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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관련 없는' 교직원도 세례 교인만 지원 가능?…"자격 제한하려면 정부 지원받지 말아야"
인권위 시정 권고, 총신·성결·한남대 불수용…보수 개신교는 또 '종교의자유 침해' 프레임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20.01.16 13:46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종교에 기반한 차별인가, 종교의자유에 근거한 가치 수호인가. 최근 이 주제와 관련해 비슷한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최영애 위원장)는 기독교인만 교직원에 지원할 수 있다고 고집해 온 총신대·성결대·한남대에 지난해 말 차별 시정을 권고했다. 세 학교가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자, 인권위는 1월 7일 세 학교의 불수용 사실과 함께 결정문을 공표했다.

인권위는 세 학교가 '기독교와 관련 없는' 학과의 교원이나 행정 직원을 채용할 때도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고용 영역에서 차별에 해당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성결대는 종교와 관련 없는 정년 트랙 교수 초빙 공고를 내면서 지원 자격을 세례 교인으로 제한했다. 한남대 역시 일반 과목 교수를 채용하면서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고 지원서에 세례 유무, 세례 연도, 출석 교회 등을 기재하도록 했다. 총신대는 행정 직원 지원 자격을 세례 교인으로 제한하고 출석 교회 당회장 추천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인권위는 세 학교가 성직자 양성과 직접 연관이 없는 분야까지 직원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는 것이 헌법과 직업안정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을 위반하는 차별이라고 봤다. 인권위는 총신대의 경우 "행정 직원이 세례 교인이어야 한다는 요건은 특정 직업의 본질적 속성에서 요구하는 제한 사유, 즉 해당 직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거나 업무 본질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합리적으로 필요하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진정 자격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두 학교의 경우 "학교의 건학 이념 추구가 꼭 기독교인이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며,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학교의 건학 이념과 방침을 충실히 지키면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 대학들이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돼 공공 교육이라는 공적 업무를 담당하며 교육부 관리·감독을 받는 교육기관인데도, 관련 없는 과목들까지 교원 자격을 기독교로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총신대학교는 행정 직원 지원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한정한 방침을 바꿀 수 없다며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언론회 "헌법에 종교의자유 명시,
인권위가 지나친 간섭"

인권위 권고에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유만석 대표)는 1월 9일 논평을 발표해 "기독교 학교에서 교직원을 뽑는데 당연히 기독교인으로 제한하는 게 학교 설립 목적과 맞고, 설립 목적을 이루는 데 기독교 신앙을 가진 교직원들로 채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발했다.

언론회는 헌법에 '종교의자유'가 명시돼 있다며 인권위 권고가 부당한 압력이라고 했다. "국가인권위는 초헌법 기관이 아니다. 헌법을 넘어서서, 엄연히 성직자를 양성하는 과정이 있는 학교에 대하여 권력을 낭비하지 말고, 지나친 간섭으로 종립 학교를 고사枯死시키려는 획책을 중단하여야 한다"고 했다.

미국 사례를 들며 인권위가 사립학교 운영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의 시민권법 제2000e에서도 '특정한 종교나 법인, 조합, 협회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해당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이 특정 종교의 전파를 위해 만든 것일 때에는 특정 종교 신자만을 고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독교 대학에서, 특히 성직자를 양성하는 과정이 있는 대학에서, 교직원 채용에서 기독교인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각 대학, 국가 장학금·지자체 보조 등
1년 지원금 수십억에서 수백억 수령
"종교 관련 업무 아님에도 자격 제한,
헌법의 평등 가치 위배"

언론회의 주장은 논지를 흐리는 것이다. 인권위는 해당 대학들에 무조건 비기독교인도 채용하라고 권고하지 않았다. '기독교와 관련 없는' 직책에 비기독교인이 지원조차 못 하게 자격을 제한하면 평등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차별이라고 한 것이다.

종교 단체가 세운 대학 중 권고를 받아들인 곳도 있다. 2010년 종립 대학 두 곳이 특정 종교인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지 말라는 인권위 권고를 수용했다. 2019년에도 기독교인만 채용해 온 기독교계 사립대학 두 곳이 지원 자격을 완화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이제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지난해 동일한 권고를 받은 숭실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남대는 교직원 자격 제한과 관련해 그동안 여러 차례 시정 권고를 받았지만 수용하지 않았다.

이 학교들은 모두 정부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으며 공공 기관에 준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 기준으로 했을 때, 총신대는 약 45억 원, 성결대는 약 128억 원, 한남대는 약 300억 원을 지원받았다. 국가 장학금,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등도 다 국가 지원에 해당한다. 이는 교육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이고, 교육부 예산은 비기독교인을 포함한 국민 세금으로 편성된다.

인권위는 "비기독교인을 채용하라"고 권고한 게 아니다. 업무 관련성에 따라 비기독교인도 지원할 수 있도록 자격 제한을 삭제하라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전문가들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는 대학교들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말한다.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는 1월 15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일종의 경향 사업이라는 게 있다. 종교적 성향이나 특정한 고용 형태가 필요한 직업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종교에 의한 차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권위가 권고하는 대학들은 업무 성격상 특정한 종교 신자여야 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교수는 만약 기독교인으로 자격을 제한하고 싶다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했다. "세 대학이 사립학교라고 하더라도 학교 운영이나 재정 지원을 받는 등 사적 교육기관으로만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기독교인만 채용하고 싶다면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고 학력 인정을 포기하면 된다. 국가의 지원을 받고 국가 제도로 편입된 기관이라면 국가가 만들어 놓은 틀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종교' 대학이 현대사회에서 말하는 보편적 인권인 평등의 가치를 지키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한상희 교수는 "법의 영역을 떠나 한 사회 지성을 이끌어 가는 대학이라고 한다면, 현대사회가 공유하는 가치는 함께 실천하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송기춘 교수(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는, 한국과 미국의 법제 현실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로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며 종립 대학에서 종교의자유를 이유로 자격 제한의 타당성을 주장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2010년 한국헌법학회에서 발행하는 <헌법학 연구>에 게재한 '고용 관계에서의 종교적 차별의 금지 - 사인 간 관계에서의 종교의자유 보장에 관한 미국 실지 조사 연구'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국에서 종교에 의한 차별이 허용되는 것은 개신교인이 다수인 사회, 학교 설립의 자유, 다양한 학교의 존재, 종교적 다양성의 인정 등 제도적 차이가 그 배경에 있다. 학교 설립 자체가 법적 또는 사실적으로 제한되는 경우와 같은 평면에 두고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칫 미국에서처럼 종교 단체에 의해 지배 또는 통제되는 학교에서 종교교육 및 고용에서 종교적 조건을 요구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송기춘 교수는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은 미국과 동일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종교적인 기준으로만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종교에 대한 법제의 구성에 있어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어떠한 원칙에 의해 어떠한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충실하고 개방적인 논의가 바탕을 이루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세 학교는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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