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의혹에 휩싸인 전광훈 목사는 "좌파와 빨갱이들이 나를 털기 위해 모함하고 있다. 학위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문재인 대통령 퇴진 운동을 이끄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이번에는 학력 의혹에 휩싸였다. <뉴시스>는 1월 3일 보도를 통해, 전 목사가 2014년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예장대신) 총회장이 될 때 위조문서를 사용했다는 의혹 등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광훈 목사는 2014년 6월 예장대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학대학원 성적 증명서와 졸업 증명서를 제출했다. 당시 선관위가 서류에 날인이 없는 것을 문제 삼자, 한 달 뒤 관련 서류를 다시 냈다.

졸업 증명서를 보면, 전광훈 목사는 1999년 8월 30일 안양대 신대원 '목회 연구 과정'에 입학했다. 2년 코스인 연구 과정을 6개월 만에 '조기 졸업'했다. 성적 증명서에는 전 목사가 총 5학기(1999~2003년)를 다닌 것으로 적혀 있고, 학기마다 20학점씩 100학점을 이수했다고 나온다.

그런데도 당시 교단 선관위는 앞뒤가 안 맞는 졸업 증명서와 성적 증명서를 승인해 줬다. 전 목사는 2014년 9월 예장대신 총회장에 오르게 됐다.

(사)평화나무(김용민 이사장)도 전광훈 목사의 학위 의혹을 제기했다. 평화나무는 3일, 전 목사가 안양대 목회 연구 과정에 동생을 대리 출석시켰다고 말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6일에는 안양대 신대원 졸업 증명서와 성적 증명서를 문제 삼아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 혐의로 전 목사를 고발했다.

비인가 '대한신학교' 출신
"목회 연구 과정은 교단용,
정식 학위 아냐"
동생 대리 출석은 인정

전광훈 목사는 고 김치선 목사가 세운 대한신학교를 나왔다. 1978년 서울캠퍼스에 입학했고, 1984년 졸업했다. 2년 뒤 예장대신 서울동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지금과 달리 신대원을 나오지 않아도 목사 안수를 받는 게 가능하던 시기였다. 대한신학교는 내부 갈등을 빚었고, 안양대학교와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로 쪼개졌다. 학교가 분열되면서 예장대신 교단도 세 개로 갈라졌다.

전 목사는 1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군대를 다녀와 보니 싸움이 났고 학교가 쪼개져 있었다. 나는 김세창 박사가 있는 대한신학교를 택했다. 거기서 신학 공부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는 주변 권유에 따라 교육부 인가를 받은 안양대에서 편목 과정을 밟았다고 말했다. "원래 편입을 하거나 대학원에서 공부할 생각이 없었는데, 동창들이 적극 권장해서 연구 과정에 들어갔다. 이미 목사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상태였고, 수업 질도 낮아 가고 안 가고를 반복했다"고 언급했다. 평화나무가 보도한 것처럼, 동생이 대리 출석한 적도 있다고 시인했다.

목회 연구 과정을 6개월 만에 이수한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전 목사는 "공부는 학부 시절을 포함해 10년간 험하게 했다. 학교가 그걸 인정해 소급해 준 것이다. 목회 연구 과정은 교단에서만 통용되는 거다. 좌파들이 정식 학위도 아닌 걸 가지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적 증명서 위조 의혹과 관련해 전 목사는 "학교에서 준 서류를 받았을 뿐이다. 나는 성적 이런 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목회하느라 바빴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는 자신의 학위 서류를 통합했다가 갈라진 예장백석 측에서 흘린 것 같다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전 목사는 "빨갱이들이 흠집 내려고 털고 있는데, 나는 털어도 먼지가 안 나온다. 돈과 여자 문제도 없지 않은가. 만약 학위에 욕심이 있었다면 서울대 대학원에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사증' 남발한 편목 과정
절차 무시하고도 자격 인정
학교 측 "한 학기 만에 끝낼 수도
당시에는 문제 안 돼"

안양대 측은 전광훈 목사를 두둔했다. 논란이 된 학위는 '목회 연구 과정'으로 정식 학위가 아니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전광훈 목사가 다녔다는 목회 연구 과정은 일종의 '편목 과정'이다. 한때 신학교에 우후죽순 생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각 신학교는 목회자 수급 부족을 이유로 이런 과정을 개설해 학생들을 유치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운영하다 보니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사람도 해당 교단 목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총신대 편목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아, 예장합동 목사직이 무효가 된 사건도 이런 케이스 중 하나다.

전광훈 목사가 만든 예장대신 복원 총회 소속 박 아무개 목사는 1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도 목연(목회 연구) 과정을 밟았는데, 당시 어느 신학교에나 이런 과정이 있었다. 비인가 신학교 출신자나 편목을 하기 위해 오는 목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은 교육부에서 정식 학위로 인정받지 못한다. 전 목사의 학위 의혹과 관련해 안양대 신학대학원 김 아무개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광훈 목사의 학위는 정식 M.Div 학위가 아니다. 목회 연구 과정에 편목으로 들어온 게 맞다. 목회 경력을 인정해, 한 학기 만에 코스를 끝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다. 형식적으로 학교에 다닌 셈인데 당시에는 아무 문제가 안 됐다. 교단이 3개로 쪼개졌고 분열 과정을 겪다 보니 편목 과정은 형식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전 목사의 서류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학교 측이 실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 달 사이 서류 내용이 바뀐 건 우리도 이해가 안 된다. 다만 (서류를) 발급해 준 직원들이 퇴사한 상황이어서 (사실관계는)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육부도 인정해 주지 않는 목회 연구 과정이 왜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 이게 있다고 교수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문서 위조라면 전 목사가 총회장에 출마했을 때부터 논란이 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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