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이용필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의 학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졸업 증명서 및 성적 증명서 위조 의혹에 전 목사는 좌파들의 음해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뉴스앤조이>가 전광훈 목사 학력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전 목사는 정식 학위가 없는 목사가 맞다. 하지만 교계에는 교육부 인가를 받지 않은 신학교가 추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환경을 고려하면 전 목사에게만 자격 유무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학위 문제로 시끄럽다. 전 목사는 정식 학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인정하는 한편 좌파들이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광훈 목사는 안양대학교 전신으로 알려진 대한신학교 출신이다. 1978년부터 1984년까지 서울 청파동에 있는 대한신학교를 다녔다. 4학년 1학기까지 이곳을 다닌 전 목사는, 당시 교단과 학교가 분열되자 서울 당산동에 생긴 또 다른 대한신학교로 옮겨 과정을 마쳤다.

청파동 시절 대한신학교 학년장을 담당했던 김 아무개 목사는 1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83년도에 전광훈 목사와 같은 수업을 들었다. 전 목사는 나보다 일찍 학교에 입학해 다니고 있었다. 수업 전 내가 출석을 불렀기 때문에 기억이 난다. 전 목사가 한 학기를 남기고 학교를 옮겨서 졸업은 같이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대한신학교는 무인가 학교였다. 전 목사가 옮겨 간 당산동 대한신학교도 마찬가지로 무인가다. 청파동 대한신학교는 여러 과정을 거쳐 안양대학교로 승격했다. 반면 당산동 대한신학교는 2010년대까지 무인가를 유지하다가 문을 닫았다. 대한신학교는 ㅇ교회 사무실을 빌려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현재 ㅇ교회는 없어진 상태다.

ㅇ교회에서 15년간 사역한 한 목사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한신학교는 2010년대 초반까지 운영됐다. 요즘 뉴스를 보니 2006년경 대한신학교가 전광훈 목사에게 졸업 증명서를 발급해 준 걸로 나온다. 당시 당산동 ㅇ교회에서 신학교가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의 졸업 증명서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복수의 ㅇ교회 출신 교인도 전광훈 목사와 대한신학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들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학교는 4층에 있었다", "2000년대 초반에도 전광훈 목사는 유명했다. 우리 교회를 찾아와 부흥 집회를 인도했다"고 증언했다.

대한신학교를 나온 전광훈 목사는 1999년 편목을 하기 위해 안양대학교 신학대학원 목회 연구 과정을 밟았다. 이 또한 교육부가 인정하는 학위와는 관계가 없는 과정이다. 이번 학위 의혹과 관련해 드러난 사실이 있다면, 전 목사가 무인가 신학교를 나왔으며 정식 학위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전 목사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여전히 의혹으로 남는 부분은 전광훈 목사가 안양대에서 발급받았다는 목회 연구 과정 성적표다. 전 목사 스스로도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했는데, 성적표에는 5학기 수강 과목과 성적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이와 관련해 전광훈 목사는 "(편목 학위는) 학교가 목회 경력을 인정해 소급해 준 것", "학교가 발급해 준 서류를 받은 게 전부"라고만 말했다. 안양대는 1월 6일, 전 목사의 학위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무인가 신학교, 40년 전부터 문제
현재 몇 개인지 집계도 안 돼
영상 교육으로 목사 안수까지

교단 목회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신학교가 꼭 교육부 인가를 받아 정식 학위를 발급할 필요는 없다. 인가 학교에서 공부한 목회자가 무인가 학교에서 공부한 목회자보다 반드시 낫다는 보장도 없다. 실제로 인가 학교를 운영하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처럼 재력·인력은 없지만, 소신을 가지고 건전한 목회자를 양성하려 노력하는 무인가 신학교도 있다.

하지만 무인가 신학교 난립은, 목회자 소양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목사'라는 타이틀을 쉽게 얻게 된다는 부작용이 있다. 이것은 한국 사회에 큰 문제이기도 했다. 부작용이 커서 정부가 개입한 적도 있다.

무인가 신학교는 한국교회 성장과 맞물려 난립했다. 1980년 7월 21일 자 <경향신문>에는 '3개월 동안 46개나 탄생 무허 신학교·대학 난립'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는 "이들 학교는 한 달에 5~18만 원(대학은 20~30만 원)씩의 등록금을 받고 있으며 6개월~4년의 기간을 거치면 학사나 석사 졸업증에 목사 안수까지 얻어 줘 가짜 목회자가 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라고 나온다. 문교부는 1981년 3월, 전국 183개 무인가 신학교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한 적도 있다.

전광훈 목사는 한국 사회에 문제가 될 정도로 무인가 신학교가 우후죽순 생긴 시기에 신학교를 다녔다. 전 목사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공부했던 한국의 많은 목회자가 무인가 신학교를 드나들었다. 전 목사를 반대하며 소송까지 낸 한기총 내부 관계자조차 "이건 문제 삼을 대상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걸면 안 걸릴 목사가 누가 있겠는가. 당시 구조가 문제였지 개인을 걸고넘어져서는 안 된다"고 전 목사를 옹호했다.

전광훈 목사의 학위 논란이 일자 안양대는 1월 6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현재 교육부 인가를 받아 정식 학위를 발급하는 신학교를 운영하는 교단은, 대부분 학사 4년과 목회학석사 3년 과정을 밟은 후 소정의 목회 활동을 거친 사람에게만 목사 안수를 준다. 물론 이런 과정을 거쳐도 자질이 의심되는 목회자가 양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무인가 신학교는 대부분 3~4년, 짧게는 1년만 학교를 다녀도 목사 타이틀을 발급한다.

전광훈 목사가 다녔다는 당산동 대한신학교도 이 같은 관행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ㅇ교회 출신 목회자는 기자에게 "당시에도 대한신학교에서 1~2년만 교육하고 목사 안수를 준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커넬대학교(Kernel University) 서울캠퍼스는 한 학기에 2주, 총 6학기를 이수하고 논문을 쓰면 학위를 준다. 지난 9년간 한국에서 학사 4명, 석사 5명, 박사 10명 등을 배출했다. 이 학위는 한국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커넬대에서 목회학 석사 학위를 받으면 미국 커넬 교단에서 목사 안수도 받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 3명이 목사 안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군소 교단에서 운영하는 수원 평양신학원은, 방학 없이 1년 반 동안 6학기 대학원 과정을 운영한다. 주 1회 수업을 진행하며 학비는 60만 원이다. 대학원을 졸업할 경우 강도사 자격을 주고, 1~2년 지난 다음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 만일 대학원 졸업 후 교회를 개척하면 바로 안수받을 수 있다. 무인가 신학교이지만 모집 광고에는 신학부(B.A.), 연구원(M.Div.), 학술원(D.Min.)이라고 써 있다.

무인가 '사이버 신학교'도 많다. 사이버 대한신학연구원은 수시로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신학대학 내지 4년제 대학을 나온 사람의 경우, 6학기(18개월)만 수료하면 강도사 인허 내지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 모든 수업은 동영상으로 진행한다.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호를 딴 영산 사이버 신학원·대학원도 영상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절차가 까다롭다. 4년제를 나왔을 경우 3년 과정을 밟아야 한다. 한 학기에 7과목을 이수하고, 틈틈이 시험도 치러야 한다. 학교 관계자는 "졸업하면 자동으로 총회에 가입되고, 3년간 전도사로 사역해야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다. 만일 개척을 하면 2년 만에 안수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무인가 신학교들은 전국에 몇 개가 있는지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1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인가 학교나 무인가 신학교는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성장기부터 지금까지 우후죽순 생겼던 무인가 신학교들은, 인구 감소와 교회 쇠퇴로 자연스럽게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개혁 소속 신학원 정서영 총장은 "대표적인 신학교 장신대·총신대도 지원율이 갈수록 줄고 있다. 우리 같은 신학원은 더 심각하다. 과거에 비해 2/3가 줄었다. 무인가 신학교는 인가 학교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가 신학교는 한국교회 부흥과 함께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났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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