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런 교회의 간접적 영향을 2007년 대선과 관련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해보기로 하자. 먼저 이와 같이 중요한 상황 가운데서 교회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언급하고, 그 후에 교회가 해야 할 일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해보기로 한다.

(1) 교회가 하지 말아야 할 일들

기본적으로 교회는 특정한 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은 정치적인 일로 이 세상의 다른 기관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개개인이 교회에서 가르침 받은 성경적이고 기독교적인 원리에 따라서 스스로 판단해서 그에 따라 행동해가야만 한다. 개개인 그리스도인들이 특정한 후보를 지지하고 그를 지원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회, 개교회, 교단, 교회 연합체 등이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만일에 교회가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게 되면 혹시 그 교회 공동체 안에 있을 수 있는 다른 정당이나 다른 후보들에 대한 지지자들과의 반목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 또한 교회 밖에 있는 다른 정당과 다른 후보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교회와 영원히 결별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할 수 있다.

또한 교회는 이 시대의 특정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의제(agenda)가 교회의 성격을 규정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하나의 사회적 정치적 의제에 따라 교회가 밀려다니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교회 성원들에게나 교회가 마치 이 세상이 제시한 의제(agenda)에 따라 밀려다니는 것과 같은 그런 인상을 주지도 말아야만 한다. 구체적인 에를 들어서 말하자면, 교회는 FTA나 남북통일 등의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는 궁극적으로 하나님나라의 공동체다. 하나님나라를 위해 있는 기관이고, 하나님나라를 이 세상에 드러내고 많은 이들을 하나님나라 안으로 이끌어들여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살게 해야 하는 선교적 사명을 지닌 공동체다. 그러므로 교회가 이 하나님나라를 위한 본질적 임무를 잊고 세상의 정치를 위한 기구인 것 같이 눈에 보여서는 안 된다. 목적을 위해서 특정 정당과 특정 후보를 지지하게 되면 그 일로 인해 교회의 분열을 노출할 수 있고 다른 이들이 교회 공동체 안에 들어와 사는 일을 방해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상실케 하는 방식으로는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 

과거 기독교회의 역사 가운데 간접적으로라도 교회가 정치적 의제의 희생이 된 예가 많이 있다. 이를 염두에 두면서 어느 시대나 장소의 교회이든지 교회가 당대의 정치적 의제의 희생물이 되거나 그에 휩쓸러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당대의 정치적 의제에 휩쓸려서 교회가 분열된 가장 대표적인 예로 미국남북전쟁 당시에 흑인의 해방을 지지하던 북부 지역의 교회들(북장로교회, 북감리교회 등)과 이를 반대하던 남부 지역의 교회들(남장로교회, 남감리교회 등)의 분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양측 모두 하나님의 뜻에 비추어 상대방이 주장하는 어떤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세웠던 역사를 우리는 잘 기억한다.

그 역사적 정황 가운데서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이었는지를 그 역사 밖에 있는 사람들이 말하기 어려운 점이 많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와 같은 예를 아주 구체적인 정치적 문제 때문에 교회가 한시적으로 외형적으로 분열된 대표적인 예로 기억하자고 말하고 싶다.

그러므로 특정 문제에 있어서 서로의 의견이 다를 수 있는 상황들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때까지는 ‘없을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그것이 우리를 분열시키는 기연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2) 교회가 해야 할 일들

첫째로, 교회는 기본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의 하나님나라 가치관에 근거한 정치적 의식을 가지도록 하는 일이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신국적 정치의식이 형성되어야만 하는데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관이 바로 교회다.

둘째로, 교회는 이런 신국적 정치의식을 지닌 그리스도인들이 ①순전히 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책 제안에 대한 분석과 ②후보들의 정책 수행 능력에 대한 판단 ③후보들의  도덕성 ④후보들이 걸어온 정치적 행보의 합리성과 도덕성에 근거해서 후보들을 판단하고, 그런 건전한 판단에 근거해서 기도하며 정치적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로, 교회는 이런 그리스도인들의 성숙한 정치적 참여와 하나님의 일반 은총 가운데서 일반 국민들도 ①순전히 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책 제안에 대한 분석과 ②후보들의 정책 수행 능력에 대한 판단 ③후보들의 도덕성 ④후보들이 걸어 온 정치적 행보의 합리성과 도덕성에 근거해서 후보들을 판단하고, 그런 건전한 판단에 근거해서 일반 은총 가운데서 ‘비교적 하나님의 뜻에 가까운 것’을 선택하도록 할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하는 일을 해야 한다.

넷째로, 교회는 그 성원들로 하여금 우리 주변에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불법과 선거 과정의 죄악들을 감시하도록 하는 일에 직간접으로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그런 일도 많았지만 그리스도인들이 불법선거운동을 하거나 금권선거운동을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전혀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불법에 관여하지 않도록 잘 가르치고 바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일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우리는 다른 이들이 이런 불법에로 나아가는 일을 하지 않도록, 이 세상 한가운데 있는 그리스도인의 존재 자체로서 그들 가운데 있는 양심 역할을 해야 한다. 바로 이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교회가 교회로서는 특정한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거나 특정한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하거나 그런 선거운동의 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이승구/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