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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혐오 표현 모으니 한국교회 보였다
종교 기반 반동성애 활동 전시한 기독교인들 "신의 뜻 핑계 삼아 혐오·차별 가해"
  • 곽승연 기자 (kwaksy@newsnjoy.or.kr)
  • 승인 2020.01.16 19:19

[뉴스앤조이-곽승연 기자] 종교에 기반한 성소수자 혐오·차별 사례를 아카이빙한 전시회가 열렸다. 성소수자 예술가 '제람', 앨라이(Ally) 디자이너 '숲', 1인 저널리스트 '라파엘'은 1월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팩토리에서 '차별과 혐오를 넘어 자부심으로!(POP·Pride Over Prejudice)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신문·방송·소셜미디어에 나온 성소수자 관련 글과 이미지, 영상 등을 모았다.

POP는 '편견을 딛고 넘어서서 당당하게 살자'는 의미다. 16일 전시장에서 만난 제람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혐오, 차별을 마주하면 우울해지기 쉽다. 그럼에도 '자부심'을 갖고 명랑하고 유쾌하게 맞서자는 취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전시회 한쪽 벽에는 '자부심'이라는 글자가 무지개색으로 크게 적혀 있었다. 제람이 좋아하는 말이다.

전시는 △퀴어 문화 축제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 △경남 학생 인권조례 △장신대·한동대 내 성소수자 활동 총 4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전시장 벽에는 각 주제와 관련한 기사·사진·영상 등을 시간 순서대로 전시했다. '종교'에 기반한 성소수자 혐오·차별 사례를 모았다고 했지만, 사실 전부 개신교 얘기였다. 섹션들을 돌다 보면, 동성애 반대에 앞장선 한국교회 얼굴이 보인다.

폭력 난무했던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사랑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반동성애 진영의 일방적인 혐오"

제람(사진 왼쪽)과 라파엘은 이번 전시회 취지가 '자부심'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라파엘은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겪었던 일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첫 섹션에서는 지난 2년간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발생한 물리적 공격과 폭력을 다뤘다. 1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했던 라파엘은 "20년 가까이 서울에서 퀴어 축제가 열리기 때문에 인근 도시인 인천도 큰 문제 없이 개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축제는 아수라장이었다. 반동성애 개신교인들이 참가자들을 폭행하고 혐오 발언을 일삼았으며, 도로에 드러누워 축제를 방해했다"고 했다.

라파엘은 "반동성애 개신교인이 내세우는 구호와 문구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랑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같은 표현은 반대가 아니라 '혐오'다. 미디어들도 이런 상황을 '충돌', '갈등'으로 보도했는데,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일방적인 '공격'이라고 서술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라파엘은 그때 상황을 이렇게 서술했다.

"편협한 시각으로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한국의 일부 기독교인들을 보면 그들이 믿고 행하는 걸 '종교'라고 납득하기 어렵다. 세상에 어떤 종교가 남을 증오하도록 가르친다는 말인가?

그들은 종교 집단이 아니라 혐오 집단이었다. 폭력을 저지하기 위한 공권력의 대응 부족도 충격이었다.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묻는 사람도, 책임을 지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독교 신자와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이 줄면서 일부 기독교 신자들은 그들의 존립에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들을 결속하기 위해 공공의 적을 세웠다. 바로 한국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인 성소수자들이다." ( - 전시회 자료집에서)

이번 전시회에 사용하는 글씨체 '길벗체'는 공동 기획자 숲이 디자인했다. 길벗체는 무지개 깃발을 만든 성소수자 예술가 길버트 베이커 이름에서 따왔다. 길버트 베이커가 2017년 세상을 떠나자, 뉴욕 성소수자 예술가들은 무지개 색상을 조합한 서체 '길버트'를 만들었는데, 길벗체는 길버트의 한글 버전이다.

제람은 한 기독교 단체에서 주관한 교육 행사에서 숲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후 숲과 친해져 여러 디자인 작업을 함께했다. 숲은 성소수자를 향한 한국교회의 차별을 경험한 인물이기도 하다.

"기성 교회는 성소수자에 관해 관용적이지 않다. 오히려 신의 뜻을 핑계 삼아 성소수자에게 갖은 혐오와 차별을 가하고 있다. 출석하던 교회에서 성소수자를 옹호했다는 이유만으로 따가운 눈초리를 경험하고, 또 다른 차별을 받았다. 또 가까웠던 친구들이 나와 거리를 두고 나를 밀어내는 걸 겪기도 했다.

다양한 상황과 처지에 놓인 이들을 인정하지 않는 교회와 기독교 단체를 보며 더 이상 그곳에서는 나의 생각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했고 교회를 나와 내 친구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났다." ( - 전시회 자료집에서)

전시장에서는 자료집과 손거울을 판매하고 있다. 손거울에는 '자부심'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한 지방 방송사가 아수라장이 된 경남 학생 인권조례 공청회를 보도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성소수자를 옹호했다가 징계를 당한 한동대·장신대 학생들 이야기를 담았다. 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영국 성소수자 아카이브에서 영감
"주체에 따라 다르게 기록된 역사
소수자 관점에서 서술한 역사 필요"

제람은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성소수자 아카이브 '라그나(Lesbian And Gay Newsmedia Archive)'를 보고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라그나는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성소수자 관련 기사를 모은 아카이브다. 성소수자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영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제람은 "자료를 보면서 시대마다 성소수자를 보는 사회 인식과 관계 법령들이 진보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순히 정보 전달 형식으로 뉴스 기사를 모았지만, 그것은 성소수자 인권 투쟁사였다. 반면, 영국 경찰이 모은 기록에는 성소수자들 활동이 사회를 혼란하게 만든다는 인식이 담겨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똑같은 사건도 그것을 분류하는 주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한국에서도 소수자 관점으로 서술한 역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모은 성소수자 관련 기록은 한국교회에서 쏟아진 혐오와 차별로 가득했다. 제람은 "생각보다 너무 심각했다. 한국에서는 기독교인과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함께 갖고 살기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카이빙한 자료만 보면 한국교회가 과연 변할 수 있을지 절망감이 든다"고 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건 함께 전시를 준비하면서 만난 사람들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장신대·한동대 학생들처럼 한국교회 안에도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서는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회가 성소수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힘을 주고, 성소수자를 향한 사람들 시선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월 17일 저녁 7시에는 제람·숲·라파엘에게 기획 의도와 목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토크쇼가 예정되어 있다. 이들은 전시 일정이 끝나면 모든 작품을 한국퀴어아카이브(퀴어락)에 기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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