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따알 화산이 분화해 인근 14km 내 접근 금지령이 내려졌다. 따알 섬에서 생업을 이어 가던 주민들은 화산재로 뒤덮인 섬을 뒤로하고 이재민 수용소로 피난했다. 사진 제공 박노석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필리핀 남부 지역 활화산 따알(Taal)이 1월 13일 분화했다. 다행히 현재까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화산 반경 14km 이내 주민 수만 명이 외곽으로 대피해 이재민 수용소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생업 터전을 잃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 현지에서는 추가 폭발 가능성이 언급되며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따알 화산은 필리핀 루손섬 남부 지역 호수에 둘러싸인 화산섬이다. 화산 분화구 트래킹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며, 약 3000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쪽으로 따가이따이, 남쪽으로 바탕가스를 접하고 있다. 이 섬에는 박노석 선교사(예장합신)와 정기제 선교사(예장대신)가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다.

이번 화산 폭발로 따알크레이터교회(Taal Crater Church) 등 섬에 있는 현지 교회들도 모두 폐쇄된 상태다. 박노석 선교사는 1월 1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섬 안에 화산재와 진흙이 뒤덮여 40~50cm 가까이 쌓였다. 다행히 화산이 낮에 폭발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민들이 급박하게 탈출만 한 상황이라 생계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크레이터교회에서는 교인 50가정 150여 명이 대피했다. 박 선교사는 "교인들이 폭발과 동시에 피신해서 공포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산토토마스 등 인근 지역으로 대피했으나, 대피소 9곳 중 6곳이 초등학교여서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다. 현재 바닥에 박스 몇 장 깔고 지내는 상황이다. 매트리스를 비롯해 속옷과 기저귀, 생리대, 위생 용품 등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박 선교사는 "필리핀 정부가 섬 입도를 전면 금지했지만, 재산을 찾기 위해 몰래 섬에 다녀온 사람들도 있다. 모든 물건이 화산재와 진흙에 묻혀 울며 돌아온 교인도 있고, 이제 어떻게 사느냐며 좌절하는 이들도 있다. 집과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던 교회는 화산재에 뒤덮여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노석 선교사는 필리핀 정부가 섬 입도 영구 금지를 선포하려 한다며, 다시는 섬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사진 제공 박노석

필리핀남부지역선교협의회 회장 고광태 선교사(감리회)는 1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KWMA(한국세계선교협의회)나 선교사들의 소속 교단을 통해 구호품 전달 및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방진 마스크가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화산재가 마닐라 인근까지 퍼지면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황 가스 냄새도 난다"고 전했다.

고 선교사는 "장기적으로 현지인들과 교민들 생업에 지장이 생기는 점이 우려된다"며 생업을 잃은 이들을 위해 후원과 기도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민들은 산토토마스 등 화산 반경 14km 바깥 도시들에 마련된 이재민 수용소로 피난해 있다. 사진 제공 고광태
화산 폭발이 발생한 따알은 필리핀 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화산재는 마닐라까지 날아가 마닐라공항이 일시 폐쇄되기도 했다. 구글 맵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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