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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 민족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교회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 능곡교회
  • 이근복 (newsnjoy@newsnjoy.or.kr)
  • 승인 2019.12.26 17:47

2019년을 마무리하고 2020년을 기다리는 지금은 간절히 기도할 때입니다. 하나님나라와 자신과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동시에, 극단적 분열과 대결을 넘어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경제적 불평등으로 고통당하는 가난한 이들과 비정규직들과 실업자들을 위해, 우리 사회 적폐가 된 한국교회의 진정한 개혁을 위해, 특히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는 한반도를 위해 마음을 다하여 기도할 때입니다.

헨리 나우웬 신부는 저서 <열린 손으로>(성바오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기도는 팔을 벌려 하느님의 인도하심에 자신을 내맡길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47쪽)
"우리는 기도할 때, 자신과 하느님만이 아니라 이웃도 발견하게 됩니다." (67쪽)

10여 년 전 대전 목회자 인문학 모임에 초대했던 나태주 시인의 시 '기도'가 큰 울림을 줍니다.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 생각하게 하여 하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 생각하게 하여 하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 생각하게 하여 하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 스스로 묻고 /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우연히 경기도 고양시 능곡교회(윤인영 목사) 교회당이 '기도하는 손'을 상징하고 있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세 번 가서 카메라에 전경을 담으며, 이런 교회당을 세우고 기도하는 교인들의 간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교회 모교회로 지칭되는 새문안교회와는 달리 능곡교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의 모교회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신앙 공동체입니다.

능곡교회 예배당. 이근복 그림

구한말 고양군 행주는 큰 항구에 방불할 만큼 중국 무역선과 호남 관서의 화물선으로 번성하던 상업 중심지였습니다. 한강에 제방이 없던 때라 홍수가 나면 행주는 고도가 되었고, 돛단배가 능곡을 지나 지금의 원당까지 왕래했다고 합니다. 새문안교회를 세운 언더우드 선교사가 열심히 전도하여 행주교회를 창립한 것은, 여기 행주에 세관 등 관청과 각종 거래처가 있어서 경기 북부 지방의 선교 기지로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능곡 사람 몇몇은 주일 아침이면 5리(2km) 떨어진 행주교회로 가서 예배하며 언더우드 목사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홍수나 한파가 있을 때 행주까지 예배하러 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동네에 하나님의 교회가 세워지는 것이 복된 일이란 생각하여, 이기석 씨 집에 모여 언더우드 목사에게 교회 설립을 요청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선교사의 선물이 아니라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요청해 능곡교회가 설립된 것은 의미가 큽니다.

1893년 3월 첫 주일 아침, 언더우드 목사를 모시고 사산면 토당리 64번지의 이기석 씨 집에 모여 예배하는 것으로 '사산교회'(구 능곡교회)가 설립되었고, 교인 수가 점점 늘어납니다. 교인들이 간절히 기도한 끝에 1896년 이기석 씨 집에 초가 10칸 교회당이 건축되었습니다. 놀랄 만한 성장을 하던 능곡교회는 1916년 암울한 민족 현실을 타개하고 독립과 지역사회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보명학교를 설립했습니다. 1919년 3·1 운동에서 이 학교 유현경 선생을 중심으로 만세 운동이 확산되었고, 검거된 유 선생은 태장 60대를 맞고 26세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둡니다.

한국전쟁으로 교회당이 소실되지만, 1955년 교인들 헌금과 미국 선교부 후원으로 지역에서 가장 큰 교회당을 건축하고 헌당식을 거행하는데 함태영 부통령도 참석했습니다. 교회 개척에 열성을 내어, 1947년 원당교회를 비롯해 5개 교회를 개척하여 모교회로서 역할을 하고, 1996년 2월 본당 좌석 3000석 규모로 100주년 기념 성전을 준공했습니다.

능곡교회를 방문한 날, 친절한 송영균 장로님에게서 <능곡교회 120년사>를 받고 또 인도에 따라 예배당에 들어가 보니, 설교단 등이 모두 '기도하는 손' 모양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교회 주차장에 서 있는 고색창연한 종탑이 눈에 띄었는데, 능곡교회 120년사에서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 이영길 장로의 '황금의 종탑'이란 글에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능곡교회와 함께 숨 쉬어 온 종탑의 역사가 어느덧 120년이 되었습니다. (중략) 그 밝고 환한 복음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능곡교회로 말미암아 비로소 고양 땅에 선교의 문이 활짝 열렸던 것입니다. 종소리를 들으며 우리 선조들은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양의 음성을 듣게 되었던 것입니다."

요즘 북미 관계가 악화되어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2년 전으로 되돌아 간 것 같아서 염려가 커지는 때인지라, 북한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기도하는 손' 모양의 능곡교회가 더욱 소중해집니다.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교인들을 예수 제자로 훈련하며 지역과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소명을 감당하려고 힘쓰는 까닭입니다.

지난 9월, 노신학자 서광선 박사님은 <기찻길 나그네길 평화의 길>(한울)이란 자전적 책을 출간했습니다. 기차를 모티브로 인생과 학문의 여정을 기록한 작은 책에서 삶과 철학, 신학과 통일 운동을 잘 볼 수 있었습니다. 박사님의 간절한 꿈이 담긴 책 마지막 글이 기도로 읽혀지며,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우리 가족 모두 함께 평양행 기차에 오를 것이다. 평양으로 가서 순교자 아버지의 묘를 찾아 성묘하고, 평양 봉수교회의 주일예배에 참석하고, 인사말을 통해 내가 다시 왔노라고, 내가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간증'을 하게 될 것이다. (중략) 90세가 되는 2020년에 아니면 그 이전에라도 나의 평생소원을 이루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나의 가차길 위의 나그네 인생도 마감될 것이고, 평화롭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숨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침략의 기찻길, 나그네길은 끊어지고, 이제 평화의 기찻길이, 새 시대와 함께 열리는 날을 꿈꾸면서…."

'기도하는 손' 모양의 능곡교회 교회당을 떠올리며, 새해는 한반도의 평화가 새롭게 열리길 '두 손 모아' 간구합니다.

*'그림으로 만나는 한국교회'는 매월 2차례 업데이트됩니다.

이근복 / 전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한국교회활력화지원네트워크 사무총장. 성균관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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