연 당시 강단 앞에 '동성애 혐오는 치료가 가능하다'는 피켓을 설치하고, 이 강연을 인터넷에 생중계한 점도 징계 사유로 삼았다. 그러나 법원은 "이로 인해 한동대가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 평가가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당한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동대는 석지민 씨의 성적 지향도 문제 삼았다. 학생처장은 강연회 후 교수·직원과 <한동신문> 등에 석지민 씨의 성적 지향을 공개했고, 대학은 2018년 1월 석지민 씨에게 '성적 지향을 드러냄으로써 기독교 대학으로서의 설립 정신과 교육 철학에 입각한 하나님의 인재 양성을 위한 학칙에 위배되는 점'에 대해 진술서 제출을 요구했다(석지민 씨는 징계 무효 확인소송과 별도로, 자신의 성적 지향을 무단으로 폭로했다며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해 5월 학교법인과 교목실장이 공동으로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석지민 씨는 이에 대해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한동대는 대학이 맞느냐'는 제목으로 학교가 학생을 협박하고 성적 지향을 폭로·비방하며 학습권과 사상의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언론 인터뷰 및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학교를 규탄했다. 한동대는 이 행위를 징계 사유로 추가했다.

법원은 "석지민 씨의 인터뷰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인터뷰 내용과 표현에 비추어 볼 때 학교 밖 영역에서 다양한 시각에 근거한 건전한 비판으로 보일 뿐, 학교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학교는 석지민 씨가 특별 지도에 불응했다는 이유도 징계 사유로 추가했다. 한동대는 "학생을 징계 이외의 방법으로 특별히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 일정 기간 특별 지도를 받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법원은 "특별 지도에 불응한 행위 자체가 별개의 징계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석지민 씨와 함께 특별 지도 조치에 불응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학생이 4명 더 있었으나, 석지민 씨만 무기정학 징계를 내렸다는 점도 고려했다.

포항지원은 과거 불법 촬영으로 성폭력처벌법 유죄판결을 받은 한동대 다른 학생의 무기정학 처분과도 비교했다. 석 씨가 불법 촬영으로 무기정학을 받은 학생과 동등한 불법성을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법원은 한동대의 징계 사유 다섯 가지 중 두 번째, 교내 집회에 대해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점은 징계 사유가 맞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대학 건학 이념과 학생의 집회의자유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 자유의사와 자기 결정에 의해 종립 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집회의자유에 대한 제한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사전 집회 신청을 하지 않았고, 집회 불가 통보에도 강연회를 강행한 사실은 학칙 위반 행위로 정당한 징계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것이 무기정학 처분할 만큼 무거운 것은 아니라고 했다. 법원은 석지민 씨가 강연을 주최한 단체 회원도 아니고, 집회를 주도하거나 강연자·사회자로 나선 것도 아니어서 무기정학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한동대가 과거 불법 촬영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학생을 무기정학 처분한 사실과 비교해 볼 때 "이 범죄 사실과 허가받지 않은 집회에 관여한 사실이 동등한 정도의 불법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판결 후 석지민 씨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판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다만 허가 없이 집회를 주동한 부분이 징계 사유로 인정됐는데, 집회 사전 허가제를 유효하다고 본 것이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석지민 씨는 "복학하면 한동내 내에서 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이번 판결에 대한 한동대학교 입장을 듣기 위해 대외협력실에 연락했다. 학교 관계자는 추후 연락을 주겠다고 답했지만, 이후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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